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카페 '꼼수 대출'... 도와준다며 바가지 금리

    입력 : 2016.08.19 10:03

    [대출모집인·대부중개인 결탁해 급전 필요한 서민 울려]


    다룰 수 있는 대출 영역 다른데 차이점 모르는 일반인들 속여
    고금리 대출 알선후 수수료 나눠
    여러 이름으로 거짓 후기 올리고 확보한 개인정보 팔아먹기도
    당국 "직접 금융사에 확인하고 되도록이면 한국이지론 이용을"


    저축은행 두 곳에서 연 20%대 초반 금리로 700만원가량을 빌려 쓰고 있는 직장인 김모(35)씨는 최근 인터넷 카페를 통해 은행 대출을 받으려다 낭패를 봤다.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한 시중은행 대출 모집인은 김씨에게 "2금융권 대출이 있어서 은행 승인이 바로 안 난다"며 "대출 여부 조회가 안 되는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 기존 대출을 갚으면, 1~2개월 후 신용도가 올라가니 그때 다시 은행 대출을 시도해보자"고 제안했다. 김씨는 모집인의 말만 믿고, 그가 소개해준 대부업체에서 법정 최고 금리인 연 27.9%로 돈을 빌려 저축은행 대출을 갚았다. 한 달쯤 뒤 다시 연락하자, 모집인은 "저축은행 햇살론(정부가 지원하는 중금리 신용대출)을 받아보는 것이 어떠냐"고 말을 바꾸더니 다른 모집인을 소개해줬다. 하지만 김씨는 연봉이 3500만원쯤 돼서 햇살론 대상자(연소득 3000만원 이하)가 아니었다. 그러자 모집인은 "다시 은행에 알아보겠다"고 하더니 연락이 두절됐다. 결국 김씨는 대출 모집인에게 속아 금리가 더 높은 대출로 갈아탄 꼴이 됐다.


    ◇대출 중개업자들의 '고객 넘겨주기' 불법 영업


    김씨의 경우처럼 일부 대출 중개업자가 인터넷 카페를 통한 '꼼수 영업'으로 급전(急錢)이 필요한 서민들을 울리고 있다. 대출 모집인과 대부 중개인이 결탁해 서로 고객을 알선해주며 수수료를 챙기는 식의 '불법 다단계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 모집인은 은행·저축은행·보험·캐피털 등 금융회사 중 1곳에만 등록돼 해당 회사의 상품을 중개해주는 사람이다. 대부 중개인은 여러 대부업체와 계약해 활동한다. 따라서 대부 중개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는 원칙적으로 대부업체 상품만을 소개해야 하는데, 햇살론이나 새희망홀씨(은행에서 판매하는 서민용 신용대출)와 같은 1·2금융권 금융 상품을 버젓이 알선하고 있다. 또 대출 모집인이 운영하는 카페에서는 대부업체 상품들도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자기 분야 대출 상품을 소개하지만, 자격 미달이나 조건이 맞지 않을 경우 다른 분야 대출 중개업자들에게 고객을 넘기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나눠 먹는다. 업계에 따르면 대출 모집인이 받는 중개 수수료는 보통 대출금의 3~4%인데, 중개업자들은 대출자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소개해주면서 이 수수료를 나눠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상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저축은행 대출 모집인은 올해 6월 말 기준 3435명으로 최근 2~3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금융업계의 대출 모집인 수는 지난 3월 말 기준 1만1000명쯤 된다.


    ◇일부 대출 중개업자, '사기 영업'도 서슴지 않아


    더 큰 문제는 일부 대부 중개인이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 정책 금융 상품 대출을 원하는 사람에게 "심사해보니 자격이 안 된다. 비교적 저렴한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을 알려주겠다"고 속여서 높은 금리의 대출 상품을 이용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될 경우 위 사례의 김씨처럼 금리가 더 높은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는 피해를 보게 된다.


    또 일부 대부 중개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선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대출 후기를 조작하기도 한다. 카페 회원을 사칭하며 "싸게 돈 잘 빌렸다" "대출이 거의 불가능해보였는데, 대출 승인이 나게 해줬다" "햇살론 대환 성공했어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같은 대출 후기를 수십개 올려두는 식이다. 일부 인터넷 카페에서는 대출 상담 과정에서 취득한 개인 정보를 다른 대출 모집인에게 판매하는 불법행위도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 중개업 등록을 해놓은 한 인터넷 카페는 개인 회생이나 파산을 유도하기 위한 변호사 연결, 자동차 등의 동산(動産) 담보대출, 도박 채무 해결 등을 도와준다면서 종합 채무 상담센터 행세를 하고 있다.


    대출 모집인들의 다양한 불법행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피해자는 급증하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및 상담 건수는 2013년 8만1158건에서 지난해 13만5494건으로 2년 사이 67%가량 늘었다.


    금융감독원은 대출 중개업자들의 편법 영업이 심각하다고 보고, 올 하반기 중 업계와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출 중개업자들의 불건전 영업 행위를 차단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 모집 법인들이 '서민'이 포함된 상호를 써서 공공기관인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부의 정책 목적을 위해 설립한 기관이나 상품 등과 유사한 상호는 쓰지 못하게 할 계획"이라며 "대출을 받고자 할 때 되도록이면 직접 금융회사에 연락하거나 공적 대출 중개 회사인 한국이지론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