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배우랴, SNS 하랴 "우리도 괴롭습니다"

    입력 : 2016.08.03 09:28

    [중년이 바뀐다] [3] 직장생활


    후배에게 점심·회식 강요 대신 혼자 밥 먹기·요리 학원 수강 등 개인적인 시간 보내는 중년 늘어
    "젊은 세대와 소통 늘리려면 메신저·SNS도 적극 활용해야"


    대기업 계열사 팀장인 정모(48)씨는 평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주 1~2회 요리 학원에 다닌다. 제육덮밥, 파스타 같은 간단한 요리를 배우고 자신이 만든 음식으로 점심 식사까지 해결한다. 입사 20년 차인 그는 같은 팀 동료와 매일 함께 점심 먹는 걸 당연하게 여겨왔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개인 약속이 있다거나 학원, 운동 같은 스케줄이 있다며 자리를 뜨는 후배들이 많아졌다. 신입 팀원이 들어온 날 '오늘 저녁 환영 회식을 하겠다'고 공지하고 원래 잡혀 있던 개인 약속을 취소했는데, 후배들이 각자 선약이 있다고 해 할 수 없이 회식을 연기한 적도 있었다.


    요즘 정씨는 회식은 한 달에 한 번 날짜를 고정하고, 점심시간에도 되도록 후배들을 부르지 않으려고 한다. 그는 "처음엔 화가 나기도 했고 지금도 잘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젊은 세대 생활 방식을 존중해주는 것이 좋은 리더십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상사의 갑질'에 고통받는 부하 직원들 이야기가 자주 나오지만, 직장에서 중간 간부급인 이른바 '낀 세대' 중년 남성들은 "우리도 괴롭다"고 토로한다. 권위적인 위 세대 비위 맞추랴, 개방적인 아래 세대 눈치 보랴 스트레스받는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요즘 40~50대 중년 남성들 사이에선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무조건 자기 생각을 앞세워 상대를 억누르는 '꼰대'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나름의 소통을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크게 유행한 '아재 개그'는 그런 노력의 시작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미자 더하기 이미자는 사미자' 같은 아재 개그는 깔깔 폭소가 터지는 유머도 아니고, 우습지도 않은데 무조건 웃을 것을 강요하는 '부장님 개그'와도 다르다. '대단히 웃기는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지만, 당신에게 웃음을 주려는 나의 의도를 귀엽게 봐달라'는 뜻을 담은 애교 비슷하다.


    점심시간 풍경도 달라졌다. 뭔가를 배우거나 낮잠을 자거나 혼자 밥을 먹는 직장인들을 전보다 쉽게 찾아볼 수 있다. 30대 직장인 양민영씨는 "처음 입사한 10년 전에 비하면 선배들이 강요하는 분위기가 누그러진 편"이라고 했다. 회식 때도 어색한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애쓰는 경우가 많다. 수원에서 보컬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이승주(41)씨는 "선후배 사이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젊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한 옛날 노래를 배우러 오는 중년 남성들이 꽤 된다"고 했다.


    SNS·모바일 메신저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보통신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SNS 하루 평균 사용 시간은 40대가 55.5분, 50대가 57.7분으로 30대(50.7분)보다 더 많았다. 직장인 조재석(50)씨는 "프로필 사진에 등산 사진은 아저씨처럼 보일까 봐 되도록 올리지 않고 이따금 이모티콘도 구입한다"며 "SNS를 통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다' '말하지 말고 들어라' 등 '꼰대 방지 지침'을 읽고 또래와 공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삼성그룹 사보 '삼성앤유'에는 '아저씨에 대한 20대 인식 조사'(대학생 207명 대상) 결과가 실렸다. '아저씨 구분 기준'은 나이(28.1%), 옷차림(21.5%), 언어·말투(15.2%), 유머·감성(14.1%) 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아저씨 행동'(7점 척도)은 '자기 말이 무조건 옳다며 내 의견 무시'(6.09점), '지나친 간섭·훈계'(5.93점), '무조건 반말'(5.42점) 순으로 나타났다.


    '이상적 아저씨'는 '멘토 역할'(36.2%), '젊은 세대 이해 노력과 존중'(23.2%), '좋은 본보기'(13.5%) 순이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생의 정체기를 맞은 중년 세대에게 젊은 세대와 활발한 소통은 새로운 성장과 활력, '자기 확장'을 이끄는 변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