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뛰는 광화문 상권, 거품 빠지는 종각 상권

    입력 : 2016.09.02 09:35

    [500m 사이 두고 희비 엇갈린 서울 도심 상권… 왜?]


    - 맛집 입소문 광화문 상권
    대형 오피스 건물들 들어서면서 평일 직장인, 주말엔 가족 손님
    - 빈 점포 늘어나는 종각 상권
    젊은층 유인할 새 매력 못 찾고 2년전 임대료까지 껑충 올라


    지난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중심가(街)인 '젊음의 거리' 일대 초입과 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서 종로2가로 이어지는 대로변. 건물 1층 또는 1~3층 전체가 텅 비어 있는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점심시간인데도 식당에는 빈자리가 많았고, 거리는 지나가는 사람을 셀 수 있을 정도로 한산했다. '임대료 인하하여 골목 상권 활성화합시다'라고 쓰인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비슷한 시각 관철동에서 500여m 떨어진 옛 피맛골 자리에 들어선 디타워·타워8·그랑서울 등 대형 오피스 안으로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이 줄줄이 들어갔다. 오피스 내부 식당과 테이크아웃 음료수 가게 앞은 대기 고객들로 북적였다. 디타워의 레스토랑 빌즈(bills) 관계자는 "평일에는 인근 직장인들이 많이 찾지만, 주말에는 가족 단위 손님들도 많이 찾아 주말 매출이 더 많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서울 종로구 광화문 피맛골 식당가(街)가 점심시간을 맞아 직장인들로 북적이고 있다(위 사진). 같은 시각 관철동 젊음의 거리 일대는 지나가는 행인을 셀 수 있을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다. /성형주 기자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서울 도심의 대표 상권인 종로 종각과 옛 피맛골 자리인 광화문 상권의 희비(喜悲)가 엇갈리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명동과 함께 강북권 핵심 상권으로 꼽혔던 종각 일대는 공실(公室)로 방치된 점포가 늘어나고 있는 반면 새 오피스 빌딩이 들어선 옛 피맛골 자리는 직장인과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붐비고 있다. 맛집이란 새로운 콘셉트를 강화한 옛 피맛골 상권의 새 빌딩으로 유동 인구들이 대거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500m 사이 두고 희비 엇갈리는 상권


    두 상권의 명암(明暗)은 월 임대료와 권리금 추이에서도 확인된다. 1일 부동산114와 FR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광화문 상권 3.3㎡당 월평균 임대료는 13만6950원으로 지난 1분기에 비해 23% 상승했다. 서울 상권 중 임대료 상승 폭이 가장 컸다. 반면 같은 기간 종각 상권은 월 임대료가에서 16.8% 하락해 임대료 낙폭이 가장 컸다. 종각 상가는 권리금도 하락세다. 젊음의 거리에 있는 1층, 면적 45㎡ 규모 점포 권리금이 2년 전 2억1160만원에서 지난 6월 기준 1억8138만원으로 14% 빠졌다.


    김민영 '부동산114' 연구원은 "옛 피맛골 상권의 경우는 새로운 오피스가 들어서면서 평일에는 든든한 직장인 배후 수요를 확보한 데다 주말에는 인근 경복궁, 세종문화회관 등을 찾는 나들이객들까지 맛집과 의류점으로 유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종각 상권은 높은 임대료 때문에 임차인 구하기가 쉽지 않아 매물이 쏟아지면서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종각 상가 평균 임대료는 서울에서 명동, 강남대로 다음으로 세 번째로 비싸다. 전통적으로 임대료가 비싼 '잘나가는 상권'이었지만 2014년 중반부터 인근 광화문에 들어설 새 오피스 빌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임대료가 더 뛰었다.


    관철동 상인 등이 속한 사단법인 관철동 문화발전위원회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인근 광화문에 새 오피스가 들어서면 인근 종각도 손님이 더 많이 유입될 것이란 생각에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올렸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오히려 광화문에 손님을 뺏기고 있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년부터 경기 불황 여파로 비싼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상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목 좋은 상권도 특성 없이는 생존하기 어려워졌다


    두 상권의 성쇠(盛衰)는 서울 상권 지형도 변화와도 연관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최근 몇 년간 서울에는 강남역, 명동, 신촌, 종로 등 전통적인 대표 상권 외에 이태원 경리단길, 신사동 가로수길, 북촌, 서촌 등 골목 상권이 인기를 끌면서 손님이 분산되고 있다는 것. 그나마 명동, 강남역은 중국인 관광객 위주의 상권으로 변모했지만, 종로의 경우 상권을 떠받칠 뚜렷한 집객 요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화섭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이사는 "종로 상권이 젊은 층을 끌어들일 새로운 매력을 찾지 않는 이상 당분간은 침체기를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