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테크' 중심 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우후죽순

    입력 : 2016.08.23 12:10

    자율주행·커넥티드카 등 개발… 車업체들 연구소 설립 잇따라
    벤처기업들에 대한 투자 늘려 "車 중심, 디트로이트에서 이동"


    국내서도 車기술 벤처 45개 활동… 규제 많아 한국만 외톨이 우려도


    22일 서울 삼성동 JBK컨벤션 홀에서 현대자동차가 개최한 '해커톤(Hackathon)' 행사. 국내 컴퓨터·전자·통신 전공 학생들과 벤처기업 종사자 100여명이 참여, 미래형 자동차인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IT기술을 활용해 운영하는 차) 관련 서비스를 제안하는 경연대회였다. 각종 운행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컴퓨터 지식을 이용해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이었다. 해커톤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을 합친 말로 원래는 구글이나 애플 등 실리콘밸리 IT(정보통신기술) 업체들이 2000년대부터 외부 인재 수혈을 위해 벌여온 축제성 이벤트이다. 현대차도 관련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프로그래머를 육성하기 위해 해커톤을 국내에서 연 것이다.


    22일 서울 삼성동 JBK컨벤션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해커톤'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새로운 서비스 아이디어를 연구하고 있다(위 사진). 지난 2014년 로컬모터스 지미 로저스(오른쪽 좌석) CEO가 몰고 나타난 3D 프린팅 제작 자동차 '스트래티'(아래 사진). /연합뉴스·3D프린팅인더스트리


    이처럼 현대차 등 자동차 업계 전체가 벤처 생태계 연구에 나서고 있다. "미국 자동차 업계 중심이 디트로이트에서 실리콘밸리로 이동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현재 현대차를 비롯해 GM·포드, BMW·폴크스바겐·메르세데스벤츠, 도요타와 혼다·닛산 등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예외 없이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일대에서 활동하는 이른바 '오토테크(Auto Tech· 자동차 기술)' 벤처기업들에 대한 투자도 점점 늘고 있다.


    ◇실리콘밸리 최대 관심사는 '오토테크'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투자가 집중되는 회사들은 자율 주행차(무인차), 커넥티드카, 차량 공유 서비스, 디지털 지도 등 '오토테크' 관련 업체들이다. 지난 3월 GM이 10억달러 이상을 주고 인수한 크루즈 오토메이션은 기존 차량을 자율 주행차로 개조할 수 있는 3500달러짜리 키트(장비)를 개발하는 곳이다. 이제 창업한 지 불과 3년 차인 신생 벤처기업이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자동차가 내연기관이 아니라 전자제품처럼 변하면서 해킹 방지 소프트웨어, 배터리 성능 기술, 전기 엔진, 충돌 방지 센서 등 다양한 관련 기업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테슬라 인력들이 나와 창업한 전기차 업체 페러데이 퓨처, 3D 프린팅 자동차를 시험 제작 중인 로컬모터스, 자율 주행 스마트 트럭 양산을 목표로 하는 니콜라 모터스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오토테크 태동


    지난 12일 서울 삼성동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건물에서는 국내 오토테크 벤처기업 소개 행사가 있었다. 이 자리에는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 툴을 만드는 팝콘, 자동 차량관리 서비스 카페인모터큐브,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 지오라인, 차량 소프트웨어 개발사 볼트마이크로 등이 참가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오토테크 벤처기업은 45개 정도. 현대기아차에서 후원하는 광주창조혁신센터에도 오토테크 벤처기업들이 다수 입주해 있다. 아직은 규모가 작지만 앞으로 자동차 업계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이들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르노삼성자동차 프랑스 본사 담당자들도 이들 오토테크 벤처기업 대표들을 만나 투자 여부를 타진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중국·일본에 비해 부진


    도요타는 지난 1월 실리콘밸리에 도요타리서치인스티튜트를 설립, 5년간 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 베이징자동차도 이곳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웠으며, 상하이자동차는 오토테크 벤처기업 투자회사를 만들었다. 현대차 역시 실리콘밸리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는다는 목적으로 2011년 현대벤처스를 현지에 세웠으나 아직까지 투자 실적은 미미하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 업계가 커넥티드카, 자율 주행차, 전기차 등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할 정도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규제나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자업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업계도 하드웨어에 치중하다 세계적인 흐름에 뒤지고 있는데 지금부터라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동차 업계를 둘러싼 각종 규제를 풀어야 오토테크가 활성화할 수 있다"면서 "개별 기업 차원이 아니라 대학과 연구기관, 금융기관, 투자회사 등이 협업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