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가계부채... '주담대'가 주범인가

    입력 : 2016.08.23 10:27

    [25일 정부 종합대책에 관심 집중]


    - 금융당국 "주담대 더 조여야"
    대출 규제에도 주담대 비중 늘어 상환능력 떨어지면 가계 위기 초래
    '집단 대출' 부실화 가능성도 우려
    - 건설업계 "신용대출이 더 위험"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은 우량대출
    연체율 0.24%, 신용대출의 절반… 무작정 추가 규제땐 혼란만 가중


    정부가 오는 25일 내놓는 가계 부채 추가 종합대책에 부동산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계 부채가 1200조원을 넘어서자, 지난 19일 국토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은 가계 부채 관리협의체 회의까지 열었다. 그러나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가계 부채가 급증한 원인을 놓고 "전체 가계 부채의 54%를 차지하는 주택 담보 대출을 더 조여야만 한다"는 금융 당국과 "현 가계 부채 위기는 주택 담보 대출 때문만은 아니다"라는 국토교통부·건설 업계의 입장이 부딪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말 우리나라 총가계 부채는 1223조7000억원으로, 2014년 3분기 이후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가 성장하면서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과도하게 급증하는 가계 부채는 소비를 제약해 성장률을 갉아먹을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집을 담보로 대출을 하는 주택 담보 대출은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 대출자들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대규모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2008년 미국발(發) 금융 위기의 첫 단추도 주택 담보 대출의 부실이었다.


    ◇급증하는 가계 부채


    금융 당국은 가계 부채 위기의 주범이 주택 담보 대출이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통해 금융사들의 대출을 죄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지난 1분기 증가한 총가계 부채 20조6000억원 중 주택 담보 대출 증가분(13조7000억원)이 67%를 차지했다. 지난달 은행 가계 대출도 전월 말보다 10%(6조3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금융 당국은 그 원인 중 하나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을 받지 않는 집단 대출을 지목한다. 집단 대출은 아파트를 분양할 때 건설사가 주택도시보증공사나 주택금융공사 등으로부터 보증서를 받아 은행 등에서 중도금을 빌린 뒤 계약자에게 연결하는 대출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집단 대출은 소득과 관계없이 한꺼번에 대출이 이뤄져 위험성이 내재해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말 집단 대출 규모는 115조5000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5조2000억원 늘었다.


    금융 당국은 2018년 주택 공급 과잉이 현실화되면서 집단 대출이 부실화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투자용으로 집을 분양받은 소유자가 입주자를 구하지 못하면서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 담보 대출보다 신용 대출이 더 위험" 반론도


    국토교통부와 건설 업계는 가계 부채 위기는 주택 담보 대출 때문이 아니며, 무작정 추가 규제를 도입할 경우 큰 효과 없이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주택 담보 대출은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가 적용되는 우량 대출이며 연체율도 높지 않기 때문에 부실 위험이 낮다는 것이다.


    실제로 위험 진단 지표로 볼 수 있는 은행권 대출 연체율을 보면, 올 6월 기준 주택 담보 대출 연체율은 0.24%로 가계 신용 대출(0.48%)의 절반 수준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권이 문제 삼는 집단 대출의 연체율(0.43%)도 가계 신용 대출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주택 담보 대출로 받은 돈이 모두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작년 1~9월 시중 5대 은행의 주택 담보 대출 자금 용도별 비중을 보면, 대출을 받아 생활비로 사용한 경우가 전체 중 12.1%였다. 김의열 한국주택협회 정책실장은 "가계 부채 위기가 모두 부동산 시장 과열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과도하다"며 "투기 세력을 잡을 수 있는 대책은 금융 규제가 아니라 청약 시 지역 거주자 우선 제도나 청약가점제 확대 같은 제도"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냉각시키지 않으면서 가계 부채 잡는 묘수 고민


    부동산 업계에서는 규제가 시장을 냉각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성래 대한주택건설협회 서울시회장(동익건설 회장)은 "부동산 경기가 사실상 국내 경기를 떠받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규제를 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집단 대출은 '아파트'라는 담보가 분명한 대출인 만큼, 은행이 자율적으로 심사할 수 있게 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TF 팀장은 "가계 부채 잡겠다고 주택 담보 대출을 조이면, 서민들은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빌릴 곳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잘못하면 규제가 효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시장 혼란만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을 죽이지 않으면서 가계 부채 문제도 안정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