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츄가 뭐길래... 세계가 밤을 잊었다

    입력 : 2016.07.22 10:01

    포켓몬 고 열풍
    2주간 다운로드 3000만건 넘어… 포켓몬 잘 잡히는 곳 찾아 편의점·공원·사무실 등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샌타모니카의 해변. 한밤중에 갑자기 1000여 명이 모였다. 어린아이부터 중년 남성까지 다들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한마디 했다. "이거 다 포켓몬 때문에 모인 거죠?"


    미국과 호주·뉴질랜드에서 시작, 영국·독일 등 유럽을 거쳐 우리나라 속초에 이르기까지 지난 6일 서비스를 시작한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 고(Pokemon Go) 열풍에 휩싸였다. 지난 2주일간 이 게임을 다운로드받은 사람은 최소 3000만명 이상. 이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2000만명이 매일 이 게임에 접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이 세계 방방곡곡에서 포켓몬 고를 즐기면서, 그야말로 '포켓몬 고 열병(Pokemon Go Fever)'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포켓몬' 잡으려 잠 못 이루는 세계인


    포켓몬 고는 집, 사무실, 편의점, 거리, 공원 등 우리 주변의 다양한 장소에 숨어 있는 가상의 괴물(포켓몬)을 잡아 키우고, 또 서로 겨루는 게임이다. 포켓몬을 잡고 키우려면 이곳저곳을 계속 오가야 한다. 이 때문에 포켓몬 고로 인한 해프닝이 줄을 잇고 있다.


    포켓몬이 잘 잡히는 곳에 갑자기 수많은 사람이 모여 소란을 빚는 것은 기본이다. 미국에선 TV 뉴스 앵커가 포켓몬을 잡겠다고 스튜디오 안을 돌아다니다가 카메라에 이런 장면이 잡혀 망신을 사는가 하면, 군인이 헬리콥터를 타고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게임을 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또 물에서 등장하는 포켓몬을 찾으러 물가를 헤매다 시체를 발견하는가 하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걷다가 낭떠러지로 떨어지거나 자동차에 치이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 때문에 지자체나 단체들이 '포켓몬 고 경보'를 내거나 '포켓몬 고를 안전하게 즐기는 법'을 홍보하고 나서기도 한다.


    게임 속 포켓몬의 '알'을 부화시키거나 능력치를 끌어올리려면 일정 거리 이상을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자전거 등을 타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드론에 포켓몬 고를 실행 중인 스마트폰을 매달아 하늘에서 계속 날아다니도록 하는 기인(奇人)도 나타났다. "덕분에 집 안에만 처박혀 있던 사람들이 돌아다니게 된 것은 좋은 일"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한밤중에 사람들이 모여 '포켓몬 사냥'에 나서면서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특정 국가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포켓몬 고가 출시된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일하게 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속초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고속버스 회사가 차량 운행 횟수를 늘리고, 속초행 당일치기 여행 상품도 등장했다. 포켓몬 고라는 게임 하나가 전 세계인의 삶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IT가 바꾼 세상이 '포켓몬 고' 낳았다


    포켓몬 고가 이렇게 전 세계적 현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IT(정보기술) 파워와 일본의 콘텐츠 파워가 결합한 포켓몬 고 자체의 글로벌한 속성 때문이다.


    '포켓몬'은 일본 닌텐도가 지난 1996년부터 내놓고 있는 게임과 TV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전역에 수출, 전 세계 청소년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미국 구글의 사내 벤처 출신인 나이앤틱(Niantic)이라는 업체가 위치 정보 서비스와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AR) 기술을 더해 현실 세계를 실제 포켓몬이 사는 '포켓몬의 세계'로 바꿨다.


    위치 정보 서비스는 스마트폰의 GPS (Global Positioning System·위성위치파악시스템)로 내가 있는 곳 주변의 정보를 보여주는 기술이고, 증강현실은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에 그림과 동영상, 각종 안내 표시판 등 다양한 정보를 입혀 보여주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맨눈으로 보면 평범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일상의 거리가, 스마트폰을 통해 보면 포켓몬들과 포켓몬을 잡아 키우는 '포켓몬 트레이너'들의 세상이 된다.


    이렇게 탄생한 '포켓몬 고' 게임은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아이폰'이라는 글로벌 플랫폼(기반 기술 및 유통 시스템)을 통해 전 세계에 순식간에 보급되고 있다.


    과거 닌텐도가 만든 포켓몬 게임인 '게임보이(gameboy)'는 이 회사 전용 게임기를 통해서만 보급이 가능했고, 가격도 비쌌다. TV 애니메이션 역시 방송사를 통해 방영되어야 하는 콘텐츠고, 일부 국가에서는 검열에 걸려 방영되지 못했다. 하지만 구글이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통해 보급하는 모바일 게임 콘텐츠는 이런 한계가 없다. 정부의 통상 규제나 검열 등도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구글 출신의 IT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은 전 세계 20억명이 갖고 있는 보편적 제품이고, 이를 통한 콘텐츠 유통은 국경에 좌우되지 않는 초국적 행위가 됐다"면서 "포켓몬 고는 IT가 어떻게 오늘날의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포켓몬 고(Pokemon Go)란


    - 게임 장르 : 증강현실(AR·Augmented Real ity) 기술 활용한 육성·대전 게임
    - 캐릭터 : 일본 닌텐도의 ‘포켓몬스터’(피카츄·파이리·이상해씨 등)
    - 개발사 : 미국 나이앤틱(Niantic)
    - 출시일 : 2016년 7월 6일(현지 시각)
    - 출시 국가 : 미국·호주·독일 등 34국
    - 사용자 수 : 수천만 명 이상 추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