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돈 안 풀었다면... 올 1분기 '제로 성장'

    입력 : 2016.07.14 09:36

    KDI "재정 투입 없었다면 작년 성장률 1%대 머물렀을 것"
    성장에 '재정 기여도' 3분의 1… 민간부문은 제자리걸음


    현정부 4년간 3차례나 추경… 체질개선 힘쓰기보다 땜질 처방


    한국 경제가 성장 동력의 대부분을 재정에 의존하는 '재정 중독(中毒)' 증세를 앓고 있다. 활력을 잃어가는 민간 부문을 대신해 정부가 돈을 풀어 간신히 성장률을 떠받치는 경향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이다. 그 결과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잠재 성장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재정 투입 없었다면 작년 성장률 1.8%


    1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경제성장률 2.6% 중에서 재정의 기여도는 3분의1가량인 0.8%p(포인트)였다. 구체적으로 공무원 월급 등으로 지출한 정부 소비의 기여분이 0.5%p였고, 도로·철도 공사와 같은 정부 투자가 보탠 부분이 0.3%p로 집계됐다. 재정이 기여한 부분을 빼고 순수 민간 힘으로 경제 규모를 키운 것만 따지면 성장률이 1.8%에 그쳤다는 뜻이다.


    길게 보면 성장률은 서서히 낮아지고, 재정의 기여도는 계속 올라가는 추세가 뚜렷하다. 2011년에는 3.7% 성장했는데, 재정 기여도는 0%p였다. 정부의 도움 없이 순수히 가계·기업의 힘만으로 3.7% 성장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후로는 재정 기여도의 비중이 2012년 0.4%p, 2013년 0.6%p 순으로 높아졌고, 작년에는 0.8%p로 확대됐다. KDI는 특히 올해 1분기 성장률(전기 대비)이 0.5%인데, 민간의 기여도는 제로(0)인 반면 재정기여도는 0.5%p라고 분석했다. 민간은 제자리걸음했고, 재정의 힘으로만 성장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정부가 경제 체질 개선보다 돈 풀기에 의존하며 단기 성장률 관리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에 10조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것을 포함해 박근혜 정부는 4년간 세 차례나 추경을 집행하고 있다. 경제 여건이 나빠질 때 불씨가 꺼지지 않게 하려면 재정을 확장해 대응할 필요는 있지만 습관적인 추경 편성은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자꾸 재정으로 승부하다 보면 민간이 정부에 의존하는 타성이 커져 스스로 움직이지 않게 된다"며 "구조 개혁으로 민간의 투자를 늘려 고용을 확대하는 교과서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추경과 같은 '진통제'만 주입하면 잠재 성장률은 올라갈 수 없다"고 했다.


    ◇나랏빚 늘고 추경 효과도 의문


    매년 재정 확장 카드를 꺼내다 보니 나랏빚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관리재정수지(수입에서 지출을 빼고 사회보장성기금 흑자를 뺀 수치)는 2011년 13조5000억원 적자였지만, 작년에는 적자 폭이 38조원으로 커졌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 채무 비율도 2011년에는 31.6%였지만 작년에는 37.9%로 높아졌다.


    게다가 정부가 매년 확대하는 재정을 적재적소에 쓰지 못하고, 그로 인해 충분한 효과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빚만 늘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국회 예결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작년 예산 불용액이 10조원 가까이 됐는데, 결과적으로 예산 배분을 잘했다면 추경이 불필요했을 것 같다"고 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지난해 추경으로 재정을 투입했지만 돈을 제대로 쓰지 못한 사업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용노동부의 취업 성공 패키지 프로그램이다. 직업훈련이나 취업 상담으로 청년·저소득층 취업을 돕겠다는 사업인데, 당초 본예산에서 2746억원을 받았다가 추경을 통해 3374억원으로 사업 규모가 커졌다. 그러나 실제 집행된 예산은 본예산보다도 적은 2562억원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