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실적 극과 극... '3강 체제'흔들

    입력 : 2016.08.04 10:46

    1위 삼성전자 상반기 영업익 5조
    3위 美마이크론은 적자 전환, 대규모 감원 등 구조조정 돌입
    D램 가격 하락에 기초체력 드러나…
    中업체 진출도 변수로 작용, 3社 과점 체제에 변화 예고


    세계 D램 시장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달 말 콜로라도주(州) 롱몬트 공장에서 직원 70명을 해고했다. 이를 신호로 이 회사는 전체 직원의 7.5%에 달하는 2400여 명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은 지난 6월 말 "현재의 적자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감원(減員)을 통해 분기당 8000만달러(약 893억원)의 비용을 줄이겠다"고 발표했었다.


    세계 D램 시장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며, 현재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사의 과점(寡占) 체제가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1위인 삼성전자는 D램 시장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는 반면, 3위인 마이크론은 적자의 늪에 빠져든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2~3개 업체가 D램 시장의 신규 진출을 검토하며, D램 업계 재편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D램은 스마트폰이나 PC 등 각종 전자제품의 임시 기억 장치로 주로 쓰인다.


    ◇세계 D램 3강(强)인 마이크론 추락하나


    올 상반기 D램 업체들의 실적은 극과 극이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5조2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주력 제품인 D램 가격이 올 2분기까지 계속 떨어졌지만 꾸준한 수익을 낸 것이다. 2위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 1조15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분의 1 토막 났다. 하지만 분기별 수천억원의 이익을 내는 탄탄함을 유지했다. 반면 마이크론은 3200만달러(약 356억1920만원) 적자로 전환했다.



    이는 각 업체의 미세(微細) 공정 기술력이 실적으로 나타난 결과다. 미세 공정이란 반도체 회로의 선폭(線幅)을 좁히는 것이다. D램은 실리콘 원판에 회로를 새겨넣은 뒤 잘라서 만들기 때문에, 선폭이 좁을수록 회로가 촘촘해져 같은 원판에서 더 많은 완성품이 나온다. 기술이 앞설수록 생산 단가가 낮아져 수익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미세 공정에서 가장 앞선 삼성전자는 선폭이 18나노미터(10억분의 18미터)인 D램을 양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1나노미터 기술을 활용해 D램을 양산하고 있다. 마이크론의 기술력은 이보다 처지는 20나노미터대 중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에선 "D램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각 업체의 기초 체력이 드러나는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마이크론이 현재의 D램 가격대에서 수익을 낼 만한 경쟁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D램 시장이 성장하고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호황기에는 기술이 조금 처져도 다 같이 이익을 낼 수 있었지만 불황기에는 기술에서 앞서야 이익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수영장에 물이 찼을 땐 선수들의 몸이 보이지 않지만, 물이 빠지면 몸 상태가 훤히 드러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D램 시장 신규 진출 초읽기… 업계 재편 신호탄


    세계 D램 시장은 최근 3~4년간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3강이 9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장악한 과점 상태가 지속됐다.


    3사 모두 큰 점유율 변동 없이 수조원대의 이익을 내며 호황기를 누렸다. 하지만 마이크론의 추락과 중국 업체들의 신규 진출이 맞물리면서 과점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 허페이(合肥)시 정부는 올해 초 일본의 반도체 설계업체 시노킹테크놀로지와 손잡고 한화 8조원 이상을 투자해 D램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 마이크론 인수를 시도하다가 미 정부의 반대로 실패하기도 했다. 마이크론의 적자가 이어지고 주가가 떨어지면서 중국의 마이크론 인수설(說)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정부가 적자 기업의 자발적인 시장 재편을 언제까지 계속 막을 수 있겠냐는 시각이다. 또 주가가 떨어지는 만큼 인수하려는 중국 기업에는 더 싸게 살 기회인 셈이다.


    위기감을 느낀 마이크론 이사회는 지난달 말 포이즌필(poison pill·극약 처방) 계획을 승인했다. 포이즌필은 기존 주주들에게 주식을 시가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줘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는 수단이다. 마이크론이 중국의 인수 시도를 사전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대 황철성 교수(재료공학)는 “D램은 컴퓨터를 가동하기 위한 필수 부품이기 때문에 중국이 반드시 시장에 들어올 것”이라며 “중국의 참여로 D램 공급량이 갑자기 늘어나면 마이크론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