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전쟁에, 반도체가 웃다

    입력 : 2016.09.12 09:20

    [반도체·디스플레이 바닥 치고 반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되면서 고용량 반도체 수요 급증
    애플도 다시 삼성제품 쓰기로
    연말 TV 성수기 앞두고 디스플레이 가격·수요도 증가


    애플이 신제품 아이폰7에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다시 쓰기로 전격 결정했다. 삼성전자와 특허 소송에 돌입하며 사용을 중단한 지 4년 만이다.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의 정보 저장 장치로 쓰이는 메모리 반도체. 이번에 새로 나온 아이폰 256GB(기가바이트) 대용량 모델에 들어간다. 128GB가 최대였던 기존 모델의 용량이 부족하다는 소비자 지적이 잇따르자, 용량을 2배로 늘리기 위해 삼성의 고성능 낸드플래시를 선택한 것이다. 삼성 입장에선 반도체 시장의 '큰손'이 돌아온 것이다.


    작년 하반기 이후 고전했던 한국 IT(정보기술) 부품 산업이 본격적인 회복세로 접어들었다. 주력 제품인 반도체·디스플레이 판매량이 늘고, 가격도 바닥을 찍고 상승하기 시작했다.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는 전망과 함께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의 부품 사업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D램 가격 연말까지 10% 이상 오른다"


    반도체 회복세는 스마트폰이 주도하고 있다. 스마트폰에는 낸드플래시와, 임시 기억장치 역할을 하는 D램 메모리 반도체가 탑재된다. 삼성전자·애플·LG전자가 최근 한 달 사이에 잇따라 고용량 반도체를 탑재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반도체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반도체 거래 사이트 D램 익스체인지는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낸드플래시 주문량이 예상보다 많아 3분기 들어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D램 가격도 2년 가까이 이어진 하락세에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D램(PC용 4기가비트) 가격은 올 7·8월 연속으로 전월보다 올랐다. 2014년 11월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다가 2개월 연속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D램 익스체인지는 4분기엔 가격이 3분기보다 10%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화웨이·비보·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반도체 회복세를 거들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 4월 4세대 이동통신(LTE) 상용화 이후 이동통신사들이 보조금을 확대하면서 스마트폰 판매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주력 제품인 TV용 LCD(액정표시장치) 가격도 최근 들어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는 40인치 패널 가격이 지난 6월 97달러에서 12월에는 124달러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55인치도 같은 기간 175달러에서 188달러로 오를 전망이다. TV 제조사들이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패널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가격이 뛰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품 성장세 당분간 지속 전망


    주요 IT 부품 기업들의 주가는 시장 성장세를 반영해 최근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갤럭시노트7 리콜에도 크게 떨어지지 않은 것도 반도체·디스플레이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투자증권 이순학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돌발 악재를 만났지만, 삼성전자의 핵심 부품 사업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2만5000원대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지난 9일 3만8950원으로 약 50% 상승했다. LG디스플레이 주가도 2분기 2만3000원대까지 내려갔다가 최근 3만원 선으로 올랐다.


    업계에선 부품 사업의 성장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 용량이 큰 대용량 스마트폰 출시가 잇따르면서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선 LCD 가격 상승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는 삼성전자는 물론, 오포·비보 등 해외 스마트폰 업체들이 잇따라 탑재하면서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접는 스마트폰이나 '엣지'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 OLED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LCD는 공급 감소로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