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페이 때문에... 明洞 환전상이 운다

    입력 : 2016.08.08 09:47

    [현금 대신 전자결제하는 유커 늘어]


    외국인이 한국서 쓴 카드 64%가 中 최대 신용카드 유니언페이
    한국의 전자결제업체들이 정부 규제와 씨름하는 동안 중국 업체들이 국내시장 잠식
    알리페이는 한국 증시 상장 검토


    지난 1일 서울 명동의 한 대형 신발 매장. 쇼핑을 마친 중국인 관광객들이 신용카드를 꺼내는 대신 스마트폰을 점원에게 건넸다. 점원이 단말기로 스마트폰 화면에 뜬 바코드를 읽자 바로 결제가 끝났다. 매번 1회용 바코드가 생성되므로 비밀번호를 따로 입력할 필요도 없다. 중국의 전자지급결제 시스템 '알리페이(支付寶·즈푸바오)'였다.


    중국 관광객 왕신청씨는 "중국에서 쇼핑할 때 쓰던 알리페이를 한국에서도 쓴다"며 "편리할 뿐 아니라 세금 환급까지 자동으로 된다"고 말했다. 신발 매장 점원 장미영(26)씨는 "명동 화장품숍·편의점 등엔 알리페이용 바코드 리더기가 설치돼 있다"며 "모바일 결제 할인 행사 기간엔 80~90% 중국인이 알리페이 등으로 결제한다"고 말했다. 이미 알리페이 가맹점은 롯데면세점·세븐일레븐 등 국내에 2만여개다.


    7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 입구에 중국 전자지급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를 취급한다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최근 알리페이를 사용해서 물건 값을 내겠다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급증하면서 이 지역 상점들은 앞다퉈 알리페이 바코드 리더기를 설치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알리페이 등을 이용하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이 급속하게 늘면서 국내 지급결제 시장이 중국 업체들에 잠식되고 있다. 명동, 동대문 등의 환전상이 타격을 받을 정도다. 6년째 명동에서 환전소를 운영하는 이모(65)씨는 "2~3년 전만 해도 하루 수익이 60여만원 났는데 지금은 반 토막이 됐다"며 "중국 관광객들이 중국 신용카드와 휴대폰 결제를 이용하면서 현금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600만명을 돌파한 유커들을 따라서 중국 지급결제 회사들이 한국에 상륙하고 있다.


    ◇명동 장악한 알리페이, 한국 상장까지 검토


    중국 전자결제 시장을 평정한 알리페이는 최근 한국 증시 상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004년 설립된 알리페이는 중국 내 8억명이 가입한 중국 최대 전자지급결제 업체다. 최근 알리페이는 중국 여행객뿐 아니라 한국 소비자를 직접 겨냥한 은행·백화점·온라인 쇼핑 사업을 위해 한국인 전문 인력을 모집 중이다. 국내 대기업·금융사에 합작 제안도 했다고 알려졌다. 국내 인터넷은행 K뱅크 컨소시엄에도 주주로 참여했다.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킹서비스 기업인 텐센트도 국내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텐센트는 중국 내 5억명의 사용자를 둔 전자지급결제 자회사 텐페이(財付通·차이푸퉁)를 거느리고 있다.



    중국 신용카드 사용도 늘고 있다. 7일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외국인이 국내서 사용한 카드 중 중국 최대 카드사 유니언페이의 비중이 2013년 1분기(1~3월) 29%에서 지난 1분기 64%로 급증했다.


    ◇대표 주자 없는 한국, 규제와 업체 난립에 우왕좌왕


    중국 회사들의 공세가 거센데, 우리나라 전자지급결제 시장은 정부 규제와 업체 난립으로 대항마가 보이지 않는다. 보안 시스템은 공인인증서 등 정부가 통일된 방식을 요구하면서 해킹에 더 취약한 반면, 업체 간 보안 차별화는 거의 없다. 출발도 늦었다. 중국보다 10년 늦은 2014년부터 전자지급결제를 본격화했다. 시장에선 KG이니시스(점유율 19%), LG유플러스(18%), 한국사이버결제(8%), 네이버페이(1.4%) 등 고만고만한 업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한국 업체들이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 등 각종 규제와 힘겨운 씨름을 하는 동안 알리페이는 중국의 '규제 진공(眞空)' 환경 속에서 결제뿐 아니라 대출·자산관리·송금 등 20여가지 금융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대로 시장이 잠식되면 알리페이나 텐센트 등 중국 IT(정보통신) 업체들에 국내 전자지급결제 시장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는 "알리페이 등이 국내 신용카드사를 인수하는 식으로 국내에 진출하면 금융시장 판도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중국에서 하듯 지급결제 계좌에 선충전시킨 자금을 단기에 굴려주는 자산관리 서비스까지 국내에서 시행한다면 기존 은행의 경쟁자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