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먼저 내놓겠다"... 각국 자율주행車 주도권 경쟁

    입력 : 2016.08.18 10:34

    - 차량공유社 등과 합종연횡
    포드 "2021년에 대량 출시하겠다"
    벤츠 등도 2020년까지 개발 목표
    GM은 무인 콜택시 사업 계획
    싱가포르, 2년후 무인택시 상용화
    中서는 무인버스 시범 운행


    한국 기술, 獨·美에 3~4년 뒤져 "지금이라도 적극 뛰어들어야"


    미국 2위 자동차회사인 포드가 16일(현지 시각) 운전대나 가속·브레이크 페달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을 2021년부터 대량 출시하겠다는 '깜짝 선언'을 했다. 이는 완전 자율주행차가 대량 생산돼 일반 시장에서 판매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마크 필즈 포드자동차 최고경영자(CEO)는 "자율주행차는 특히 차량 공유나 예약 사용 등 상업적 서비스에 특화될 것"이라며 "자율주행차 대량 출시는 포드가 100여년 전 처음으로 컨베이어 벨트 방식을 도입한 것과 맞먹는 변화"라고 말했다.


    ◇전 세계는 '자율주행 합종연횡 시대'… 차량공유 업체 등과 협업


    자율주행 차량은 일반 차량에 비해 센서 등 값비싼 부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초기에는 차량공유 업체나 택시 업체 등에 낮은 단가로 대량 공급된 뒤 점차 일반 소비자들에게로 확산될 전망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인과 달리 차량을 대거 보유하는 차량공유 업체나 택시 업체들은 운전사가 필요없는 자율주행차 도입으로 인건비를 줄이고, 사고(事故) 감소로 보험료 등 유지·보수 비용까지 아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게다가 완성차 회사 입장에서도 홍보·마케팅 측면에서 대량공급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 초에는 미국 제너럴 모터스(GM)도 차량공유 업체인 리프트에 5억달러(약 55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GM과 리프트는 장기적으로 자율주행 무인 콜택시 네트워크도 구축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운전기사가 함께 탑승해 위급 상황에 대처하도록 할 계획이지만 곧 운전기사가 없는 자율주행 자동차 무인 택시를 운행할 방침이다. 아시아에도 조만간 무인(無人) 택시가 등장한다.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누토노미는 올가을 싱가포르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최근 자금 조달(펀딩)에서 1600만달러(약180억원)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는 2018년에는 싱가포르에서 상용 택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의 정통 강자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달 일반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 버스를 선보였고, 2020년까지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량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자동차 브랜드 재규어·레인지로버도 2020년까지 영국 위틀리에서 연구용 자율주행 자동차 100여대를 생산해 시험 주행할 계획이다. 재규어·레인지로버 관계자는 "이번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는 포장도로를 벗어나 모든 지형에서 날씨와 무관하게 자율주행하는 걸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에는 다양한 분야 첨단 기술이 들어가기 때문에 최근 자동차업계에서는 전략적인 M&A(인수합병)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포드는 이날 자율주행차 기술 향상을 위해 인공지능의 일종인 머신러닝 기업인 이스라엘의 SAIPS를 인수하고 레이저 센서 제조업체인 벨로다인 라이더에 7500만달러(약 800억원)를 투자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빠른 추격자'도 되기 힘든 상황"


    반면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은 독일·미국 등에 비해 3~4년 뒤처져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실제로 2010년 첫 시범 자율주행차로 '투싼ix 자율주행차'를 선보인 현대자동차는 2030년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가 목표라고 밝혔다. 또 현대차, 서울대 연구팀에 이어 현대모비스가 지난 5월에야 세 번째로 자율주행차 임시 운행 허가를 받는 등 연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이 순혈주의를 강조하다 보니 ICT(정보통신기술) 강국이면서도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 역량은 상당히 뒤처져 있다"며 "최근 전 세계적인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을 보면 한국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는커녕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도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동차산업 후발 주자인 중국은 최근 상하이에 여의도 면적 3분의 2 넓이 자율주행차 전용 시험장을 개장하고, 무인 버스 시범 운행에 들어간 안후이성의 우후시는 5년 뒤 모든 버스를 무인차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시장조사업체 IHS는 자율주행차의 전 세계 연간 판매량이 2025년 23만대에서 2035년 118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자동차 관련 기업·연구기관·대학 등이 힘을 합쳐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추격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