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소비·투자 '트리플 마이너스'

    입력 : 2016.09.01 09:43

    - 지난 7월 내수지표 동반 하락
    서비스업 생산 6.2% 급감
    개소세 혜택 끝나자 車판매 '뚝'
    투자는 11.6% 감소
    13년만에 가장 큰폭으로 떨어져
    전문가들 "추경 빨리 통과돼야"


    하반기에 경기가 급랭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생산·소비·투자 지표가 7월에 모두 동반 하락세를 보여 경기 둔화 우려가 커졌다. 상반기에 내수(內需)에 온기가 돌며 경기가 미약한 회복세를 보였지만 여름을 지나면서 다시 주저앉는 양상이다.


    31일 통계청이 내놓은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7월 산업생산은 6월보다 0.1% 감소했다. 4월에 -0.7%였던 산업생산(전월 대비)이 5월(2%), 6월(0.6%) 연속 반등하다가 다시 석 달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제조업은 1.3% 증가해 비교적 선방했지만 서비스업이 -0.7%로 부진한 탓이 컸다. 특히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의 생산이 6월보다 6.2% 급감했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7월이 휴가철인데도 폭염 탓에 야외 활동이 위축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비스업 생산이 감소한 것은 6개월 만이다.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도 7월에 2.6% 줄어들었다. 2014년 9월(-3.7%) 이후 22개월 만에 소매판매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자동차 구입할 때 개별소비세(개소세)를 깎아주는 제도가 6월 말로 종료되면서 차량 판매가 뚝 떨어진 것이 직격탄이었다. 7월의 승용차 판매는 전월보다는 26.4%, 작년 7월보다는 11.6% 감소했다. 판매 절벽 현상이 뚜렷했다.


    투자도 7월에 -11.6%(6월 대비)로 감소세로 돌아섰는데, 2003년 1월 이후 1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6월 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현실화되며 대외 여건이 악화되자 기업들이 투자를 줄여 긴축 경영을 한 탓이 컸다.


    투자 감소에는 개소세 인하의 약발이 떨어진 것도 적잖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업무용 차량 구입이 뚝 끊긴 탓에 운송장비 투자가 무려 31.5% 급감했다. 상반기에 완만한 상승세를 보인 소비·투자 지표가 결국 개소세 인하라는 한시적인 '비상 처방'에 기댄 결과였다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수출이 7월까지 역대 최장기간인 19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내수 지표마저 모두 마이너스로 나오자 정책 당국은 위기감을 표시하고 있다.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마이너스로 '트리플 부진'에 빠진 것은 지난 1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윤인대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산업계 구조조정,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 고용이 둔화되고 생산과 투자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수 지표는 8월에 더 악화될 수도 있다. 8월 중 자동차 제조사들의 파업으로 7만여 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고, 폭염이 절정에 이르면서 야외 활동이 7월보다 더 위축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 국회에서 하루빨리 통과돼 시중에 돈을 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3분기에 추경 11조원을 100% 집행하면 2만7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올해 경제 성장률이 0.129%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하반기에 외국인 관광객을 더 끌어올 수 있게 하고 추석을 전후해 공휴일을 늘리는 등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는 정책을 총동원할 필요가 있다"며 "계속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개소세 인하 카드를 다시 꺼내는 것까지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