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車 배터리 '통 큰 베팅'... 상반기 20조 투자

    입력 : 2016.07.14 09:22

    [LG화학·삼성SDI는 올 각각 1조~2조원 투자 계획]


    올 한 해 30조~40조 투자 전망… 배터리 생산능력 높이는데 집중
    비관세 장벽 '인증제도' 활용… 기술력 앞선 한국업체 견제 나서
    설비 투자와 연구 개발 통해 배터리 경쟁력 키우기에 총력


    중국 배터리 분야 3위 업체 CATL 황스린 사장은 최근 중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2020년까지 300억위안(약 5조1000억원)을 투자해 생산 라인을 확충하고 연 배터리 생산능력도 매년 2배씩 늘려 2020년에는 50GWh까지 키우겠다"고 밝혔다. 50GWh면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 24.8GWh의 2배가 넘는 규모다. CATL뿐 아니다. 중국업체들이 올 상반기 공개한 배터리 투자 계획 규모는 20조원. 하반기까지 합치면 그 총액은 30조~4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배터리 업계 세계 선두권인 LG화학과 삼성SDI가 올해 추진 중인 투자액수 1조~2조원과 비교하면 10~20배에 달한다.


    이른바 중국의 '배터리 굴기(崛起·몸을 일으킨다는 뜻으로 중국의 부상을 가리킨다)'가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시장인 중국 안에서 '인증제도'라는 비관세 장벽을 활용, 기술력이 앞선 한국 기업을 견제하면서 자국 기업에는 집중적으로 설비를 투자하게 하고 연구 개발 역량을 몰아주면서 무섭게 성장하는 셈이다. 중국은 현재 정부 인증을 받은 배터리가 들어간 전기차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아직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이 인증을 받지 못했다.


    ◇상반기 20조원 투자… 배터리에 '올인'하는 중국


    중국 배터리 업체들 설비 투자는 거침이 없다. 중국 최대이자 세계 5위 배터리 전문 생산업체 이브배터리는 지난 4일 25억1800만위안(4300억원)을 투자해 생산 설비를 증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도 펑후이에너지가 1740억원, 중신궈안멍구리는 2600억원 등 다른 배터리 업체들도 투자 대열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중국 내 전기차 생산 1위 업체이면서 전기차용 배터리도 생산하는 BYD는 인도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중국보다 싼 인건비를 활용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고 생산량도 대폭 늘리겠다는 전략. 인도 신문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BYD가 인도에서 2억달러(2300억원) 규모 합작 공장 설립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BYD는 미국·네덜란드 등 43개국 190개 도시에 지사를 두고 있다.


    정부도 가세했다. 올해 초 베이징에 배터리 기술 개발을 목적으로 한 중국 국가동력배터리혁신센터가 세워졌다. 베이징시 정부와 상하이자동차, 베이징자동차, 이치자동차 등 중국 현지 자동차 업체들과 CATL 등 배터리 기업들이 힘을 합쳐 30억위안(5100억원)을 투자했다. 이 혁신센터는 2020년까지 배터리 충전 용량을 대폭 높여 순수 전기차 기준 1회 충전으로 지금의 2배 가까운 주행거리 400~500km를 달리도록 하는 게 목표다. 배터리업계 전문가는 "이 정도면 한국·일본 등 선진업체 기술 수준을 거의 따라잡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생산국가, 중국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건 중국이 이미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국가이면서 세계 최대 시장이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을 장악하지 못하면 낙오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배터리 출하량은 61.6GWh. 전 세계 출하량의 74.2%를 차지했다. 올 1~5월 배터리 생산량에서 중국 BYD는 총 1.13GWh를 생산, 전년 동기(366.1MWh) 대비 생산량이 208% 늘어났다. 이 때문에 배터리 생산규모 기준으로 BYD는 일본 파나소닉에 이어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표 참조〉 같은 기간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생산량이 30~90% 늘어나는데 그쳤다. 배터리 사업부문 기준 BYD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1조8000억원. LG화학(1조원)과 삼성SDI(7000억원)를 뛰어넘는다.


    중국은 양과 질, 두 마리 토끼를 다 쫓고 있다. 업계에선 아직 중국산 배터리의 출력과 용량이 한국 제품과 비교하면 30~40%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중국은 막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생산량을 대폭 늘리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여기서 나온 이익을 다시 기술 개발에 재투자, 경쟁력을 높여 한국과 일본 기업들을 따라잡겠다는 전략이다.


    포스코 경영연구원 박재범 수석연구원은 "2020년까지 중국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연평균 57%씩 성장, 6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LG화학과 삼성SDI가 기술력과 수주잔량 등 배터리 경쟁력 분야에서 세계 1~2위권이란 평가를 받지만, 중국 시장을 놓치면 배터리 패권을 중국에 넘겨줘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