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9.0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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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
밤잠을 설치게 한 열대야의 나날이 불과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귀뚜라미의 울음이 턱 밑에서 들린다. 높아진 하늘, 청명한 가을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길 소망하며 2016가을을 연다. 올 봄, 이 세상을 가득 뒤덮고 하늘을 가린 미세먼지와 우린 함께 했고, 지난 여름 역사상 가장 뜨거운 열대야를 우린 온몸으로 겪었다. 그리고 가을을 맞는다.
지난 6월 9일에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제대로 대기오염 대처를 하지 않을 경우 50년 안에 관련 질병으로 일찍 사망할 확률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을 것 이라고 전망한다. 50년이면 얼마 길지 않은 시간이다. 이미 WHO의 발표에 의하면, 전 세계 사망인구의 8명 중 1명은 대기오염 때문에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준 냉난방과 자동차 등은 생명을 단축시키는 부메랑으로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 근데 더 나아가서 한국은 OECD국가 중 대기오염으로 일찍 사망할 확률이 가장 높을 것이라고 예견한다.
배기가스란 매연,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등이 함께 포함된 가스를 뜻한다. 운행 중 발생되는 배기가스 배출은 불가피하지만 차가 멈춰있는 상태에서나마 시동을 꺼 배기가스 발생량을 줄일 수 있다. 운행하지 않고 엔진만 회전되고 있는 상태를 공회전이라고 하는데 이 때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을 포함한 각종 유해물질은 기관지 질환뿐만 아니라 심장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심장마비까지도 일으킬 수 있다. 특히나 디젤 경유차에서 발생되는 벤젠, 포름알데히드, 탄화수소의 일종인 부타디엔 등은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심각한 유해물질이다. 배기가스가 많게는 대기오염의 50%까지 차지할 수 있다고 하니 그 위험성과 심각성에 대해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1급 발암물질인 초미세먼지에 대해 중국만 탓할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이 공회전만 하지 않아도 배기가스를 많이 줄일 수 있다.
정부에서는 공회전을 줄이기 위해 대기환경보전법 제 59조를 제정했다. 서울시내 2,662개 공회전 중점 제한구역에서 2분 이상 공회전을 할 경우, 서울시 전역에서는 경고 후 5분 이상 공회전을 한 차량에 대해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한다. 그러나 올 상반기 서울시·구에서 과태료 부과를 한 건수는 아직 44건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빠른 산업화를 이루고, 윤택한 삶을 누리려고 애써왔던 것은 어찌 보면 매우 단순한 이유다. 그저 우리 아이들을 좀 더 편한 집에서 재우고, 맛난 거 먹이며,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오래 지탱하고자 하는 이유에서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옛말이 떠오른다. 뭐든지 과하면 화가 되듯 지구가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과도한 개발과 화석연료 사용의 남발이 결국에는 윤택한 삶이 아닌 생명을 단축시키는 부메랑이 됐다. 다행인 것은 이러한 징조를 우리는 예견하고 있고, 안다는 것은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가을, 추석을 맞이하여 많은 차들이 이동할 것이다. 꼭 해야 할 것만 하고 하지 않아도 될 것들만 자제해도 우리는 지금의 편의를 크게 포기하지 않고도 맑은 가을 하늘을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 있다. 버스나 자동차를 타지 않고는 단풍 가득한 내장산을 가기 어렵겠지만 그 차가 길에 멈춰서있는 동안은 시동을 끌 수 있다. 학교와 학원 앞 아이들을 위해 기다리는 자동차 배출구, 그 높이가 어린 아이들의 코 높이라는 사실을 생각해 보았는지? 아무리 큰 돈을 주어도 살 수 없는 맑은 공기와 높은 하늘을 아이들에게 주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