연봉제 줄다리기... 금융노조 오늘 파업

    입력 : 2016.09.23 09:46

    - 정부 "차등 연봉제 꼭 필요"
    금융권 임금 美·日 비해 높아 경쟁력 제고 위해 도입해야


    - 노조 "언제든 해고하겠다는 것"
    지금도 실적주의 내몰리는데… 11월·12월 추가 총파업 할수도


    - 고객·은행 파업 대책은
    간단한 업무는 인터넷으로… 간부·퇴직자까지 창구 업무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은행원들이 23일 하루짜리 총파업을 벌인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파업 동력을 높이기 위해 34개 지부 10만 조합원에게 23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 집결할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실제 참여율이 어느 정도 될지는 미지수다. 노조 측은 9만명, 은행 측은 많아도 3만~4만명 정도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지점의 경우 직원 참여율이 높으면 정상 업무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은행 고객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각 은행은 파업 참가를 이유로 휴가를 낸 직원을 결근 처리하는 한편, 23일 지점마다 긴 줄이 생기지 않도록 간부 직원들을 지점으로 파견하거나 인터넷 뱅킹 서버 용량을 확충하는 등 파업 참가율에 따른 비상 대책을 세웠다.


    ◇성과연봉제가 뭐길래


    시중은행의 임금체계를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전환하는 방안은 지난 7월 중순 마련됐다.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금융 공기업 9곳에 대한 정부 주도 연봉제 도입 작업이 상반기 마무리됐고, 민간 금융기업까지 확대되는 수순이다.


    14개 시중은행장이 모여 도출한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같은 직급이라도 연봉 격차를 최대 40%까지 벌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개인 성과 평가 등급을 S·A·B·C·D 5단계로 나누고 등급별로 인원을 최소 5% 이상씩 배치한 뒤 최고 등급과 최저 등급 간 연봉 차이를 평균 20~30% 이상으로 운영하는 식이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관리자(부부점장 이상)급의 연봉 차등 폭을 30% 이상, 일반 직원(책임자급 이하)은 20% 이상으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40%까지 늘리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차장급의 경우 지금은 엇비슷하게 8000만원을 받지만 앞으로 누구는 1억원을, 누구는 6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국내 은행원들은 임원 등 간부급을 제외하면 연공서열 위주 호봉제를 기본으로 월급을 받아왔다. 호봉제는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임금체계로, 성과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다. 지점이나 부서별 집단 평가를 받기 때문에 같은 지점이면 모두 같은 등급과 그에 따른 성과급을 받았다. '개미' 행원들이 땀 흘려 끌고가는 수레에 호봉만 높은 '베짱이' 행원들이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불만이 은행 내부에서도 나오는 이유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2일 "1인당 GDP(국내총생산) 대비 우리 금융권 임금은 미국 1.01배, 일본 1.46배에 비해 2.03배로 지나치게 높다"며 "금융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청년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주기 위해서라도 성과에 따른 차등 연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노조는 지금도 각종 프로모션 때마다 직원들에게 돈벌이 경쟁을 시키는 마당에, 앞으로 낙오하면 언제든 해고하겠다는 뜻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퇴출제는 금융기관에 지금도 만연한 단기 실적주의를 더욱 극단으로 몰고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이번 파업 이후 사측이 성실히 교섭하지 않는다면 11월, 12월에 추가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부장·퇴직자까지 창구로


    금융 소비자들은 23일 하루만큼은 온라인으로도 처리할 수 있는 간단한 업무는 가급적 인터넷 뱅킹을 활용하는 게 좋다. 각종 증명서 발급이나 환전 등을 위해 필히 지점에 가야 하는 경우에는 가까운 지점의 영업이 원활한지 콜센터 등으로 확인한 후 출발하라고 각 은행은 권고하고 있다. 일부 파업 참가율이 높은 은행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거점은행'을 고지할 것으로 보인다.


    성과 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금융노조가 23일 하루짜리 총파업을 벌인다. 직원의 파업 참여도가 높은 일부 지점의 경우 정상 영업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은행 고객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22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지점에 파업을 알리는 고객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각 은행은 노조원들의 파업 참가율에 따라 23일 비상 영업 대책을 세웠다. 우리은행은 파업 참가율이 50~70% 수준일 때는 점포를 축소 운영하면서 퇴직 직원까지 활용하고, 70%를 넘어설 때는 인터넷 뱅킹 서버 용량을 확충해 지점 고객들이 되도록 온라인에서 거래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신한은행도 노조원들의 파업 참여율을 10% 미만, 40% 미만, 40% 이상 등 3단계로 나눠 대응하기로 했다.


    빅4 은행들은 파업 참가를 사유로 휴가를 내면 결근 처리하는 등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기로 한 만큼, 지점 영업에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주요 은행 본점과 전산센터에 직원을 파견해 총파업일 영업 상황을 점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