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경남 제조업 일자리 5만개 사라졌다

    입력 : 2016.08.11 09:49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


    울산·경남의 지난달 실업률, 각각 2009년·1999년 이래 최고
    하반기 고용대란 본격화 전망도…
    제조업 부진 속 서비스업 선전, 전체 고용·실업률은 개선


    구조 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조선·해운업 밀집 지역인 울산과 경남의 7월 실업률이 각각 2009년, 1999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울산·경남에서 5만개가 넘는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전체 제조업 취업자 수도 49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조선·해운업 구조 조정에 따른 고용 대란이 가시화되는 것이다.


    ◇울산 실업률 7년 만에 최고, 제조업 취업자 49개월 만에 감소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조선업의 메카' 울산의 7월 실업률은 전년 동월 대비 1.2%포인트 증가한 3.9%를 기록했다. 같은 달 기준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였던 2009년 7월 4.5% 이래 최고치다. 특히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 구조 조정이 진행되면서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1만3000명 줄었고, 실업자는 2만3000명으로 7000명 늘었다. 실업률 증가 속도도 5월(3.3%), 6월(3.6%)에 비해 빨라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위치한 경남의 경우 7월 제조업 취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3만9000명 줄었다. 그 결과 실업률은 1%포인트 오른 3.6%를 기록했다. 1999년 7월 5.3%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구조 조정 여파로 전국 제조업 취업자도 4년 1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7월 전국 제조업 취업자는 446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만5000명 급감했다. 제조업 취업자 증가 폭은 2012년 6월(5만1000명 감소) 이후 올해 초까지 꾸준히 10만~20만명대를 기록해왔다. 하지만 이후 조선업 구조 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증가 폭이 4만8000명(4월), 5만명(5월), 1만5000명(6월)으로 빠르게 줄었다. 통계청은 "자동차 등 수출이 부진한 데다, 생산 및 출하가 줄어들었고, 구조 조정 영향까지 겹쳤다"고 설명했다.


    구조 조정에 따른 고용 한파는 고용 지원 프로그램 신청 건수로도 나타난다. 정부는 지난 6월 30일 조선업을 특별 고용 지원 업종으로 지정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약 한 달 만에 87개 업체가 고용 유지 지원금을 신청했다. 고용·산재보험 납부 기한을 연장해달라고 한 업체도 520곳에 달한다. 실업급여 신청도 지난달 말까지 3750명을 넘었다.


    ◇하반기 고용 대란 오나


    올해 하반기부터 고용 대란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선업의 지금 상황은 1차 협력사 일부가 실업을 겪고 있을 뿐이고, 본격적인 구조 조정 여파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선박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구조 조정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조선업 침체가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기에 승용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가 종료되면서 내수 회복 속도가 떨어지면 조선업 이외 업종의 고용 증가세도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지난 6월 석 달 만에 30만명대를 회복했던 취업자 증가 폭은 7월 다시 20만명대로 떨어졌다. 7월 취업자는 2660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29만8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제조업에 발목을 잡히면서 전체 취업자 증가세가 다소 둔화된 것이다. 보통 고용률을 유지하려면 취업자 증가 폭이 전년 동월 대비 약 30만명 전후를 기록해야 한다.


    그나마 서비스업이 제조업에서 감소한 취업자를 채우면서 전체 고용률과 실업률은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7월 고용률은 61.2%로 작년 동월 대비 0.1%포인트 올랐고, 실업률은 0.2%포인트 하락한 3.5%를 기록했다.


    ◇고용 지원책 담긴 추경안 아직 국회에


    실업 한파가 다가왔지만 조선업 지원 방안이 포함된 추가경정예산(추경)은 여전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추경안을 발표하면서 조선업 지원 방안을 포함시켰다. 엔지니어 등 핵심 인력 1만명에 대해선 휴직·휴업 수당의 75%를 지원해주는 등 2000억원을 투입해 4만9000명의 고용을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이 국회에서 통과가 안 돼 아직 집행은 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9일 "이번 추경이 적기에 처리되지 않을 경우, 실직한 근로자분들과 청년들이 일할 기회를 잃게 된다. 많게는 6만8000개 일자리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