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울타리 못 벗어나는 '소프트 韓流'

    입력 : 2016.08.24 09:44

    한국 대표하는 인터넷·게임업체, 해외 매출 대부분 동남아서 올려
    IT 본거지인 북미·유럽에선 매출 10위권내에 한국 앱 全無
    中은 과감한 M&A로 시장 개척… 모바일게임 강자들 잇따라 인수


    국내 1위 모바일 게임업체 넷마블게임즈(넷마블)는 지난 4월 미국 디즈니의 캐릭터를 이용한 모바일 게임 '디즈니 매지컬 다이스'를 출시했다. 한국·동남아시아에서 2억 다운로드 이상 기록한 캐주얼 보드 게임 '모두의 마블'에 미키마우스 같은 디즈니 캐릭터를 입혀 북미·유럽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출시 직후 미국 현지에서 "완성도가 낮다"는 지적을 받았고, 현재 모바일 게임 인기 순위(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에서 30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스마트폰·TV로 대표되는 한국 하드웨어 산업은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지만 게임과 메신저, 콘텐츠 등 소프트 산업은 여전히 동남아시아 한계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외 진출에 성공한 메신저 서비스나 게임은 대부분 일본·중국·동남아시아에서 매출을 올렸다. 네이버·카카오·넥슨·넷마블·SK플래닛 등 한국 대표 인터넷과 게임 업체들이 북미·유럽 현지 기업과 제휴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게임·메신저·음악 등 연이어 북미·유럽 진출 실패


    넥슨은 올 상반기 매출 1조282억원을 기록, 창사 이래 처음 상반기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넥슨은 "해외 사업 성장이 실적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넥슨의 해외 매출은 대부분 중국에서 번 것이다. 상반기 중국 매출이 전체의 40% 이상인 반면 북미·유럽은 합해서 10%도 안 된다. 넷마블도 지난 2분기에 해외 매출 비중이 53%에 달했지만, 대부분 일본과 동남아에서 벌어들인 수익이다.



    대표적인 인터넷 수출품인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 역시 동남아 한계선 안에 있다. 라인은 일본에서 다운로드 6500만건 이상, 인도네시아·태국에서는 각각 3000만건 이상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훨씬 큰 미국에서는 2500만건에 그쳤다. 월 평균 이용자도 일본·태국·대만·인도네시아 4개국이 1억5700만명으로 전체의 71%에 달한다.


    전체 앱(응용프로그램) 순위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앱 분석 업체인 앱애니에 따르면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는 매출 10위에 드는 한국 앱이 각각 4개, 2개를 차지했다. 하지만 북미·유럽 지역에서는 10위권에 드는 앱이 하나도 없다. 미국에서 컴투스의 모바일 게임인 '서머너즈 워'가 18위에 올라 있는 정도다.


    ◇경쟁자들이 선점… 언어·문화 차이도


    한국 업체들은 현지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미국·유럽 시장을 계속 두드리고 있다. 네이버는 동영상 서비스 북미 진출을 위해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현지 법인 웨이브 미디어를 설립하고 미국 할리우드의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공격적인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넷마블은 세계적인 SF(공상과학) 영화인 '스타워즈'를 활용해 북미 시장용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넷마블 방준혁 이사회 의장은 "미국 모바일 시장은 한국의 10배다. 여기를 뚫지 못한다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어렵다"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페이스북·구글·블리자드(게임) 등 현지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안착하는 데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고 분석한다. 글로벌 1등 기업들의 독점력이 갈수록 확대되는 데다 언어와 문화 장벽을 넘어서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영어 서비스를 출시하는 미국 기업과 달리, 번역과 현지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서비스의 적시(適時) 출시도 어렵고 완성도도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비슷한 문제를 겪는 중국 업체들은 해결책으로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택했다. 중국 모바일 메신저 기업 텐센트는 세계 1위 모바일 게임 업체인 핀란드의 수퍼셀과 미국의 에픽게임즈를 연이어 인수했다. 알리바바는 이스라엘의 게임 업체인 플레이티카를 44억달러(4조9000억원)에 인수했다. 우리나라 인터넷·게임업체들이 따라 하기 힘든 행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