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의 환경톡톡 - 10] 피크전력, 발전소 늘리고 생명은 줄인다

  •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

    입력 : 2016.08.11 10:56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

    "폭염경보, 노약자는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물을 자주 마시기 바랍니다." 폭염은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으로 다가왔다. 실질적으로 여름철의 온도가 1도씨 상승하면 사망률이 10%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듯이 폭염은 인간의 생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런데 요즘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은 에어컨을 켤 때 늘 주저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누진세 때문에 가정에서는 가장 최소한으로 켜며, 온가족이 거실에 모여 자기도 한다. 이렇게 힘들게 절약하고 있는데도 대한민국의 전기사용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도대체 누가 쓰는 거지?'


    2011년 '9월 15일 전력대란' 이후 표면적으로는 국가 전반적으로 전력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2015년 기준 대한민국의 전체 전기사용량은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 일본, 독일, 브라질에 이어 8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15년간 평균 연 2.6%의 증가율을 보였다(세계 에너지 통계 2016, Enerdata). G7 국가들과 유럽 연합 국가들은 전체 전기사용량을 연간 평균 0.4%, 0.5%씩이나 감소시켰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은 전체 전기 사용량의 13.6%에 불과하고, 일반용은 21.4% 그리고 산업용 전력은 56.6%에 달한다. 가정에서는 누진세로 인한 전기요금 폭탄을 받지 않으려고, 꼭 필요한 때에만 에어컨을 사용하는 데 반해 누진세가 적용되지 않는 사무실이나 관공서, 상점 등 일반용에서는 전기요금 부담 없이 맘 편히 에어컨을 사용하고 있다. 산업용은 전기가 남는 밤 시간대 활용이나 24시간을 가동하는 등 다른 요금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일반용은 가정과 흡사한 패턴이며 가정에 비해 에너지낭비가 훨씬 심하다. 각종 회사와 카페, 버스와 지하철에서는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틀어놓고, 상점과 식당에서는 에어컨을 켜고 문을 열어놓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개문냉방을 막겠다고 2012년부터 과태료 부과를 시행했지만 작년부터는 경기침체로 사실상 중단상태인데 가정용 누진세 불만이 커지자 산업통상자원부는 다시 단속을 하겠다고 한다. 가정용은 단속하지 않아도 알아서 절약하는데 왜 일반용은 사람들을 풀어서 일일이 단속을 해야 할까? 가정용처럼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시스템화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시민이 화가 나는 것은 우리만 힘겹게 강요당하고 희생당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가 부들부들 떨며 켜지 못하는 에어컨을 밖에서는 팡팡 틀고 있으니 말이다. 그 격차가 커질수록 불만이 커지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일반용 전력량을 줄이지 않은 채 주택용 전력 소비억제라는 명목 하에 1973년 국제 석유파동 때부터 지금까지 누진세를 적용하고 있는 한전의 주장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아닐까?


    아직도 발전소가 부족하다?


    더 큰 걱정은 정부가 아직도 발전소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7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현재 53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운영 중이며, 올해 11기가 건설 중에 있다. 그리고 2025년까지 20개를 추가 증설할 계획이다. 공급량의 산정을 피크전력대비 예비율로 따지기 때문에 피크전력이 올라갈수록 국가가 공급해야할 전기량의 수치는 지나치게 커지고 발전소의 개수도 늘어난다. 국가는 매년 측정된 지난해 피크전력을 기준으로 예비전력량을 정하고, 그 기준에 맞춰 발전소를 더 지어서 최대 전기 공급량(maximum supply capacity)을 증가시키는 구조이다. 실질적으로 2012년부터의 전력거래소 데이터를 살펴보면, 피크전력의 양은 꾸준히 늘고 있다. 그래서 발전소를 계속 더 지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기는 저장할 수가 없다. 피크전력이 나타나는 여름철과 겨울철 이외의 시기엔 전기사용량이 뚝 떨어지고 그 때 사용하지 않은 전기는 저장되지 않고 버려짐으로 경제적인 효율성을 감안해 본다면 오히려 큰 손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공급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피크 전력을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우리는 피크전력 낮추기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가정은 누진세 적용으로 피크전력 낮추기에 기여한다. 비용이 행동을 이끄는 중요한 수단임을 입증한다. 반면에 일반용에는 누진세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카페, 영화관, 은행, 관공서 등은 카디건 없이는 감기에 걸릴 정도로 차갑다. 가정에서의 행태와 대조된다. 2011년 전력 대란 이후 화력발전소와 원전이 추가적으로 설립되어 대한민국에는 충분한 전기가 생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증가하는 전기 사용량에 맞춰 발전소를 더 지어야할 형국이다. 수요량을 낮춰 피크 전력을 내리고, 불필요한 전력 생산을 막아야 한다. 가정의 누진세는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상업적인 부분의 일반용 누진세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제기된다.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도 막고, 폭염으로 인한 피해도 막으려면, 모든 분야에서 피크전력을 낮추기 위한 다각적인 정책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피크전력! 발전소는 늘리고 우리 생명은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