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뢰 위기 맞자 정면돌파... 성큼 다가온 '이재용 시대'

    입력 : 2016.09.13 09:23

    [삼성전자 등기이사 맡기로… 사실상 그룹 승계 '수순 밟기']


    내달 임시 주총서 선임… 노트7 등으로 조직 흔들리자 경영 전면에 나서기로 결심
    이건희 회장 와병 2년 동안 역량 보여줬다는 자신감도 반영… 사업재편·조직혁신 가속화될 듯


    그동안 삼성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던 이재용 부회장이 12일 삼성전자의 등기이사로 나선 것은 그룹 승계를 위한 수순이다. 그 연장 선상에서 이번 발생한 '갤럭시노트7 폭발 사고' 등 위기 상황이 발생하자 이 부회장은 오너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주기 위해 등기이사를 맡기로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2년 넘게 병상에 있으면서 삼성으로서도 이 부회장으로의 승계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가운데 조직 분위기가 흔들리자 법적 책임까지 지는 등기이사를 떠안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승계 위한 수순… 전면에서 사업 재편 가속화


    삼성은 2014년 5월 이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이 부회장으로 승계를 꾸준히 준비해 왔다. 지난해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면서 이 부회장이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지배할 수 있는 지분 구조를 어느 정도 갖추었다. 이제 삼성전자 등기이사를 맡으면서 명실상부한 후계자로서의 역할을 할 단계라는 분석이다. 등기이사가 되면 이사회에 참석하고, 경영상의 결정에 대해 법적 책임도 진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으로선 일각에서 제기된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하면서도 법적 책임은 피하려 한다'는 논란을 없애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삼성그룹이 해오던 사업 재편과 조직 혁신 작업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 부회장을 등기이사로 추천하면서 삼성전자는 프린터 사업 매각을 공식 발표했다. 그동안 화학·방산 부문 매각 등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해온 사업 재편의 연장선이다. 또 삼성은 지난 4월 삼성전자가 창의적 조직 문화를 강조하는 '스타트업 삼성'을 선포하는 등 기업 문화 혁신을 진행해 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COO(최고운영책임자)로서 수년간 경영 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며 "혁신과 실리를 추구하는 이 부회장의 의중을 보다 과감히 펼치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갤럭시노트7 폭발 등 악재 '정면 돌파'


    '갤럭시노트7 폭발 사고' 등 악재도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맡기로 결심한 한 배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에 대해 대규모 리콜(회수 후 시정 조치)을 발표했으나 이후에도 국내외에서 폭발 의심 신고가 잇따르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급기야 '갤럭시노트7' 출시 후 급등하던 삼성전자 주가는 12일 7%나 폭락했다. 또 제일기획이나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등 계열사들이 잇따른 매각설과 사업 부진에 시달리면서 임직원들의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이런 상황이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그룹을 통솔할 리더십이 없기 때문에 초래된 것이라는 지적까지 최근 들어 불거지고 있다. 이에 이번 결정은 이 부회장이 그룹 오너로서 책임지고 경영 전면에 나서 조직을 추스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일본 도요타자동차도 위기 상황을 '오너십 강화'를 통해 돌파한 적이 있다. 도요타는 2009년 미국에서 차량 급발진 사태로 960만대를 리콜 조치하면서 4600억엔(약 5조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그러자 창업자 가문 출신의 도요다 아키오 대표가 14년 만에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다시 올랐다. 아키오 사장은 수익성 제고와 제품력 강화, 신흥 시장 개척 등을 통해 2010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012년엔 판매량 세계 1위에 올랐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직접 이사회에 참여함으로써 보다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맡을 시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