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의 1兆 승부수, 쇼핑 테마파크

    입력 : 2016.09.06 10:03

    [9일 문여는 신세계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 하남']


    - 축구장 70개 면적… 국내 최대 규모
    "우리의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 번지점프·실내 클라이밍 체험
    '스포츠 몬스터' 등 레저시설도… 옥상 '아쿠아 필드'엔 115m 풀장
    명품 등 750여개 브랜드 집결, 3~4년內 누적 매출 5조 목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1조원을 투자한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을 통해 유통업 위기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오랜 내수 부진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는 투자 여력 부족으로 대규모 신규 매장 출점은 못하고 있다. 또 스마트폰을 앞세운 온라인 쇼핑몰이 소비 시장 전체를 파고들면서, 기존 유통업체들은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정 부회장은 쇼핑과 레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테마 파크 같은 복합 쇼핑몰, 즉 '쇼핑 테마 파크'를 만들어, 현재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것이다.


    오는 9일 문을 여는 스타필드 하남은 연면적이 46만㎡(13만9000평)로 축구장 70개와 맞먹는다. 단일 건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쇼핑몰이다. 동시에 62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갖췄다. 정 부회장은 "유통업의 미래는 업체 간 시장점유율(market share)이 아닌, 고객의 일상을 점유하는 라이프 셰어(life share)에 달려 있다"며 "신세계의 유통 노하우를 교외형(郊外型) 복합 쇼핑몰에 결합했다"고 말했다.


    ◇초대형 복합 쇼핑몰로 오프라인 매장 위기 정면 돌파


    정 부회장의 전략은 대형화·복합화를 통해 매출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의 경쟁 상대는 테마 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소비 성향이 높은 가족 단위 고객층을 다양한 상품 구색과 볼거리, 먹을거리로 끌어들여 쇼핑몰에 최대한 오래 머물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타필드 하남에는 테마 파크에나 있는 시설이 많다.


    5일 공개된 국내 최대 쇼핑 테마파크 '스타필드 하남'의 내부 전경. 신세계가 미국 터브먼사와 합작해 1조원을 투자한 스타필드 하남은 연면적이 축구장 70개 크기인 46만㎡이다. /주완중 기자


    개장을 나흘 앞두고 일부 고객에게 매장을 먼저 선보인 5일,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테마 파크인 '스포츠 몬스터'에선 20대 젊은이들이 8.5m 상공에서 뛰어내리는 미니 번지 점프를 즐겼다. 로프에 의지해 인공 암벽을 오르는 실내 클라이밍을 체험하는 고객도 있었다. 종목마다 다른 경기장 라인이 바닥에 형광색으로 펼쳐지는 '다이나믹 코트', 화면 속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던지면 점수가 표기되는 야구 피칭 존도 있다.


    '스타필드 하남'의 스포츠 체험 공간인 '스포츠 몬스터'에서 5일 고객들이 인공 암벽 타기를 하고 있다. /주완중 기자


    옥상 '아쿠아 필드'에는 길이 115m짜리 인피니티 풀(infinity pool)이 있다. 한강과 건너편 예봉산 자락이 보이는 전망을 보며 쉬거나 물놀이를 할 수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초 페이스북을 통해 "단순히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 집 밖을 나서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현재의 쇼핑은 새로운 것을 눈과 입과 귀로 즐기고, 가족·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를 얻는 라이프 스타일의 한 형태로 의미가 확장됐다"고 밝혔다. 그는 "상품 판매에서 더 나아가 즐거운 경험과 행복한 휴식까지 제공해야 소비자가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며 기존 유통업 전략에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3~4년 안에 누적 매출 5조원 목표"


    규모가 큰 만큼 파는 상품 종류도 다양하다. 1850만원짜리 한정판 오토바이를 판매하는 할리데이비슨 매장, 수제(手製) 자전거를 판매하는 바이크 카페에는 남성 고객들이 몰렸다. 스타워즈나 마블 코믹스 피규어, 건담 프라모델을 판매하는 '토이 킹덤' 매장에는 아이들 손을 잡고 온 아빠들이 많았다.


    현대차의 고급차 전용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브랜드 최초의 전용 체험관인 '제네시스 스튜디오'를 개관하고 EQ900 리무진과 올 하반기 출시할 G80 스포츠 모델 등을 전시했다. 스타필드 하남에는 전자제품 전문점인 일렉트로마트, 반려동물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몰리스 펫숍 등 매장도 있었다.


    브랜드 수도 많다. 특히 2층 쇼핑몰 구역에는 루이비통과 구찌, 버버리 등 해외 명품 브랜드 매장이 집결해 있었다. 스타필드 하남에서는 백화점과 쇼핑몰을 포함, 국내 최대 수준인 총 750여개의 상품 브랜드를 판매한다.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부사장은 "하남과 서울 강동·송파 등 반경 15㎞ 이내의 1차 상권과 소비 성향이 높은 강남 지역 등 20㎞ 이내 2차 상권을 집중 공략해서 연간 1200만명의 고객을 유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장 1년 안에 82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3~4년 안에 누적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스타필드 하남은 복합 쇼핑몰을 확대 강화해 2023년까지 매출 88조원, 투자 32조원, 고용 17만명을 달성하겠다는 '비전 2023'의 핵심 동력"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 하남 이후에도 대형 복합 쇼핑몰을 계속 지을 예정이다. 올 연말 개장을 목표로 동대구 복합환승센터에 초대형 매장을 건설 중이며, 경기 고양시 삼송에서는 2017년 상반기 개장을 목표로 '스타필드 고양'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