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체력으론 '저성장 늪' 탈출 못해... 追更은 최소한의 불쏘시개"

    입력 : 2016.08.24 10:15

    [추경 무산 위기에 우려 목소리]


    3중고 겪는 한국경제 - 성장엔진 수출, 19개월 연속 감소
    금리 계속 낮춰도 소비 안 살아나… 조선 등 구조조정으로 실업 급증


    11조원도 부족한데… - GDP의 1%도 안되는 금액
    구조조정으로 사라지는 일자리, 추경으로 일부라도 만들어야


    한국 경제는 2%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그나마 2013년 17조3000억원, 작년 11조5000억원 추경을 집행하고 한국은행이 2012년 이후 금리를 여덟번이나 내려 만들어낸 '쥐어짜기' 식 정책의 결과다.


    정부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2.8%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낮은 성장률도 11조원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을 투입해 0.1~0.2%포인트쯤 성장률을 올려야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간 유일한 성장 엔진 역할을 하던 수출은 세계 무역 위축 탓에 20개월 가까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 여파로 조선, 철강, 해운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던 산업들은 '대수술'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내수의 불쏘시개가 되고 일자리 감소를 막는 방어벽 역할을 해야 할 추경이 국회 문턱에 막혀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재정으로 내수를 못 살리면 경제가 축소 지향으로 갈 수 있다"며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 체력으론 추경 불발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꺼져가는 수출 엔진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우리 경제 회복에는 중국 특수로 인한 조선·자동차·철강·석유화학 산업의 수출 호황이 큰 힘이 됐다. 하지만 이젠 수출 엔진이 꺼질 위기에 처했다. 우리나라 수출은 작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19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다. 통계가 집계된 1970년 이후 가장 긴 기간이다. 문제는 수출 부진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전 세계가 경기 침체에서 헤매면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보호무역주의 기류가 강해지고, 그 결과 세계 무역이 침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1~6월) 세계 무역액은 14조4250억달러로 2010년 이후 6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수출 엔진이 힘을 잃으면서 우리나라 100대 기업 매출은 2014~2015년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 등 조선업 구조 조정이 진행 중인 울산·거제 등에선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7월 한 달 동안 울산·경남에서만 제조업 일자리가 5만개 넘게 사라졌다. 대기업 하도급 중소기업들이 문을 닫으면서 인천 남동공단, 경기 시화·반월공단에서는 '공장 임대' 현수막이 넘쳐나고 있다.


    ◇금리 계속 내려도 꿈쩍 않는 소비


    한국은행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사상 최저인 연 1.25%로 낮추면서 경기 회복의 불씨를 보탰다. 하지만 한은이 금리를 낮춰도 소비는 살아날 조짐이 없다. 금리 인하로 이자 부담이 줄어든 가계는 소비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저축을 늘리고, 기업은 경기 전망이 어둡다 보니 쉽사리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4~6월) 가계의 평균 소비성향은 70.9%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낮았다. 소비성향은 가계가 쓸 수 있는 소득에서 소비한 돈의 비중인데, 가계가 지갑을 닫으니 그 비중이 떨어진 것이다. 총 투자율도 2011~2015년 사이에 32.9%에서 28.5%로 떨어졌다. 미국·독일·일본 등은 총 투자율이 증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떨어졌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인하와 더불어 추경 등 재정 정책이 함께 이뤄져야 경기 부양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11조원 추경도 부족한데 못 한다니"


    이번 추경 11조원은 가라앉는 경기를 확 띄울 정도의 묘약은 아니다. 하지만 구조 조정이 진행되는 와중에 최소한 방어벽은 될 수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번 추경으로 올해 2만6820개, 내년 4만5490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구조 조정으로 사라지는 일자리를 일부라도 채울 수 있는 것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한 불안감은 가셨다지만, 최근엔 미국이 9월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 경제가 취약한 상태에서 내우외환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두원 연세대 교수는 "수출이 저조한 지금 한국 경제가 기댈 곳은 내수뿐인데, 내수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추경이 늦어지면 성장에 악영향을 준다"며 "추경 11조원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도 안 되는 적은 금액인데, 정쟁으로 발이 묶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