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소액 임대소득자 반발 우려... '공평 課稅' 또 미뤄

    입력 : 2016.07.20 09:48

    ['월세 소득 과세' 다시 유예]


    - 월세 급등 가능성
    집주인들 월세에 세금 반영하면 결국 서민 가계만 직격탄 맞아
    - 근로소득과 형평 어긋나
    "기존 방안보다 소액이더라도 일단 과세하는 방향으로 가야"


    기획재정부가 연 2000만원 이하 월세 임대소득에 대해 내년부터 소득세를 물리려던 방침을 연기하기로 한 이유는 수십년간 비과세를 유지하다가 갑작스럽게 세금을 부과할 때 후폭풍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처음 과세 방안을 발표한 2014년 당시에도 집주인들의 반발로 과세 방안을 대폭 완화한 경험이 있다. 또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과세 범위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공평 과세' 원칙은 퇴색하고, 월세 임대소득 과세는 다음 정부로 넘겨질 전망이다.


    ◇대선 앞두고 월세 급등 가능성 고려한 듯


    2014년 2월 기재부는 오랜 기간 과세 사각지대로 지목됐던 연 2000만원 이하 소액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2014년치 임대소득부터 소득세를 물리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집주인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소액 임대소득을 올리는 사람 중에서는 은퇴한 이후 별다른 금융자산이 없는 노년층이 많다. 부유층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에게 정부의 과세 방침은 갑작스러운 '세금 폭탄'으로 여겨졌고, 거센 논란이 제기됐다. 결국 기재부는 한 달 만에 수정안을 내놓았다.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해서는 다른 소득과 합쳐 세금을 매기는 종합소득세를 적용하지 않고, 단일세율 14%를 적용하는 분리과세를 해서 부담을 낮춰 주기로 했다. 필요경비(집수리·유지비 명목)로 60%를 공제하고, 임대소득 외에 다른 소득이 2000만원에 못 미치면 추가로 400만원을 공제해주는 방식이었다.



    정부는 반발을 감안해 이런 분리과세 방식을 적용하되, 적용 시기를 2015년까지 2년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여론을 달랬다. 당시 국회는 정부 방침에 1년을 추가로 보태 2016년까지 3년간 유예하기로 소득세법을 개정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유예 기간이 올해로 끝나고 내년치 임대소득부터는 과세해야 하지만 정부가 재차 과세를 미루기로 한 것이다. 우선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바뀌는 와중에 월세 인상으로 이어져 서민 가계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서울 양천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내년부터 임대소득 과세가 예고됐다는 점을 들어 집주인들이 월세에 세금을 반영해 월세를 올리려는 기류가 뚜렷하다"고 했다. 세입자에게 세금을 떠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이 확산되면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 지방에서는 주택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월세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집주인들로서는 임대소득 감소에 세금 부담까지 이중고에 시달리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 비중은 2011년 33%였지만 작년에는 44.2%까지 상승했다.


    정부 안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불씨를 키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대선을 코앞에 두고 안 내던 세금을 내라고 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며 "연말정산 파동을 비롯해서 현 정부 들어 세제와 관련해 시끄러운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가자는 분위기"라고 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조세 저항이 큰 과세를 갑자기 시행하는 것이 정부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일 것"이라고 했다.


    ◇근로소득과 형평에 어긋나


    그러나 임대소득에 대해 계속 과세를 미루는 것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같은 액수를 벌더라도 근로소득이나 금융소득에 비해 임대소득이 세금을 덜 내는 게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원천 징수되는 근로소득에 비해 임대소득이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는 점은 정부도 잘 인식하고는 있다"고 했다. 전국에서 주택을 2채 이상 갖고 있는 사람은 135만명가량이며, 그중 21만명이 3채 이상 보유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국세청에 주택임대소득을 신고한 사람은 2014년 소득분 기준으로 11만3893명에 불과하다. 다주택자의 8% 정도만 임대소득 관련 세금을 내고 있다는 얘기다.


    해외에서는 소규모 임대 사업자에게도 임대소득에 대해 별다른 세제 혜택을 주지 않는다. 일본, 프랑스, 영국 등은 주택 임대소득에 대해 최고세율이 40%대에 달한다. 윤재원 홍익대 교수는 "계속 임대소득 과세를 미루기보다는 기존 방안보다 소액이더라도 일단 과세를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조세 원칙에 부합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