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상품 적극 골라 담은 ISA, 수익률도 웃었다

    입력 : 2016.08.25 09:49

    [25개 금융사 수익률 분석해보니]


    - 수익률 5.11% 1위 메리츠종금
    年 환산 수익률 15% 달해… 지지부진한 국내 주식보다는 베트남·미국 등 해외 100% 투자
    - 수익률 2위 HMC 투자증권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 중점… 해외 생명공학 펀드도 20% 투자
    - 개인은 아직 방관 중
    전문가 일임보다 신탁형 선호… 예금·적금 등에 사실상 방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도입된 지 6개월째다. ISA는 각종 투자 상품을 굴려 최대 200만원(5년간)을 벌었어도 세금 한 푼 내지 않아도 되는 비과세 상품이다. 6월 말 기준 모인 돈은 약 2조5000억원. 5년간 의무 가입한 후에야 비로소 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아직은 장기 레이스의 초반부라 할 수 있다. 매년 계좌에 넣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이 2000만원에 달하지만, 현재까지 가입한 사람들의 평균 가입 금액은 1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대다수가 일단 계좌만 터놓고 관망하는 중이란 얘기다.


    최근 증권사 16곳과 은행 9곳 등 25개 금융회사가 자사 최고의 브레인을 동원해 만든 '최적의 투자전략(이하 MP·모델 포트폴리오)'으로 ISA 계좌를 굴린 수익률이 공개됐는데, 분위기가 반전될지 주목된다. 어느 곳이 실력자인지 윤곽이 드러나면서 이들의 투자 바구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투자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ISA는 고객이 직접 굴릴 수도 있지만, 금융기관에 투자를 일임할 수도 있다. 투자에 자신이 없고 신경 쓸 시간도 부족하다면 어디가 '선수'인지 알아보고 돈을 맡기는 것도 방법이다.



    ISA 수익률을 집계하는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수익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MP의 면면을 분석해보니, 이들은 공통으로 국내보다는 해외를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지지부진한 국내 주식시장이나 쥐꼬리 이자를 주는 예·적금보다는, 위험성은 높아도 그만큼 고수익을 낼 기회가 있는 해외에 과감히 베팅을 했다는 얘기다. 투자 성향이 '초고위험'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판매한 MP 중에 출시 이후 5.11%라는 발군의 실적을 낸 메리츠종금증권의 '고수익지향형B' 상품은 해외에 투자금의 100%를 배분했다.


    ◇해외에 승부 걸수록 수익률 높았다


    메리츠는 해외에 투자금을 100% 배분하되, 해외 주식형 펀드에 80%, 해외 채권형 펀드에 20%를 나눠 넣었다. '초고위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여타 금융사 MP를 봐도 이 정도로 해외에 올인한 곳은 미래에셋증권('글로벌자산배분 일임형ISA-국내주식 제외'·수익률 0.41%)을 제외하면 없었다.


    도대체 메리츠는 해외 어떤 상품에 돈을 묻어뒀기에 연(年) 환산 수익률이 15% 넘게 나왔을까. 주식형은 베트남과 미국 대표지수에 투자하는 국내 운용사의 펀드를 각각 넣었고, 국내외 주요 헬스케어 종목에 투자하는 헬스케어 펀드도 담은 것이 비결이었다. 수익률을 따진 3월 중순부터 7월 중순 사이 해당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의 실적이 저조했지만, 훨훨 난 베트남 펀드 덕분에 전체 수익률이 고공행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상품은 총 수수료율이 2.32%로 업계에서 가장 높다. 수수료를 제하기 전 본래의 운용 수익률이 7.43%에 달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략을 짠 박희한 메리츠종금증권 영업추진팀 차장은 "국내 주식형 펀드는 어차피 비과세 되던 상품이기 때문에 굳이 ISA에 담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대신 비과세 혜택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에 과세 상품이던 해외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에 주목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익률 5.04%로 전체 2위에 오른 '고위험'군의 HMC투자증권 '수익추구형B2' 모델 역시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 중점을 뒀다. 중국 주식에 30%, 기타 아시아·태평양 등 신흥국 주식에 최대 50%를 넣고 해외 생명공학 펀드에도 20% 베팅했다. 총 5가지로 구분되는 위험 성향별 MP 수익률을 보면 대체로 해외 투자 비중이 높은 쪽이 좋은 결과를 냈다.


    이는 ISA가 출시된 3월 14일부터 수익률 집계가 마감된 7월 11일까지 국내보다는 해외시장 상황이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 증시는 제자리걸음을 했지만(코스피 상승률 0.8%) 해외, 특히 신흥국 증시는 평균 5% 상승했고 신흥국도 3%대 상승률을 보였다(MSCI 지수 기준). 하지만 해외를 투자 대상으로 삼고, 국가와 섹터별로 분산 투자하는 것이 어떤 상황에서도 결과적으로는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수익률 1등을 한 메리츠종금증권은 최근 미국 펀드 대신 아시아 신흥국 펀드로,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 대신 중국 펀드로 갈아타는 MP 조정 작업을 벌였다.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세일즈 앤 트레이딩(S&T)그룹 부사장은 "시장 상황은 언제든 변하기 때문에, 3~6개월마다 포트폴리오 조정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일임형의 경우, 본인이 계좌를 보유한 금융사 담당 직원에게 찾아가 "지금쯤 중국에 투자해보고 싶다. 중국 비중을 높여달라"라고 요구하면 적당한 상품을 골라주기도 한다. 일임형 ISA 계좌를 운용하는 덕분에 '나만의 PB'가 생기는 셈이다. 이렇게 해주는 대가로 평균 1%대 수수료를 떼간다.


    ◇개인은 예·적금, 전문가는 펀드 사랑


    전문가들이 MP를 내놓으며 각축을 벌이고는 있지만, 아직은 개인이 알아서 계좌에 상품을 담는 '신탁형' 잔고가 훨씬 크다.


    'ISA 다모아(isa.kofia.or.kr)' 사이트에 올라 있는 신탁형 계좌의 투자 자산 배분 현황을 보면, 예·적금이 50%로 가장 많았고, ELS(주가연계증권)·ELB(파생결합사채) 같은 파생상품이 31.1%로 그다음이었다. 증권사들이 계좌 유치를 위해 미끼상품으로 내놓은 특판 RP(환매조건부채권)도 14.9%로 비중이 상당했다. 국내외 주식형·채권형을 막론하고 펀드는 단 3%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개인이 일단 '모르겠다'며 예금이나 적금 계좌를 ISA를 통해 터놓은, 사실상 방치 상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의 일임형 상품은 이와는 판이했다. 채권형 펀드나 주식형 펀드 등 펀드에 50% 이상 투자하고 있었다. 초반 수익률에 신경을 쓰다 보니 고위험·고수익 투자 전략을 택한 것이다.


    ISA에는 연간 2000만원까지 넣을 수 있고, 의무 가입기간 5년을 채운 시점에 일괄 과세한다. 만기 인출 때 계좌 내 상품 간 손실과 이익을 통산(5년간 상품별 전체 수익과 손실을 더하고 뺌)한 뒤 '순소득'에 대해 200만원까지 비과세하고, 순소득이 200만원을 넘는다면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9%(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9.9%) 분리과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