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빼면... 코스피 고공비행은 착시?

    입력 : 2016.08.22 09:13

    [개미는 돈 못 버는 랠리 왜?]


    삼성전자 시총, 주식시장의 20%… 작은 변화에도 코스피 지수 요동
    18일 코스피 지수는 올랐지만 주가 떨어진 종목이 훨씬 많아
    삼성전자 주가 더 뛰더라도 다른 종목은 '팔자'로 돌아서
    코스피, 되레 주춤할 가능성도


    30대 직장인 박지원씨는 최근 코스피 지수가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다는 소식에 마음이 불편하다. 코스피는 오르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투자 꾸러미에 담은 종목들의 수익률은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박씨는 "코스피가 올라도 주위에 주식에 투자해서 돈 벌었다는 사람은 못 봤다"면서 "주가지수는 오르는데 정작 내가 가진 종목은 오르질 않으니 박탈감이 오히려 더 크다"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코스피가 2000선을 회복한 이후 19일 종가 2056.24포인트까지 50포인트 넘게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투자자들은 코스피 지수 상승세를 그다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8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1.72포인트(0.57%) 올랐지만, 유가증권시장에서 주가가 오른 종목 (329개)보다 주가가 내린 종목(474개)이 훨씬 더 많았다. 증시에서는 이러한 모순의 이유를 삼성전자의 독주(獨走)에서 찾고 있다.


    ◇코스피 아닌 삼스피?


    최근 코스피 '랠리'는 삼성전자 주가의 상승세에 힘입은 바가 크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4~6월)에 8조원대의 잠정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6일 발표했다. IM(IT 모바일), 반도체, 소비자가전(CE) 등 전 부문에서 고르게 이익을 내는 '어닝 서프라이즈'에, 6월 말 주당 140만원 선에 머물던 삼성전자 주가는 7월 중순 150만원을 넘어섰다. 여기에다 최근 출시한 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 7'이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삼성전자의 주가는 18일과 19일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마의 벽'으로 여겨지던 160만원을 넘어섰다.



    만약 삼성전자의 선전이 없었다면 현재 코스피는 어느 수준일까. 지난달 13일 이후 삼성전자의 주가가 변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현재 코스피 지수는 2016포인트 선에 머문다. 삼성전자 한 종목이 지수를 40포인트가량 끌어올린 셈이다. 유가증권시장 전체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19일 현재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비중은 유가증권시장 전체의 18.1%를 차지한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우선주인 '삼성전자우'의 시가총액까지 감안하면 전체 시가총액의 20%를 넘어선다. 삼성전자의 주가 움직임에 코스피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A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가에서는 '코스피(KOSPI)가 아닌 삼스피(SAMSPI)라고 불러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고 했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세는 다른 종목엔 악영향 미칠 수도


    삼성전자의 독주가 코스피 지수 착시(錯視) 현상에 그치지 않고 다른 종목의 주가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있다. 정규봉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면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은 투자 꾸러미에서 삼성전자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면서 "삼성전자를 사들이려면 기존에 편입돼 있던 다른 종목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측면에서 다른 종목의 주가는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코스피가 2000포인트를 넘어서면서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지는 현상은 이 같은 경향을 더욱 부채질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이후 18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2조1596억원가량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정 연구원은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몰려들 때는 유입된 자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사면 되지만, 펀드에서 오히려 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는 삼성전자를 사들이기 위해 다른 종목의 주식을 더 많이 팔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코스피가 2050포인트를 넘어서면서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도 전체 주가지수의 상승 동력이 점차 약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2000.93으로 마감한 코스피는 12일 2050.47까지 급상승했지만, 이후 19일까지 6포인트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상승세에 맞춰 코스피가 계속 오르기보다는 이제는 삼성전자가 코스피와 키 맞추기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200만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그와 별개로 코스피 상승세는 주춤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