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어 EU도 '관세 폭탄' 터뜨리나

    입력 : 2016.08.09 09:46

    [한국산 석유화학 제품 PTA… EU, 반덤핑 여부 조사 착수]


    한·EU 자유무역협정 효과로 최근 유럽시장 69% 점유하자 유럽 업체들 위기감 느껴…
    유화업계 "中 수출 급감 이후 유럽을 돌파구로 찾았는데…"


    유럽연합(EU)이 한국산 석유화학 제품인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에 대해 반덤핑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정부가 세탁기·열연·냉연 등에 대해 잇따라 반덤핑 판정을 내린 데 이어 EU마저 우리 수출품에 대한 통상 압력을 시작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일부터 한국산 PTA에 대한 덤핑 조사에 착수했다고 7일(현지 시각) 밝혔다. 벨기에·포르투갈·스페인 등 3국의 석유화학 업체들이 6월 말 "한국산 PTA의 저가 판매로 손해를 입었다"며 덤핑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PTA는 원유에서 나온 파라자일렌(PX)을 정제해 만드는 흰색 분말로, 폴리에스테르 섬유와 페트병의 주원료로 쓰인다. 범용 제품으로 설비만 구축하면 생산하기 쉬워 최근 수년간 중국에서의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공급과잉이 발생,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내에서 PTA를 생산하는 석유화학 업체는 한화종합화학, 삼남석유화학, 태광산업, 롯데케미칼, 효성 등 5개사다. 향후 EU 집행위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경우, PTA는 중국발 공급과잉이란 악재에 이어 또 한 번 직격탄을 맞게 될 전망이다.


    ◇유럽 시장 점유율 70% 육박… 위기감 느낀 EU가 덤핑 조사 착수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한국산 PTA의 유럽 지역 수출량은 2012년 2만t(톤)에서, 지난해 81만t으로 3년 만에 40배 이상 늘었다. 국내 총수출량(231만t)의 35%에 달한다. 수출액으로는 같은 기간 200배 이상 폭증했다.



    이에 따라 유럽 지역에서 한국산 PTA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58%, 올해 상반기(1~5월 기준)에는 69%까지 치솟았다. 유럽 내 의류 제조 업체, 페트병 제조 업체는 대부분 한국산 원료로 제품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한국산 PTA가 유럽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한 것은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덕분이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은 2011년 6.5%였으나, 이후 점진적으로 줄어들어 2014년 7월 이후부터 0%가 됐다. 여기에 유럽 내 PTA 생산 설비 노후화로 수입 수요가 늘어나면서 한국산 PTA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EU 집행위는 내년 10월까지 덤핑 여부 조사를 마치고, 최종 판정을 내릴 계획이다. 만약 덤핑 판정을 한 뒤 관세율을 FTA를 맺지 않은 중국(6.5%)·인도(6%)보다 높게 매기면 사실상 한국산 제품의 수출길이 막힌다. 연간 6000억원 이상의 시장이 사라지는 것이다.


    ◇중국발 악재 벗어나니 이번엔 EU발 악재… 난감한 유화 업계


    EU의 덤핑 여부 조사로 국내 PTA 생산 업체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국내 PTA 최대 수출처였던 중국 시장은 최근 수년간 PTA 자급률이 100%를 돌파하면서 우리 업체의 수출 물량이 급속히 줄고 있다. 그 돌파구로 찾은 곳이 유럽이었다. 그런데 또다시 반덤핑 조사로 유럽 시장조차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올해 국내 PTA 총생산량은 470만t 정도로 예상된다. 이 중 국내 수요는 290만t에 불과하고 나머지 180만t은 수출을 해야 하는 구조다. 중국 수출이 갈수록 줄고 있어 우리 업체들로선 유럽 수출 비중을 올해는 절반에 가까운 45%까지 늘릴 계획이었다. 최종 덤핑 판정이 내려지면 생산량 전량을 자체 소비하는 롯데케미칼과 효성을 제외한 한화종합화학, 삼남석유화학, 태광산업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 업체들은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EU는 최근 1년간 국내 업체들의 제조원가, 이익 등을 분석해 덤핑 여부를 판단하는데, 우리 업체들은 EU 집행위와 소통할 수 있는 유럽 현지 대응팀을 구축해 반박 자료를 제공하거나 반론을 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