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車, 제값 주고 사는 사람만 손해?

    입력 : 2016.08.10 09:30

    온라인 쇼핑몰 첫 수입차 판매… 재규어 700만원 할인, 20대 완판
    BMW·아우디 등 '고무줄 가격', 1000만원 이상 가격차 나기도
    "파격 할인으로 고객 유인… 비싼 부품값·공임으로 만회"
    "국내 시장 점유율 10% 넘은 수입車, 더 투명해져야"


    지난 8일 티켓몬스터(티몬)가 소셜커머스 최초로 수입차 20대를 판매해 3시간 만에 모두 팔았다. 티몬은 정상가 5510만원짜리 '재규어XE' 2.0디젤 포트폴리오 모델과 5400만원짜리 R-Sport 모델을 각각 12.7%, 13% 할인된 4810만원, 4700만원에 선보인 것이다. 웬만한 경차 가격에 육박하는 할인 가격을 내놓아 완판에 성공했다. 수입차 사이트인 '카비(carby)'를 통해 구입하면 같은 모델을 최대 660만원, 650만원 할인받을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수입차의 정상 가격은 얼마냐, 제 돈 내고 사는 사람만 바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수입차 가격은 고무줄 가격?


    본지가 지난 5~6월 유명 수입차 브랜드의 할인액을 조사한 결과, BMW와 아우디, 재규어 등은 6000만원 이상 모델에서 1000만원대 할인을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7~8월에는 다소 할인율이 떨어지긴 했지만, 상당수 브랜드가 두 자릿수 할인율을 적용했다. 누가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인터넷 검색을 능숙하게 하느냐에 따라 적게는 몇백만원에서 1000만원대 이상의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이다.


    경기도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김모(52)씨는 최근 BMW의 528i Xdrive(공식 판매가격 7210만원)를 6180만원에 구매했다. 김씨는 "여러 판매점을 돌아다닌 끝에 1000만원 이상 싼 가격에 현금으로 샀다"며 "딜러가 가장 싼 가격이라고 했는데 이후 인터넷 사이트 등을 검색해보니 6000만원에 살 수 있는 곳도 있어 바가지를 쓴 거 같다"고 했다. 어떻게 이런 고무줄 가격이 가능할까.



    일단 수입차 판매 구조의 문제다. 보통 수입차 브랜드는 차를 수입하는 수입차 회사와 판매하는 딜러 회사가 따로 있다. 한 수입차 브랜드라도 딜러 회사는 많게는 수십 개가 있고, 지역 등에 따라 서로 구역을 정해 운영하는 식이다. 현대·기아차, 르노삼성 등 국내 자동차 브랜드는 모든 지점·대리점에서 동일한 가격으로 차를 살 수 있도록 '원(one) 프라이스 정책'을 내걸고 있지만, 수입차 회사들은 체계적인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딜러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가격 할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런 딜러 회사들이 대부분 직영 서비스센터도 함께 운영한다"며 "수입차 회사들이 국산차보다 파격적으로 많이 할인할 수 있는 것은 일단 고객을 싼값으로 유인해 판매한 뒤 수리가 들어올 때 비싼 부품값과 공임으로 만회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금리 할부 금융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수입차업체들이 앞에서는 '할인판매'를 미끼로 내세우지만, 뒤에서는 10% 가까운 '고금리' 할부금융을 활용해 높은 이자 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국산차 할부 금리는 보통 3~5% 선이지만, 수입차들은 평균 7~8%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폴크스바겐파이낸셜의 할부 이자 수익은 494억원으로 수입차업계에서 가장 높았다. BMW파이낸셜은 지난해 할부 이자로만 348억원을 벌었다. 이런 할부금융회사는 모두 수입차의 자회사다.


    ◇수입차업체들의 반발, 인터넷 판매 무산되나


    소셜커머스 티몬이 '재규어XE'를 판매하자, 그동안 일정한 권역을 정해두고 영업을 해온 수입차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예전에는 홈쇼핑에서 수입차를 판매하기도 했지만, 신차를 온라인 쇼핑몰에서 직접 결제할 수 있는 방식으로 판 건 티몬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판매는 수입회사인 재규어코리아 측이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됐다. 티몬 측은 "재규어를 수입하는 모 딜러사와 협업을 통해 온라인 판매를 진행했지만, 이 딜러 회사의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규어코리아 관계자는 "우리가 확인한 결과 공식 딜러사를 통해 판매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며 "티몬을 상대로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 손상, 소비자 혼란 야기 등에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판매를 계기로 수입 자동차의 온라인 판매가 본격화될지 관심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벤츠 등 고급 자동차 브랜드들도 별도의 판매 사이트를 갖고 있고, 중국에서도 알리바바 등을 통해 직접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 판매는 중장기적으로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입 자동차 업계에서는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딜러 회사나 딜러들로서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반대가 극심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법적 제약이 없는데도 전자상거래업체들이 선뜻 자동차 유통에 뛰어들지 못한 것은 기존 오프라인 딜러들과의 갈등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 10%를 넘은 수입차 판매 시장이 더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며 "판매 방식의 다양화와 상관없이 불투명한 가격 결정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