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사물인터넷·전기車까지... ETN 100개 넘어섰네

    입력 : 2016.08.11 09:40

    ['ETF 동생' 출시 후 2년… 투자자들 기발한 상품들에 관심]


    유망하고 관심 끄는 테마 발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망라해 관련株로 지수 만들어 투자
    핀테크·고령화·방위산업도 대상
    바이오·화장품에 초점 맞추기도, 원자재 가격 흐름 반영하기도


    30대 자영업자 A씨는 올해 최근 드론 기술에 흥미가 생겼다.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보여 드론 관련 주식을 사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딱히 어느 주식을 사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A씨는 고민했다. '이렇게 드론이 화제가 되는데, 왜 드론을 주제로 한 펀드 하나 없을까?'


    직장인 B씨는 한국보다 다양한 미국 ETF(상장지수펀드) 투자를 해보다가 포기했다. 미국 증시 개장 시간이 한국은 한밤중이라 가격을 제대로 살피기가 어려웠고, 환율까지 신경을 써야 해서 부담스러웠다. B씨는 미국에 상장된 ETF처럼 다양하면서도, 시차나 환율에 신경 쓸 필요는 없는 투자 상품이 없는지 찾는 중이다.


    증권사가 만들어 코스피에 상장돼 거래되는 ETN(상장지수증권)이 저금리 시대에 투자의 '숨은 길'을 찾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2014년 11월 첫선을 보인 후 1년 6개월 만인 지난 5월에 ETN 수가 100개를 넘어선 후 한국 투자자들이 보기 어려웠던 '별별' 상품을 계속 내놓는 중이다. 드론 연관 주식만 골라 담거나, 환율 변동 위험 없이 미국 지수에 투자할 수 있는 식의 다양한 ETN이 그만그만한 상품에 싫증 난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현재 코스피에선 113개 ETN이 거래되는 중이다.


    ◇핀테크·전기차·고령화… "별별 ETN 다 있네"


    ETN은 출시됐을 당시 'ETF의 동생'이란 별명으로 자주 불렸다. 증시에 상장돼 쉽게 사고팔 수 있고, 특정한 지수를 따라 수익률이 오르내리게 만들어졌다는 점 등이 ETF와 비슷해서다. 차이가 있다면 ETF는 자산운용사가 만들고, ETN은 증권사가 만들어 판다는 정도로 여겨졌다. 출시 후 2년이 다 돼가는 지금 ETN은 '형만 한 아우'라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ETF에선 쉽게 볼 수 없었던 기발하고 다양한 상품들이 ETN에 대한 투자자의 호기심과 관심을 모은다.



    NH투자증권이 연이어 내놓는 이른바 '테마 ETN'의 면면을 살피면 이런 평가가 왜 나오는지가 가늠이 된다. 'QV 전기차 테마 ETN'(4월 21일 출시 후 수익률 0.4%) 'QV 핀테크 테마 ETN'(0.5%) 'QV 고령화 테마 ETN'(6.1%)같이 요즘 '장안의 화제'인 주제로 만든 ETN이 눈길을 끈다. NH투자증권 IC운용본부 문성제 차장은 "특정 테마에 대한 기존의 지수가 없기 때문에 인포스탁·FN가이드 같은 주식 정보 회사와 함께 지수를 새로 만들어 ETN을 운용한다"라고 했다.


    '테마형 ETN'이 운용되는 방법은 이렇다. 증권사가 우선 소비자의 관심사를 반영해 '드론' 같은 주제를 정한다. 그다음 인포스탁·FN가이드 같은 주식 정보 회사 전문가들과 만나 '드론'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주식들을 선정한다. 예를 들어 NH투자증권은 한국항공우주·퍼스텍 등 9개 주식을 '드론 테마주'로 선정했다. 그렇다고 이 주식을 같은 비율로 사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주식이 드론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를 다시 정한다. 그리고 일종의 '꾸러미'에 이렇게 정한 비율대로 주식을 사서 담는다. 이 주식들의 가격에 따라 전체 가격이 오르내리는 이 꾸러미가 바로 '드론 지수' 역할을 한다(종목 구성은 1년에 두 번 바꾼다). 증권사는 꾸러미를 잘게 쪼개서 파는데, 그 한 조각(증권)이 바로 ETN이다. 투자자는 유망 업종과 종목을 일일이 고를 필요 없이, 비교적 싼값에 '드론'이라는 시장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NH투자증권은 현재 전기차·2차전지·핀테크·사물인터넷·고령화사회·수자원·HMR(간편가정식) 등 6종류의 테마 ETN을 판매 중이고 8월 31일에 농업·드론·대체에너지·OLED·우주항공·방위산업 등의 ETN을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전체 113개 ETN 중 가장 많은 26개 종목을 내놓은 삼성증권은 특정 주제를 대표하는 5개 종목만 담은 '선택과 집중형' ETN으로 눈길을 끈다. '삼성 바이오 테마주 ETN' '삼성 화장품 테마주 ETN'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에 '가볍게' 투자, 세금 면에선 불리할 수도


    다양한 해외 지수와 업종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것도 ETN의 강점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삼성증권의 '미국 대형 성장주 ETN'은 미국을 대표하는 페이스북·아마존·구글·애플 등에 적은 돈으로 분산투자를 할 수 있는 상품이다. 페이스북의 경우 1주 가격이 125달러 정도로 만만치 않은데, 이 ETN은 1주 가격이 9645원(10일 기준)이라 훨씬 '가볍게' 투자가 가능하다.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변하는 '환노출형'과 환율 변동 위험이 없는 '환헤지형' 중 선택이 가능하다.


    신한금융투자는 국제 원자재 투자에 초점을 맞춘 상품을 가장 많이 내놓았다. 기름을 비롯해 금·은·구리·옥수수 등 원자재 가격에 따라 가격이 바뀌는 ETN이다. 유가의 움직임을 2배로 반영하는 유가 레버리지 펀드('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를 국내 최초로 발행하는 등 원자재 투자의 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투자증권은 지수의 움직임과 가격이 정반대로 움직이는 이른바 '인버스 펀드'를 많이 선보이고 있다. 'TRUE 인버스 유로스탁스50 ETN' 'TRUE 인버스 차이나 H ETN' 등은 각각 유럽 주가지수와 홍콩 지수가 내려갈 때 돈을 벌도록 설계된 ETN이다.


    ETN은 총보수가 연 1% 정도로 일반 펀드보다 훨씬 싸다. 단 올해 나온 해외 주식형 펀드 비과세 혜택을 활용해 세금을 절약하기 쉬운 ETF나 해외 주식형 펀드와 달리 ETN은 수익금의 15.4%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몇몇 증권사와 은행이 ETN을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넣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며 "세금이 부담된다면 ISA를 활용해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ETN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TN(상장지수증권·exchange traded note)


    특정 테마의 주식을 묶어서 만든 지수나 특정지수에 투자하는 투자상품이다. 이 지수의 등락률에 따라 수익률이 변동되며, 증시에 상장돼 주식거래 하듯이 사고팔 수 있다. 증권사가 발행해 판다. 수수료가 저렴하고 다양한 주제의 상품이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증권사가 파산하면 투자금을 잃을 수도 있다.


    ☞ETF(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


    특정지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펀드. K200 같은 지수와 연동해 수익률이 바뀌는 펀드가 주를 이뤘는데, 최근엔 지수 상승률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ETF도 나오고 있다. 자산운용사가 만들어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