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급등·中규제... 국내 배터리社 '3중苦'

    입력 : 2016.09.05 09:26

    탄산리튬 가격 3배 가까이 올라… 인조흑연도 60% 넘게 상승
    中정부, 배터리 산업 육성 차원 외국업체에 잇단 규제로 대응
    완성차 업체는 원가 절감 위해 배터리 자체 생산에 열 올려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삼성SDI, LG화학 등 국내 업체들이 연이은 악재(惡材)로 고전하고 있다. 미국 테슬라·GM, 일본 닛산·도요타, 독일 폴크스바겐 등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급격하게 커지고 있지만, 정작 국내 1, 2위를 다투는 두 회사는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우선 배터리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배터리 판매 가격은 계속 떨어지는 반면 희소 금속인 원자재 가격은 폭등해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세계 최대의 배터리 시장으로 부상한 자국(自國)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일본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과거 한국 대기업처럼 수직계열화를 통한 배터리 직접 생산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폭발 사건도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크다. 중국 정부가 한국 배터리의 안전성 문제를 빌미로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암초 만난 국내 배터리 업계


    전기차용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는 탄산 리튬과 인조 흑연이다. 두 원자재는 스마트폰에 이어 전기차 시장 확대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급등세다. 탄산리튬은 작년 8월 1㎏당 43.83위안(약 7316원)에서 지난달 121.2위안(약 2만원)으로 1년 새 약 3배로 올랐다. 인조흑연은 작년 8월 1㎏당 7.82달러(약 8734원)에서 최근에는 13달러(약 1만4500원)까지 올랐다. 반면 자동차용 배터리 가격은 2년 전과 비교해 절반 이하까지 떨어졌다. 100곳 이상의 중국 업체가 난립하면서 공급 과잉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와 LG화학이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중국 시장은 갈수록 좁은 문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초 삼성SDI와 LG화학이 생산하는 배터리에 대해 안전성 우려를 제기하며 중국 내 전기버스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지난 6월 발표한 '4차 전기차 배터리 인증업체'에서는 별다른 이유를 공개하지 않은 채 한국업체들을 탈락시켰다. 업계에서는'중국에서 1년 이상 공장을 운영해야 한다'는 이유를 중국 정부에서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하반기 중국 시안(西安)과 난징(南京)에서 현지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한 삼성SDI와 LG화학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자국(自國) 배터리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술력이 한발 앞선 한국 업체를 배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자동차 업체들, 수직계열화 나서… 배터리 전문업체 입지 좁아져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배터리 제조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것도 대형 악재다. 배터리는 전기차 제조 원가에서 30% 이상을 차지하는 데다, 부피가 커 자동차 외관 디자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부품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체들은 배터리를 외부에서 조달하기보다는 자체 생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실제 미국 테슬라는 지난 7월 미국 네바다주(州)에 배터리 공장인 '기가팩토리'를 세우고 배터리 생산에 나섰다. 테슬라는 전략적 파트너인 일본 파나소닉과 함께 공장을 건립 중이다. 일본의 닛산과 도요타도 자(子)회사인 AESC와 PEVE를 통해 배터리를 자체 조달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인 BYD도 직접 배터리를 제조한다. 독일의 폴크스바겐은 당분간은 외부에서 배터리를 구매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약 100억달러(약 11조2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중국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설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LG경제연구원의 김경연 연구위원은 "미국 테슬라와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기술력을 축적하면 한국 업체에는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면서도 "결국 후발주자와 기술력 격차를 크게 벌리는 등 국내 기업의 효과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