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7·美금리·北核 '동시 타격'... 코스피 2000선 붕괴

    입력 : 2016.09.13 09:33

    [삼성전자 7% 급락]


    ①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파문
    "하반기 이익 1兆 넘게 감소할수도" 어제 시가총액 15조원 날아가
    ②美 9월 금리인상설
    비둘기파도 "금리인상 재개해야"… 美 이어 日·中 증시 도미노 하락
    ③北核 요인
    5차 핵실험, 다른 악재와 겹쳐 코스피 원상회복 기간 길어질수도


    코스피 2000선이 한 달 여 만에 또 무너졌다.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가 전거래일보다 2.3% 떨어져 1991.48로 마감했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불량 배터리 파문, 미국 금리 인상 우려, 북한 핵실험 등 대내외 3대 악재(惡材)가 겹쳤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219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주가 급락세를 이끌었다. 코스피가 2000을 밑돈 것은 8월 3일(1994.79)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 주가 7% 폭락


    이날 코스피 급락의 주원인은 삼성전자 주가 폭락이었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7% 폭락한 146만5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 15조원이 날아갔다. 휴대전화 신제품,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결함과 대규모 리콜 사태 여파다. 관련주인 삼성SDI와 삼성전기 주가도 이날 각각 -5.9%, -7.6% 떨어져, 약세를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전량 회수를 발표한 것은 지난 2일이다. 리콜 발표 자체가 삼성전자 주가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다. 발표 직후 장이 열린 5일엔 삼성전자의 위기 대처 능력이 부각돼 주가가 도리어 0.6% 상승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항공청이 항공기 내에서 갤럭시노트7을 충전하거나 쓰지 말 것을 권고하고(9일), 삼성전자도 국내 사용자들에게 사용 중지를 권고하면서(10일)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하반기 이익 감소 폭이 사태 초기엔 8000억원 정도로 추정됐지만, 리콜 절차가 미뤄지면 하반기 이익이 1조원이 넘게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12일 '갤럭시노트7' 배터리 관련 문제로 삼성전자 주가가 7% 가까이 폭락한 데다 북한 핵실험,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 3대 악재가 겹치며 코스피 2000선이 무너졌다. /김연정 객원기자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비중은 전체 유가증권시장의 20%에 달한다. 삼성전자 주가가 7% 빠지면 코스피지수는 1.4%(7%×0.2) 떨어지는 식이다. 이날 코스피지수 하락폭(-2.3%)의 상당 부분은 삼성전자 주가 폭락에 기인한 것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에 의지해 박스권 상단을 유지해 온 코스피 시장의 취약함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미국 9월 금리인상설 재부상


    이날 주식시장의 하락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장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미국 금리 인상 우려라는 악재가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9일(현지 시각)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완만한 금리 인상을 재개해야 한다"고 말해 지난 주말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2% 가까이 떨어졌다. 평소 금리 인상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그의 발언은 미국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에 다시 불을 지폈다. 미국 증시의 급락세는 12일 아시아 금융시장에 그대로 반영됐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1.7%), 중국(-1.9%) 지수도 줄줄이 미끄러졌다. 미국이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경계심은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을 끌어올렸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1원 오른 1113.5원에 마감됐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 여부가 결정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열리는 오는 20~21일까지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투자분석부장은 "역사적으로 고점인 글로벌 자산 시장이 중앙은행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며 "중앙은행이 분명한 지침을 보여주지 않는 한 자산 시장의 불안정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변수, '사드 악재'와 맞물려 파괴력 커져


    그동안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북한 관련 뉴스는 변수라기보다는 상수(常數) 취급을 받아온 측면이 있다. 한국 주식시장 자체에 북한 관련 리스크가 반영돼 있다는 인식, 잦은 도발에 의한 '학습 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은 과거의 핵실험과 약간 다른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핵이 다른 악재와 겹쳐 발생하면 코스피지수의 원상 회복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직후 이뤄져, 코스피지수가 북한 핵실험 이전으로 원상 회복하는 데 1개월 반이 걸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북한 관련 리스크의 영향력은 제한적이지만, 이번 경우 중국과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갈등과 맞물려 중국 소비주 중심으로 타격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