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8.08 09:24
[주요 국가들 집값 폭등 몸살]
사상 최저 수준 금리 잇따르자 풀린 돈이 부동산 시장에 몰려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대도시, 1년 새 10% 이상 집값 올라
가계 부채도 가파르게 늘어 덴마크·노르웨이 등 수백%대
한국도 1분기에 역대 최고 수준
"집값이 그냥 미친 것 같아요(The prices are just crazy)."
스웨덴에서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는 캐서린 웬텔(37)은 최근 스톡홀름에서 내 집 마련을 준비하다 이같이 푸념했다. 웬텔이 사려던 44㎡ 규모 방 1개짜리 아파트값은 당초 380만크로나(약 5억원)였다. 하지만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집값은 금세 90만크로나(약 1억1700만원)가 더 뛰었다. 그런데도 집주인은 매물을 거둬들였다. 웬텔은 "집값이 계속 크게 오를 것이란 기대감 때문에 판매자가 그 정도 가격으로도 충분치 않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전 세계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세계 각국이 저금리를 넘어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하면서 풀린 돈이 부동산 시장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상 최저 수준의 초저금리를 채택한 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 등에서는 대도시 주택 가격이 최근 1년 새 10% 이상 급등했다.
◇전 세계 초저금리발(發) 부동산 열풍, 1년 새 집값 10% 뛰어
스웨덴 스톡홀름의 주택 가격은 지난해에만 16% 뛰었다. 1㎡당 아파트값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6350달러(약 708만원)로, 세계적으로 집값이 비싼 영국 런던(1㎡당 약 752만원)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랐다. 덴마크 코펜하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도 연간 집값 상승률이 11~12%를 기록했다.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도 집값 폭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지난 1년간 캐나다 밴쿠버와 토론토 주택 가격은 각각 32%, 16% 뛰었다. 같은 기간 호주 시드니와 멜버른, 뉴질랜드 오클랜드도 10% 이상 집값이 올랐다. 현재 밴쿠버와 오클랜드의 평균 집값은 각각 156만캐나다달러(13억1800만원·단독주택 기준), 97만5000뉴질랜드달러(7억7600만원)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사상 최저 초저금리에 부동산 자금 몰려
이 국가들에서 집값이 폭등한 원인으로는 '유례없는 초저금리'가 꼽힌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선진국들은 최근 몇 년 사이 경기 부양을 위해 잇따라 기준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었다. 그러자 은행에 돈을 맡기는 대신 임대 등으로 수익이 나는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싸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현재 마이너스 금리(금리가 0% 이하인 상태)를 시행 중인 스웨덴(기준금리 -0.5%), 덴마크(-0.65%)뿐만 아니라 노르웨이(0.5%) 호주(1.5%), 뉴질랜드(2.25%)에서도 각국 역사상 가장 낮은 기준금리를 채택하고 있다. 캐나다(0.5%)도 지난해에만 두 차례 기준 금리를 내렸다. 스테판 폴로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가 "저금리는 세계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이슈"라며 초저금리가 집값과 가계 부채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저금리발 부동산 열풍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1 %대 저금리 기조 속에 2014년 말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회복세가 완연해지더니 지난해 전국 집값은(공동주택 공시가격 기준)은 5.97% 올라 2007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세계적인 저금리 흐름을 틈타 중국인 등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택 쇼핑이 활발해진 점도 집값 상승에 한몫했다. 지난해 밴쿠버에서 중국인들이 부동산에 투자한 돈은 전체 밴쿠버 부동산 거래액의 33%를 차지했고, 호주에서 중국인 부동산 투자는 1년 전보다 배가 늘었다. 이 밖에도 주택 공급 부족, 이민자 증가 등 수급 불균형 문제도 주요 대도시의 집값을 끌어올리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가계 부채도 급증, 주택 버블 위험 커지나
주택 가격이 급등한 국가들에서는 공통적으로 가계 부채도 빠르게 늘고 있다.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덴마크는 300%를 넘어섰고, 노르웨이·호주·스웨덴·캐나다·한국 등도 160~230%나 된다. 우리나라 가계 부채는 올 1분기 기준 역대 가장 높은 1223조7000억원에 달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주택 가격이 급락하거나 금리가 인상돼 빚을 갚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나면 경제가 경착륙할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 정부도 주택·금융 시장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물량 조절 등의 사전 대처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