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티켓 3장... 강남서 '3차 대전'

    입력 : 2016.09.21 09:40

    [내달 4일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 신청 마감… 4곳 중 대기업 몫 3곳]


    - 재탈환 노리는 롯데·SK네트웍스
    작년 재승인 못 받아 문 닫았던 월드타워·워커힐점 재개장 목표


    - 재도전 나선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면세점 신청 계획, 이랜드도 신청 여부 고심 중


    - 신세계·HDC신라 등도 도전
    상반기 실적 부진했지만 추가 매장 확보 나서


    면세점 업계의 '3차 대전'이 시작됐다. 다음 달 4일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 신청 마감을 앞두고 지난해 사업권을 뺏긴 롯데면세점(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워커힐면세점)가 재기를 노리고 있다. 또 지난해 고배를 마셨던 현대백화점이 "또 한 번의 실패는 없다"며 재도전에 나섰다. 작년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신세계DF, HDC신라면세점 등도 입찰에 참여한다. 총 4장(대기업 3장, 중소·중견기업 1장)의 사업권을 놓고 7~8개 업체의 격돌이 예상된다. SK워커힐면세점을 제외하면 후보 기업 대부분이 강남 지역에 면세점 진출 의사를 밝혔다.


    면세점 업계에선 지난해 7월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선정되고 현대·신세계·이랜드 등이 탈락한 것을 '1차 대전', 지난해 11월 신세계와 두산이 사업권을 따고 워커힐면세점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탈락한 것을 '2차 대전'이라 부른다.


    올 상반기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은 48억9580만달러(약 5조4900억원)로 2012년 상반기(26억5220만달러)에 비해 배 가까이 성장했다. 하지만 업체 간 실적 차이는 뚜렷하다. 올해 상반기 롯데·신라면세점이 각각 2326억원, 43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반면, 신규 면세점들은 대부분 100억원대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충분한 준비 없이 뛰어들기엔 위험한 시장이란 것이다.


    하지만 업체들은 "다른 유통 채널의 부진에 비하면 중국인 관광객 등을 타깃으로 한 면세점 사업의 전망은 밝은 편"이라며 입찰전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5년 한시법'의 개정 가능성이 높아져 한번 사업권을 놓치면 10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는 만큼 이번 '3차 대전'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절치부심' 롯데·SK, 이번에는 재탈환?


    지난해 재승인을 받지 못해 월드타워점 문을 닫았던 롯데면세점은 이번에 반드시 사업권을 확보해 월드타워점을 재개장하겠다는 목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사업권 심사 기준인 '보세구역 관리역량' '주변 관광 인프라' 측면에서 우리가 가장 앞서 있다"고 했다. 123층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와 롯데월드·백화점 등 쇼핑·문화 콘텐츠를 갖춰 관광객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롯데그룹이 면세점 입점 로비, 비자금 의혹 등으로 고강도 검찰 수사를 받는 점이 부담이다. SK네트웍스 측은 "워커힐면세점이 호텔과 카지노 등과 연결돼 있고 시계·보석류 등에 특화돼 관광 인프라가 부족한 서울 강동권에 중국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패자부활전 현대백화점… 시장 진입에 전력


    현대백화점은 교통 입지가 뛰어난 강남 무역센터점에 신규 면세점을 신청할 계획이다. 국내 MICE 산업(회의·인센티브관광·컨벤션 등)의 거점인 코엑스몰, 도심공항터미널과 인접해 입·출국 수속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도 개통될 예정이라 중국인 개별 관광객 유치에 도 장점이 있다. 200여대 이상의 대형 버스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확보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대백화점·한섬 등 유통 채널을 활용해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키고, 고객들이 편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매장 간격도 기존의 1.5배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중소·중견기업과 합작법인 형태로 나섰지만 이번에는 단독 법인으로 신청했다.


    최근 패션 브랜드인 '티니위니'를 중국 기업에 1조원에 매각하며 재무 여력이 생긴 이랜드도 면세점 진출을 고심 중이다. 지난해 마포구 서교동 서교자이갤러리 부지로 신청했던 이랜드는 “이번에는 서초구 뉴코아 아울렛 강남점, 송파구 가든파이브 NC백화점 등 강남권 후보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신세계·HDC신라·한화 실적 부진 딛고 도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일찌감치 면세점 추가 진출 의사를 밝힌 신세계DF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 강남권 2~3곳을 후보지로 놓고 막판 조율 중이다. 신세계DF 명동점은 올 상반기 17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추가로 매장을 확보해 면세점 사업 규모를 확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HDC신라면세점은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타워를 후보지로 정해 면세점 사업을 신청하기로 결정을 했고, 후보군으로 꼽히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추가 신청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현재 서울시내 9개의 면세점 중 여의도의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와 강남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을 제외하면 모두 강북에 위치하고 있다. 오는 12월 선정되는 4개의 면세점 대부분이 강남 지역에 위치하게 되면 강북 중심의 면세점 구도와 관광 지형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임대료가 비싼 강남에 진출하게 되면 초반에 영업이익을 내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체 위주였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개별 관광을 선호하고 있어 강남권이 또 하나의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며 "강남권 면세점들이 중국과 동남아 등의 젊은 층 발길을 잡는다면 관광 산업 전반에도 활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