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이대훈 선수에게 배운 점

  • 유승용 리더피아 대표

    입력 : 2016.08.25 13:10

    사진=유승용 리더피아 대표

    "제가 이겼을 때 상대방이 인정을 하지 못하고 표정도 안 좋고 하면 저도 기분이 찜찜하더라고요. 경기에 지면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의 기쁨을 더 극대화시켜 주는 것이 선수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리우 올림픽, 태권도 남자 68㎏급 이대훈이 값진 동메달을 딴 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대훈은 8강전에서 요르단의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에게 8-11로 아깝게 패배해(몸통 공격이 계속 들어갔는데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는 판정의 아쉬움이 있었다), 모두가 기대했던 금메달이 좌절된 것에 실망을 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가장 클 이대훈은 오히려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 도전과 그랜드슬램 달성을 무산시킨 아부가우시에게 박수를 보냈다. 아쉽게 경기를 진 후에 그의 손을 번쩍 들어주며 승리를 축하해주기도 했다.


    그의 이러한 스포츠 정신으로 이대훈은 금메달리스트 이상으로 인기를 얻었다. 브라질 현지 관중들은 물론 그를 응원하는 많은 국민들이 그의 행동에 감동을 받았다. 이번 대회를 보며 올림픽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누구나 느꼈을 것이다. 관심이 좀 있다 해도 누가 금메달을 땄고, 금메달 수가 몇 개이고, 우리가 종합 몇 위인가를 주로 궁금해했다. 이런 마당에 스포츠 정신의 진한 감동을 준 이대훈과 같은 선수를 보는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물론 이번 대회에서는 이대훈 선수뿐만 아니라 명백한 오심에도 부상 투혼으로 동메달을 딴 레슬링의 김현우 선수, 결승에서 10-14로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불가능할 것 같은 5점을 연속으로 따내 극적인 역전승을 한 펜싱의 박상영 선수, 비록 메달은 못 땄지만 팀워크는 세계 최강이라 평가 받는 여자배구팀, 온몸으로 공을 막는 골키퍼로 다섯 번이나 올림픽에 출전한 핸드볼의 오영란 선수 등등 한국 선수들의 감동 스토리는 끊이지 않았다. 그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대훈 선수에게 특별히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가 보여준 스포츠 정신에는 '올바른 인성'이 깃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 어떤 영역보다 경쟁이 치열하고 상대방을 눌러 이겨야 하는 스포츠 세계에서, 그것도 큰 타이틀이 걸린 올림픽 대회에서, 석연찮은 판정에도 패배를 인정하고 그것도 모자라 승자의 기분까지 치켜 세워준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올바른 영향력'을 리더십이라고 봤을 때, 그 본질에는 반드시 '올바른 인성'이 있다. 이대훈은 스포츠를 통해 우리에게 올바른 인성으로 영향력을, 바로 '감동의 리더십'을 보여준 것이다. 리더십은 어떤 큰 기업이나 기관 등 조직의 대표나 지도자의 자리에서만 보여지고 발휘되는 것이 아니다. 이대훈과 같이 한 개인도 얼마든지 리더십으로 대중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만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이 곧 리더이기 때문이다.


    "요즘 군이나 사회에서 너무 인성을 강조하다 보니, 지휘관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좋은 인성을 지닌 리더로 보이기 위해 부하들 눈치를 보고 너무 맞춰주려고 하는 것 같다. 군 지휘관은 부하들이 함께 전장에 나갔을 때 그와 함께 하면 전투에서 반드시 승리한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역량, 즉 능력이 우선이다. 인성은 그 다음이다."


    얼마 전 군부대에 리더십 특강을 갔을 때 부대의 최고지휘관(사단장)이 강조한 말이다. '리더십의 가장 기본은 인성'이라고 강조하는 민간인 강사의 말이 조금 거슬렸던 모양이다. 군 조직의 특성상 '인성'도 중요하지만 임무 수행을 위한 '역량'의 중요성을 더 강조할 수 있기에 최고지휘관으로서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 지휘관이 말하는 정도의 역량을 갖춘 군 리더는 당연 인성도 함께 갖췄을 것이다. 군 지휘관도 성공적인 임무 수행을 위해서는 결국 자신은 물론 구성원(부하)들의 역량도 중요한데, 올바른 인성을 갖춘 지휘관이라면 역량 있는 구성원들이 진심으로 따르기 마련이다. 더욱이 실제 전장에서는 지휘관의 지시에 때론 목숨을 걸어야 하는데, 평소 올바른 인성으로 존경 받고 신뢰관계가 쌓여 있지 않은 지휘관을 과연 부하가 목숨을 걸고 따를 수 있겠는가.


    만약 이대훈 선수가 8강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예상대로 금메달을 땄다면, 올림픽이 끝난 지금까지 이처럼 주목을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대중들은 그의 탁월한 역량으로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를 축하해 주는 용기 있는 배려, 즉 그의 '올바른 인성'에 감동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