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해운사 "현대상선 인수 계획 없다"

    입력 : 2016.07.28 09:39

    - 머스크 아태지역 트루이엔 대표


    "해운동맹 '2M'에 가입시킨 건 태평양 노선 경쟁력 높이려"


    "현대상선을 인수할 의사는 없다."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Maersk)의 로버트 트루이엔(Trooijen)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는 26일 서울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머스크는 세계 2위 해운사인 MSC와 손잡고 내년 4월 세계 최대 해운동맹(선박·노선을 공유하는 해운사 협의체)인 '2M'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지난달 머스크가 '2M' 회원사로 현대상선을 가입시키기로 하자 해운업계와 외신에서는 머스크가 현대상선 인수를 염두에 두고 벌이는 작업이란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트루이엔 대표는 이날 "머스크는 아시아~미주 노선에 약점이 있다"며 "현대상선을 해운동맹의 파트너로 선택한 이유는 현대상선이 강점을 갖고 있는 태평양 노선을 활용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머스크의 고위 경영진이 현대상선을 '2M'에 가입시킨 이유를 직접 밝힌 것은 처음이다. 현재 2M의 전 세계 해운시장 점유율은 약 28%이지만, 아시아~북미 노선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현대상선이 합류하면 이 노선의 점유율도 약 20%로 올라간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트루이엔 대표는 작년 5월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에 임명됐다.


    트루이엔 대표는 올해 글로벌 해운 시황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올해 상반기에 해운 시장은 다소 침체했으나, 하반기에는 성장할 것이라는 게 머스크의 내부 분석"이라며 "유럽이 다시 수입을 늘리는 움직임이 있고, 화웨이·하이얼 등 중국 제조업체의 수출도 점차 증가하면서 해운 물동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해운 운임을 머스크와 같은 초대형 해운사들이 사실상 결정한다는 점에서 머스크의 내부 입장은 의미가 있다. 이달 들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석 달 전 대비 50% 이상 상승해 머스크의 분석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운임지수가 오른다는 것은 해운 경기가 좋아진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구체적인 운임지수 전망에 대해 트루이엔 대표는 "내부 규정상 공개할 수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상당수 해운 관련 시장조사 기관들은 '2020년 이후 회복'을 전망하고 있다.


    트루이엔 대표는 1997~2000년 '네들로이드' 한국 지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그는 "IMF 사태 직후 한국 산업의 흥망성쇠를 직접 봤었다"며 "한국은 지리적으로 동아시아 한가운데에 있고, 한국 기업들의 수출·수입 물량도 많아 글로벌 해운업계에서도 아주 중요한 나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