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유경제 年 65%씩 성장... '중국판 우버' 이용자만 2억5000만명

    입력 : 2016.07.13 09:22

    [공유경제 꽃 피는 중국]


    - 공유경제 활동인구 5억명
    스마트폰 등록대수 13억대
    공산주의 경제체제 경험… 자원을 함께 사용하는 데 익숙
    -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
    中 차량호출 앱 시장 95% 점유… 애플로부터 10억달러 투자 유치
    콜택시·일반차량·버스도 호출
    - 규제 나서는 中 당국
    차량공유서비스 등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 잇따라… 면허·가격 등 규정 마련 나서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에 있는 IT업체에서 5년째 근무 중인 한국인 이모(38)씨는 지난달 한국에 있는 친척들을 다롄으로 초대했다. 이씨는 이들이 중국 음식을 잘 먹지 못할 것 같아 호텔보다는 부엌이 딸린 아파트형 숙소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씨는 스마트폰으로 숙박 공유사이트인 '투자(途家)'에 접속해 5분 만에 중산광장 인근에 있는 25평짜리 아파트를 구할 수 있었다. 요금은 1박에 200위안(약 3만6000원)으로 일반 호텔의 절반 수준도 안 됐다. 아파트 주인인 한족은 두 달간 해외 체류 중이어서 '투자'를 통해 집을 내놓은 상태였다. 이씨는 친척들을 공항에서 맞이한 후 차량 공유서비스인 '디디추싱(滴滴出行)'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호출한 일반 차량을 이용해 숙소까지 이동했다. 차량 이용 요금은 운전자에게 지불하지 않고 이씨가 앱에 등록해놓은 신용카드를 통해 결제했다. 이씨는 "공항에서 택시를 타려면 한참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일반 차량을 호출해 이용하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에서 공유경제(Sharing Economy) 서비스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공유경제란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력 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활동 방식을 지칭한다. 소셜네트워킹서비스 등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IT기술의 발전은 개인 간의 거래를 용이하게 만들어 공유경제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세계 최대 차량 공유서비스인 '우버(Uber)'와 숙박 공유서비스인 '에어비앤비(Airbnb)'는 공유경제가 낳은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中 공유경제, 연평균 65%씩 성장


    공유경제는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지만 현재 공유경제가 가장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 국가정보센터가 지난 3월 발표한 '중국 공유경제발전 보고서 2016'에 따르면 중국의 공유경제 시장 규모는 지난 5년간 해마다 평균 65%씩 성장해 지난해 말 1조9500억위안(약 334조)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유경제 서비스에 종사하는 사람은 약 5000만명으로 전체 노동 인구의 5.5%를 차지하며, 공유경제 활동 인구는 전체 인구의 37%인 5억명을 상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에서 공유경제가 가장 활성화된 분야는 차량 공유 분야로 '중국판 우버'라 불리는 디디추싱이 대표업체다. 디디추싱은 중국의 대표 IT기업인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지난해 합작해 세운 기업으로 중국 차량 호출 앱 시장의 95% 이상을 점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디디추싱의 등록 운전자는 약 1400만명이며, 이용 고객은 2억50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총 발주 건수는 14억3000만건에 달했다. 디디추싱은 최근 애플로부터 10억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기업가치는 250억달러(28조7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디디추싱 앱을 통해선 한국의 '카카오택시'처럼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택시로 등록하지 않은 일반 차량과 버스까지 호출할 수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한 승용차 탑승자가 중국의 차량 공유 서비스인'디디추싱(滴滴出行)'애플리케이션의 결제 확인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는 앱을 통해 일반 차량을 불러 이용한 뒤 차량 이용 요금을 앱에 등록해놓은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서비스다. /블룸버그


    중국판 에어비앤비라 불리는 '투자'는 중국의 대표적 숙박 공유서비스 업체로 꼽힌다. 투자는 2011년 12월 설립 이후 꾸준히 서비스 지역을 넓혀 현재 중국 내 325개, 해외 1085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택·빌라·아파트 등 등록 숙박시설은 40만개에 달한다. 투자 앱 다운로드 건수는 지난해 중국에서 1억5000만건을 넘어섰다. 현재 기업가치는 1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투자는 한국 진출을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이 밖에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다른 사람과 무료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앱인 '라이나(來拿)', 국내 '네이버 지식인'과 유사한 지식 공유 앱 '방방(帮帮)' 등이 중국의 주요 공유경제 서비스로 꼽힌다.


    ◇13억대 스마트폰이 공유경제의 바탕


    중국에서 공유경제가 급성장하는 요인으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인터넷·스마트폰 이용 인구 수를 들 수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중국의 인터넷 이용자는 6억9000만명에 달한다. 스마트폰 등록 대수는 13억대를 넘어섰다.


    중국 전역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모바일 거래는 공유경제 서비스에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공유경제 서비스 규모가 향후 5년간 연평균 40%씩 성장해 2020년에는 공유경제가 국내총생산(GDP) 전체의 1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중국의 도시화도 공유경제의 주요 성장 요인이다. 도시 인구의 확산은 공유경제 서비스에 대한 잠재 수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해마다 도시화 촉진 정책에 따라 도시 인구가 최대 2000만명가량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중국인들이 공산주의 경제체제를 경험하며 자원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데 익숙하다는 점도 공유경제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악용 사례 발생하자 당국은 규제 도입


    최근엔 공유경제 서비스가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7월 베이징에서 디디추싱 운전자가 여성 손님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지난 5월엔 중국 선전(深圳)의 한 초등학교 영어 교사인 중모(여·24)씨가 디디추싱 차량을 호출했다가 운전자인 판모(24)씨에게 납치·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디디추싱 측은 사건 직후 "판씨의 이전 범죄 기록이 없었고, 판씨가 이전에 태운 손님 18명도 어떤 불만을 제기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차량공유 서비스의 안전성 문제는 중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일각에서는 운전자가 자신의 이름, 신분증 번호, 휴대폰 번호, 차량 등록증과 브랜드명만 입력하면 디디추싱에 차량을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운전자 관리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선전시 당국은 디디추싱 등 차량공유 서비스에 종사하는 운전자 가운데 마약사범이 1425명, 일반 전과자가 1661명에 이른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동안 차량 공유 서비스에 대해 별다른 규제를 가하지 않았던 중국 당국도 본격 관리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3월 있었던 양회(兩會)에서 양촨탕(楊傳堂) 중국 교통운수부 부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차량 공유 서비스 시장에 관한 규정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새로 마련된 규정에는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를 설립하려면 관련 면허를 따야 하며, 서비스 가격은 정부 지침 등에 맡겨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