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얽힌 지배구조, 장막뒤 경영... '김정주 신화'의 그림자

    입력 : 2016.07.20 10:06

    [우병우·넥슨 스캔들]


    - 복잡한 소유 구조
    NXC→일본 넥슨→넥슨코리아 "불투명한 경영활동 은폐 수단"
    - 김정주 대표, 지분에 집착
    지주사 NXC지분 90% 넘게 소유… 이해진·김택진은 5%·12%미만
    - 책임경영 회피
    전문인 내세웠지만 8번 교체
    직원들은 "보상에 인색" 불만
    핵심 인력 100여명 유출도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복잡한 소유 구조, 경영에 나서지 않는 창업자(김정주 NXC 대표), 경영권에 대한 대주주의 과도한 집착….


    넥슨이 현직 검사의 비리와 연관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회사가 그동안 보여온 석연찮은 경영 방식이 논란을 빚고 있다. IT(정보기술) 업계 일각에선 이전부터 넥슨의 경영 방식이 국내의 규제를 피하고, 불투명한 경영 방식을 감추려는 '꼼수'란 비판이 있었다. 넥슨 측은 이에 대해 "기업 문화가 다를 뿐"이라고 해명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로 이 회사가 지금까지 언급한 해명들이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른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지분에 집착… 수시로 전문 경영인 교체


    김정주 현 NXC 대표가 5명의 동료와 함께 창업한 넥슨은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 서비스와 함께 기업 홈페이지 구축 등의 사업을 하는 소규모 업체였으나, 2000년대 초중반 자동차 경주 게임 '카트라이더'와 여러 사람이 동시에 접속해 경쟁하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메이플 스토리' 등을 내놓으며 급성장했다.



    당시 이 게임들은 "초등학생들까지 PC방으로 끌어들인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넥슨엔 막대한 수익을 안겨준 효자 사업이었다. 2000년 120억원대에 불과했던 넥슨 매출은 상장 직전인 2010년 1조원에 육박했고, 영업이익은 4000억원이 넘었다.


    회사가 급성장하자 김 대표는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 전문 경영인을 내세웠으나 툭하면 이들을 교체했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넥슨코리아 대표이사를 8번이나 교체할 정도로 김 대표는 배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김 대표는 그때부터 회사에 사무실을 두지 않고 외부에 주로 머물며 게임 개발보다는 외부 투자에 더 심혈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 고위 관계자는 "김 대표가 돈 되는 사업을 찾는 데 탁월한 감각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서 "그런 김 대표가 우병우 수석 처가의 땅을 매입한 뒤 사실상 손해 보고 되팔았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넥슨은 직원들로부터는 보상에 인색하다는 불만을 많이 들었다. 네이버(당시 NHN), 엔씨소프트 등은 이미 2000년대 초반에 상장을 해 수십억대 부자가 된 직원이 속출했으나, 넥슨은 상장을 계속 미뤘다. 당시 넥슨에서 일했던 A씨는 "회사 안팎에서 '김 대표가 자기 지분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비판이 있었다"면서 "직원들의 박탈감이 커지면서 100여명 가까운 핵심 인력이 회사를 떠났다"고 했다.


    현재 김정주 대표와 그의 아내 등 특수 관계인들이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지분을 90% 이상 소유하고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12% 미만,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5% 미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넥슨 측은 이에 대해 "경영 안정을 위해 대주주가 충분한 지분을 확보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한·일 양국에 걸친 지배 구조… 불투명 경영 초래


    국내외를 오가는 복잡한 지배 구조도 논란거리다. 넥슨은 2005년 10월 지주회사 체제를 갖췄다. 2011년 일본에 상장하면서 김정주 대표가 지분 대부분을 갖고 있는 지주회사 NXC가 일본 넥슨을 소유하고, 일본 넥슨이 넥슨코리아를 소유하는 복잡한 지배 구조를 갖고 있다. 업계에선 이런 지배 구조가 각종 규제를 피하고, 주요 경영 활동을 은폐하기 위한 '우회적 소유 구조'란 비판이 나왔다. 최근까지 넥슨코리아에서 일했던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선 일본 넥슨의 경영과 관련해 벌어지는 일을 잘 모르고, 반대로 일본에선 한국 내 사정을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김정주 NXC 대표와 몇몇 최고위 경영진을 제외하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사람이 드문 경영 구조"라고 했다.


    실제로 넥슨은 회사와 관련된 비리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시키기도 했다. 넥슨코리아는 지난 4월 진경준 검사장이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특혜 매입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처음엔 "개인 간의 거래라 회사는 아는 것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진 검사장이 넥슨의 회삿돈 4억원을 받아 주식을 매입한 것이 드러나자 "급하게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사정이 있어 자금을 대여해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진 검사장은 이 돈마저 갚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기업 넥슨이 두 번 연속 엉터리 해명을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