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반드시 손보겠다"... 개정안 잇따라

    입력 : 2016.09.20 09:19

    20代 첫 정기국회 5건 발의… 3건이 보조금 상한제 폐지 포함
    단통법 이후 휴대전화 시장 위축… 중소 판매점 2000여곳 폐업


    휴대전화기 제조사의 지원금 따로 떼 공개하는 제도도 논란


    신형 휴대전화를 살 때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판매 보조금을 제한하는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20대 첫 정기국회에서 도마 위에 오른다. 지난 6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보조금 상한 규제 폐지를 실무진 차원에서 검토하다가 무산됐지만, 그 뒤로 여야 의원들이 잇따라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는 단통법을 반드시 손보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새누리당 심재철, 더불어민주당 변재일·신경민,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 등이 관련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여기에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도 20일 개정안을 추가로 발의할 예정이다.


    ◇5건 중 3건이 보조금 상한제 폐지 포함


    단통법 개정안 5건 중 3건이 보조금 상한제 규정을 없애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누리당 심·배 의원은 '즉각 폐지', 더불어민주당 신 의원은 '내년 3월 폐지'를 주장한다. 단통법의 보조금 상한 규정은 지난 2014년 10월 혼탁한 휴대전화 유통시장을 안정시키자는 명목 아래 3년 일몰(내년 9월까지 효력) 규정으로 도입됐지만, 통신업체들 간 경쟁을 막아 통신업체들만 배를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심재철 의원은 "왜 정부가 이렇게까지 시장에 개입하느냐"며 "통신 업체들의 경쟁을 제한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했다. 신경민 의원도 "단통법은 애초 통신 시장 환경과 입법 취지의 전체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법"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2013년 2100만대 안팎에 달했던 국내 휴대전화 시장은 단통법 시행 이후엔 연간 1800만~1900만대 수준으로 위축됐다. 휴대전화 판매·대리점들의 대표 단체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단통법 시행 후 지난해에만 2000개 넘는 중소 판매점이 폐업했다고 주장한다. 협회 측은 "고객들이 주로 대형 유통점을 찾게 만들어 골목 상권인 중소 판매점이 죽어가게 됐다"고 했다.


    소비자·시민단체도 단통법으로 휴대전화를 더 싸게 살 기회가 없어졌다며 "단통법은 전 국민 호갱(호구+고객)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같은 휴대전화를 다른 사람들보다 비싸게 구입하는 상대적 차별은 없어졌지만 모든 소비자가 법 시행 전보다 휴대전화를 비싸게 사게 됐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보조금 상한 규제로 그 혜택이 이동통신 3사에 돌아갔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통신 3사의 마케팅비는 8조8220억원에서 7조8669억원으로 11% 줄었고 영업이익은 3조5980억원으로 2014년보다 87% 늘어났다.


    ◇분리공시제 도입 문제도 논란


    발의된 개정안에는 보조금 상한제 폐지 외에도 분리공시제 실시(변·신·배 의원) 등의 내용도 담겨 있다. 분리공시제란 통신사들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판매 보조금에서 삼성전자·LG전자 등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지원해준 금액을 분리해 공개하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은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면 제조사들이 휴대전화 출고가를 비싸게 책정해놓고 선심 쓰듯 지원금을 준 게 아닌지 파악이 가능하다"며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단말기 가격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국내 통신사에 주는 지원금 규모가 구체적으로 알려지면 다른 나라 통신사들도 비슷한 수준의 지원금을 요구할 것"이라며 "이는 영업 기밀을 공개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분리공시제를 놓고선 찬반 의견이 팽팽한 만큼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로 정부도 애당초 단통법에 분리공시제를 도입하려 했다가 제조사들이 반대하자 이를 제외시켰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이지만 휴대전화나 통신 비용 문제는 국민들 눈길을 끌 이슈인 만큼 정치권에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통법


    소비자가 출시 15개월이 안 된 최신 휴대전화기를 구매할 때 통신업체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보조금을 33만원 이하로 제한하는 '보조금 상한제' 등을 골자로 한 법이다. 보조금 상한제는 2014년 10월부터 내년 9월까지 3년간 효력이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