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도 수입규제 강화... 한국産 제소 2배 늘었다

    입력 : 2016.08.01 09:05

    [올 對韓 수입 규제 제소 20건… 인도 등 신흥국이 80% 차지]


    한국 4대 철강 수출 시장 인도, 열연·냉연강판 등 수입 규제 확대
    對인도 철강 수출 2분기 32% 감소… 2兆 시장 수출 전면 중단될 수도


    "규제 장벽 뛰어넘을 수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나서야"


    인도 정부는 지난 4월 한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反)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인도 철강 업체들이 "한국산 열연강판을 덤핑해서 팔았다"고 항의했기 때문이다. 앞서 인도 정부는 3월에 한국산 열연강판에 대해 추가 관세 20%를 물리는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 최종 판결을 내렸다. 인도는 국내 철강업체에는 4번째로 큰 수출 시장이다. 세이프가드 등의 영향으로 4월 이후 석 달 동안에만 국내 열연강판의 대(對)인도 수출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만4000여t이 줄어들어 50% 가까이 감소했다. 국내 철강업계 관계자는 "인도에서 열연강판·냉연강판·후판 등 전방위적으로 수입 규제 조치가 확대되는 추세"라며 "반덤핑이 확정되면 지난해 2조원에 달하던 인도로의 철강 수출이 전면 중단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이 한국에 대한 수입 규제 장벽을 높이고 있다. 본지가 무역협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상반기 한국을 상대로 한 반덤핑조사·세이프가드 등 수입 규제 관련 신규 제소가 20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12건보다 큰 폭으로 늘어났다. 특히 신흥국발(發) 제소 비중이 80%로 치솟은 가운데 대선(大選)을 앞두고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미국에서도 한국 제품에 대한 반덤핑 제소가 잇따르고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 시장 양측에서 우리 수출이 협공을 당하고 있는 양상이다.


    ◇신흥국 수입 규제 제소 작년의 2배 이상


    신흥국에서 한국산 수입품에 대한 제소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들어 선진국 제소는 미국 3건, EU(유럽연합) 1건 등 4건이고, 나머지 16건 모두 신흥국 제소였다. 신흥국 중에서 인도가 6건으로 가장 많았고, 대만·말레이시아가 2건씩 제소했다.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한 건의 제소도 하지 않았던 멕시코도 제소 대열에 참여했다. 작년 상반기 신흥국의 신규 제소는 7건으로 전체의 절반 남짓이었다.



    신흥국 제소 증가는 세계 경기 둔화로 어려움에 빠진 신흥국들도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올 상반기 신흥국 제소 가운데 12건이 철강 분야였고, 화학(2건), 섬유(1건), 기계(1건)가 뒤를 이었다. 김건숙 코트라 통상전략팀 전문위원은 "철강과 화학은 신흥국이 산업 발전 단계에서 집중 육성하는 품목"이라며 "글로벌 수요 감소에다 공급 과잉까지 겹치자 신흥국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신흥국이 수입 규제에 나선 품목이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이란 점이다. 신흥국 공략을 통한 수출 시장 다변화로 돌파구를 찾는 우리 기업들의 전략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 철강만 놓고 봐도 대인도 철강 수출은 1분기까지만 해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 증가했지만, 인도 정부의 규제가 노골화하기 시작한 2분기에는 32% 감소했다.


    ◇고급 제품 개발 등 선제적 대응 필요


    선진국의 압박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상반기 1건의 제소에 그쳤던 미국은 올해 상반기에는 후판 등 철강 품목 3건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작년 연간 제소 건수(4건)를 넘어설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해 제소했던 품목에 대해 속속 규제 수위를 확정 짓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 22일 포스코·현대제철이 수출한 한국산 냉연강판에 38~65%의 반덤핑·상계(相計) 관세율을 매기라는 결정을 내렸다. 앞서 21일에는 미 무역위원회(ITC)가 한국산 내(耐)부식성 철강 제품에 대해 최대 48%의 반덤핑 관세를 물리기로 결정했다. 20일 삼성전자·LG전자가 중국에서 만들어 수출한 세탁기에 매긴 반덤핑 예비 관세의 경우 실제로는 한국 기업이 규제 대상이지만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이유로 대한국 수입 규제로 잡히지 않는다.


    국내 통상 전문가들은 전 세계 교역이 위축된 상황에서 각국의 수입 규제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상대국이 수입 규제를 발동하기 전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창회 무역협회 통상협력실장은 "우리 기업들이 당장 수출을 늘리자고 저가로 팔아 상대국에 규제의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며 "또 규제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고부가 가치 제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장은 "정부도 수출 기업 현장과 수시로 소통하면서 상대국 움직임에 대비하면서 WTO(세계무역기구)나 다자간 협상을 통해 수입 규제와 보호무역주의가 공멸의 길이라는 점을 강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