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티드카, 2020년엔 6900만대... 세계 연간 車판매량 75% 달할 듯

    입력 : 2016.08.29 10:10

    [각국 스마트카 개발 경쟁]


    - 커넥티드카는 대중화 단계
    심전도 측정하는 운전대, 룸미러가 운전자 얼굴 인식
    안전벨트가 체형·건강상태 체크… 4년 내 상당수 차들에 장착될 듯


    - 자율주행車도 빠르게 상용화
    주요 車·IT 기업들 R&D 경쟁, 차선이탈 방지 등은 이미 적용…
    싱가포르선 세계 첫 자율주행택시… 한국선 2024년쯤 본격 서비스


    수년 내 차(車)를 바꾸려고 계획 중인 사람이라면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차의 개념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리에는 이미 첨단 전자 부품 덕분에 스마트폰 수준으로 똑똑해진 자동차들이 달리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불과 4년 뒤인 2020년 아예 사람의 손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self-driving car)'의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운전기사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 택시는 이미 싱가포르에 첫선을 보였다. 스마트폰이 수년 만에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것처럼 스마트카도 빠르게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차 그리고 도로가 변한다


    자동차는 이제 대형 '스마트 기기'가 돼 가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들도 자동차 부품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에 출원한 자동차 부품 관련 특허 3건을 보면 이 같은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삼성의 특허는 운전자의 얼굴을 인식하는 룸미러, 손바닥을 통해 심전도(心電圖)를 측정하는 운전대, 운전자의 체형·건강상태를 파악하는 안전벨트다. 룸미러에 내장된 카메라가 운전자의 눈 깜빡임, 얼굴 방향 등을 감지해 졸음운전에 대한 경고를 보내줄 수 있다. 운전대·안전벨트는 운전자의 심장박동, 복부 비만도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응급 시 의료기관에 연락하거나 건강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지문(指紋)·홍채(虹彩) 인식 기능을 통해 우리가 인터넷 금융을 이용하듯, 스마트카도 첨단 부품을 통해 운전자의 상태를 인식하고 원격 의료 서비스 제공까지 가능해진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에 연결된 자동차(connected car)'는 판매량 기준으로 2016년 1500만대에서 2020년 6900만대로 급증, 연간 팔리는 전체 차량의 75%에 이를 전망이다.


    ①구글이 선보인 '자율 주행차'. 내부에 운전대, 가속·브레이크 페달이 없다. ②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시범 운행을 시작한 무인 자율 주행 미니버스 'EZ-10'. ③기아자동차 관계자가 자사 승용차에 적용된 자율 주행 기능을 실험하고 있다. ④작년 11월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에서 현대자동차의 그랜저가 자율 주행하는 모습. /구글·블룸버그·기아차·장련성 객원기자


    스마트 부품을 장착한 똑똑한 자동차는 궁극적으로 사람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를 향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아직 운전자 없이 자동차가 혼자 주행을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스스로 앞차와 적정 거리를 유지하고 차선을 이탈하지 않도록 운전대를 슬쩍슬쩍 돌리는, 낮은 수준의 자율주행은 현대차의 제네시스 EQ900 등 여러 자동차에 이미 적용돼 있다. 또 메르세데스벤츠·BMW·포드와 같은 기존 자동차업체뿐 아니라 전기차업체 테슬라, 인터넷기업 구글, 중국 최대 검색 포털 바이두, 애플 등 업종을 막론하고 IT와 관련 있는 기업들은 일제히 자율주행 연구개발(R&D)에 뛰어든 상태다. 이들은 2020년을 전후로 자체 자율차를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자율차 시장을 잡으려는 주도권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차 기술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미래 먹거리로 여겨지면서 각국 정부도 자율주행차가 일반 차와 나란히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규제 개혁에 나서고 있다. 싱가포르는 최근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택시의 시범 운행을 허용했다. 승객이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부르면, 소프트웨어(SW) 기업 누토노미(nuTonomy)가 운영하는 자율주행 택시가 스스로 운전해 와서 승객을 태우고 목적지에 내려주는 방식이다. 아직 안전성 문제로 운전자가 탑승해 혹시 모를 돌발 상황에 대처하지만 무인차의 흐름은 빠르게 전 세계로 확산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도 최근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에 자율주행차를 포함시켜, 2019년까지 8대 핵심 부품을 개발하고 2024년까지 자율주행차의 융합 서비스 모델을 발굴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공유(共有)와 만난 자율주행차


    자율주행차는 공유(共有) 개념을 통해 수익 모델을 찾고, 기존의 운송·물류 사업도 송두리째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차 소유자는 회사에 출근해 일하는 동안에는 남들이 탈 수 있도록 차를 빌려줄 수 있다. 주차장에서 차를 놀리는 대신 자율주행차를 공유해 돈을 버는 것이다.



    기업은 다양한 크기의 자율주행 차량을 구입해 하루 종일 온 거리를 누비게 할 수 있다. 승객 한 명을 태우면 택시, 여럿을 태우면 버스, 짐을 실으면 화물차가 된다. 이런 발상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는 최근 자율주행 대형 트럭을 개발하는 벤처기업 오토(OTTO)를 인수했다. 더불어 스웨덴 자동차업체 볼보와 자율주행 택시를 공동 개발, 자사(自社) 자율주행 연구소가 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시범 운행에 돌입할 계획이다. 우버의 최고경영자(CEO)인 트래비스 칼라닉은 "비용 절감을 위해 운전자를 로봇으로 대체하겠다"는 포부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구글도 최근 숙소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의 임원을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담당 디렉터로 영입했다. 에어비앤비의 단기 대여 모델을 자율주행차에 접목시켜 수익 모델을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전승우 책임연구원은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산업 자체는 물론 우리의 일상생활과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