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클라우드, 한국 몰려온다

    입력 : 2016.08.26 09:22

    [IBM, SK㈜C&C와 손잡고 판교에 데이터센터 구축]


    - 인공지능 왓슨 앞세운 SK㈜C&C
    사물인터넷·빅데이터 융합, 기업에 맞춤형 서비스 제공


    - 아마존·MS도 한국 진출
    자연재해 위험 적고 전기료 싸… 내수시장도 크고 인터넷 발달
    아시아 거점으로 떠올라


    IT 서비스 업체인 SK㈜C&C가 미국 IBM과 손잡고 클라우드(cloud·가상 저장 공간)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SK㈜C&C와 한국IBM은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경기도에 구축한 '판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의 가동식을 열었다. 이 데이터센터는 연면적 6만6942㎡(약 2만250평)에 지하 4층, 지상 6층 규모다. SK㈜C&C는 이곳을 거점 삼아 인공지능 등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금융 업체에서 게임 회사까지 모든 산업 분야 기업들에 온라인 '저장 공간'을 임대해주는 서비스다. 세계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작년 1750억달러(약 195조원)로 세계 메모리 반도체보다 2배 이상 큰 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 국내에는 세계 1위인 아마존을 비롯해 소프트뱅크·마이크로소프트·IBM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인공지능 '왓슨'의 경쟁력 내세운 SK㈜C&C와 IBM


    SK㈜C&C와 IBM이 내세우는 최대 경쟁력은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에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을 융합해 기업 고객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IBM 인공지능 서비스인 '왓슨'이다. 똑똑한 왓슨이 고객사의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화된 사업 모델을 제안해준다. 단순히 데이터 저장 공간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서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IBM 왓슨은 3개월 전부터 한국어 습득 작업에 들어갔으며, 내년쯤이면 한국어를 이해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두 회사의 설명이다.



    예컨대 은행 창구에서 고객이 컴퓨터 앞에 앉으면 인공지능 로봇이 금융상품을 설명하는 식이다. 고객이 질문을 텍스트로 치면 왓슨이 대답을 해주고, 호텔 로비에서 손님을 안내하거나 법률 회사에서 의뢰인에게 간단한 법률 상담도 해준다.


    이번 판교 센터는 세계 47곳에 있는 IBM의 다른 데이터센터와 연결된다. SK㈜C&C의 이기열 전무는 "한국에 있는 데이터를 전 세계 데이터센터 어느 곳으로도 옮겨 사용할 수 있다"며 "해외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지역 클라우드 거점으로 급부상


    우리나라는 최근 아시아 지역의 클라우드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마존은 올 1월 서울에 전 세계 12번째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MS는 지난 6월에 내년 가동을 목표로 경기도 평촌·부산 등 한국에 데이터센터 3곳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번에 IBM의 진출을 포함하면 세계 1~3위가 모두 한국에 발을 들어놓은 것이다. 5년 전에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KT와 손잡고 경상남도 김해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도 했다.


    클라우드는 '가상의 저장 공간을 빌려주는 서비스'의 특성상 국가별 장벽이 없다. 예컨대 한국의 부산에 데이터센터를 세운 뒤 일본·중국·대만·태국 등 주변 국가의 기업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일본의 도쿄나 중국의 베이징·상하이, 대만 등과의 경쟁에서 서울·부산이 부상하는 이유로는 '낮은 자연재해의 위험성' '저렴한 전기 요금' '뛰어난 통신 인프라' 등이 꼽힌다. 소프트뱅크의 김해 데이터센터 고객이 대부분 일본 기업들인 것은 이런 이유다. 일본 기업들이 지진 발생으로 인해 온라인 서비스가 완전히 마비되는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김해로 옮겨놓은 것이다.


    한국에 대기업 고객사가 많은 것도 해외 데이터센터를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대기업은 물론 넥슨·엔씨소프트·네이버·카카오 같은 게임·인터넷 기업도 데이터 저장 수요가 큰 기업들이다. 한국IBM의 제프리 로다 사장은 "한국은 자동차·스마트폰 등 첨단 기업이 많고 광역 인터넷망도 잘 갖춰져 있다"며 "한국 데이터센터는 아시아 지역 서비스의 전략적 요충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