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5000억 自救案 제출, 공은 채권단에...

    입력 : 2016.08.26 09:47

    [막판까지 숨막히는 줄다리기]


    한진해운 법정관리 피하려고 趙회장 포괄적 私財출연 포함 자구안 규모 1000억 정도 늘려


    오늘 자구안 승인 여부 논의… 내주 초 최종결정 내릴 가능성
    "파산 땐 최대 17조원 손실"


    극적 회생(回生)에 성공할까, 아니면 파산 수순을 밟게 될까?


    자금난을 겪고 있는 국내 1위 해운업체인 한진해운은 25일 오후 5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조달하는 내용을 담은 자구안(自救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한진해운은 그동안 줄곧 4000억원 이상을 마련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지만, 법정관리만은 피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막판에 자구안 규모를 1000억원 가까이 늘렸다.


    하지만 채권단의 '7000억원 이상' 요구안과는 여전히 2000억원 이상의 격차가 있어 자구안이 수용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채권단이 자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진해운은 파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선주협회와 해운 전문가 등은 "국내 최대 해운사인 한진해운의 파산은 70년 역사를 가진 세계 6위 한국 해운 산업의 기반을 송두리째 붕괴시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채권단이 자구 규모를 둘러싼 논쟁을 거두고 한진해운 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막판까지 자구안 마련 진통… 조양호 회장, 사재 출연할 듯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진해운 재무팀. 채권단이 제시한 자구안 제출 시한인 25일 온종일 긴장감이 흘렸다. 앞서 한진해운과 채권단은 자구 규모를 놓고 지루한 줄다리기를 거듭해 왔고, 이날도 막판까지 자구안 내용을 두고 치열한 조율 작업을 벌였다.


    한진해운은 25일 5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조달하는 내용을 담은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사진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로비. /뉴시스


    채권단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2017년 말까지 1조~1조2000억원의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은 부족한 자금 가운데 최소 7000억원 이상을 한진해운에서 채워야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자구 규모가 7000억원에 못 미치면 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반면 한진그룹은 지난주까지 "4000억원 이상을 마련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었다. 자칫 그룹 전체가 경영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해운산업 붕괴를 막기 위해 한진그룹 총수인 조양호 회장이 막판에 자구 규모를 늘리기로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자구안에는 조 회장이 대주주로서 책임을 지기 위해 사재를 출연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포괄적 사재 출연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 파산 시 최대 17조원 손실"


    산업은행은 26일 채권단 회의를 소집해 한진해운이 마련한 자구안을 수용하고 경영 정상화 작업을 계속할지, 자구안을 거부하고 법정관리로 보낼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사안이 중대한 만큼 자구안을 충분히 검토한 뒤 다음 주 초 정도에 최종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업계에선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을 끊고 법정관리를 결정하는 즉시 '해운대란'과 함께 파산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해운업의 특수성 때문이다. 한진해운 법정관리가 결정되면 전 세계 주요 항만이 3개월 정도에 한 번씩 받는 항만 이용료와 급유비 등을 회수하기 위해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할 전망이다.


    또 한진해운에 화물 운송을 맡긴 화주(貨主)가 대거 운송 계약을 해지하고 중국·일본 등 다른 나라 선사에 물량을 돌릴 가능성도 높다. 양창호 인천대 교수는 "한진해운 같은 정기 선사는 소액 채권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이들이 한꺼번에 선박 압류에 나서면 파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운임 상승과 세계 3위 항만인 부산항의 기반 붕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한진해운이 퇴출되고 현대상선만 살아남을 경우 미주 노선 운임이 27.3%, 유럽 노선 운임이 47.2% 상승하고, 이에 따라 국내외 화주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운임만 연간 4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또 선주협회는 한진해운 파산 이후 화주가 중국·일본 선사로 물량을 돌리면 연간 1000만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 규모인 부산항의 환적 컨테이너 물량이 최대 7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봉기 선주협회 상무는 "세계 7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은 70년 역사의 한국 해운산업을 대표하는 회사"라면서 "연관 산업 매출 손실 등 직간접 손실을 합치면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비용이 17조원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