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합법" 진화하는 한국형 차량 공유

    입력 : 2016.07.12 09:48

    ['우버' 퇴출 이후 새 서비스 잇따라]


    - 스타트업 '쏘카'
    월 20만원에 아반떼 1년 대여… 안 쓸 땐 남에게 빌려주면 돼
    대여 횟수 만큼 이용료 깎아줘
    - 카풀 중개 '풀러스'
    스마트폰에 목적지 지정하면 가장 가까운 등록 차량에 연락… 택시보다 20~30% 저렴해 인기


    차량 공유 스타트업 쏘카는 최근 '제로카 셰어링(Zerocar Sharing)'이란 서비스를 내놨다. '아반떼AD' 신차를 월 19만8000원에 장기 대여해주고 1년 뒤 도로 회수하는 서비스다. 특징은 '반드시 남과 차를 공유(共有)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는 것. 필요할 때는 내 차처럼 타다가 주차장에 세워놨을 때 남에게 빌려주면 대여 횟수만큼 대여료가 차감된다. 공유(share)를 많이 하면 대여료가 '0원(zero)'도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제로카 셰어링'이란 이름이 붙었다.


    쏘카는 오는 15일까지 신청을 받아 딱 100명에게만 차량을 내주기로 했는데, 신청 접수 일주일째인 11일 현재 6000여명이 몰렸다. 남들이 편하게 빌릴 수 있는 것이 관건인 만큼 이용자의 주차장이 교통 요지에 있는지, 누구나 24시간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지 등이 주요 심사 항목이다. 쏘카 이재용 대표는 "제로카 셰어링을 통해 전국 곳곳에 쏘카존을 더욱 확산시킬 계획"이라며 "쏘카를 이용하면 굳이 차를 구매할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라고 했다.


    ◇진화하는 토종 차량 공유 서비스


    글로벌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Uber)가 불법 논란으로 퇴출당한 한국 시장에서 진화(進化)한 형태의 토종 차량 공유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제로카 셰어링처럼 합법(合法)의 테두리 안에서 일반인들이 택시 면허 없이도 내 차를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는 모델이다. 우버는 차 주인이 별도 면허 없이 자가용을 택시처럼 운행하는 '불법 유상(有償) 운송'이 문제가 됐지만, 쏘카는 차량만 빌려주는 방식으로 이런 논란을 피했다.



    출퇴근길에 방향이 같은 사람을 태워주고 돈을 받는 '카풀(Carpool)' 서비스도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올 4월 창업한 스타트업 풀러스(Poolus)가 대표적이다. 현재 IT(정보기술) 기업이 밀집한 경기도 판교 인근의 '성남시 분당구'에서 퇴근길에 한해 시범 서비스 중인데, 출시 2개월 만에 가입자가 2만명을 넘어섰다.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목적지를 찍으면, 미리 등록된 차량의 퇴근 경로를 감안해 가장 가까운 운전자에게 콜을 보낸다. 비용은 택시보다 20~30%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퇴근하면서 매일 수천원씩 벌 수 있는 셈이다. 풀러스는 택시 면허 없이 자기 차로 돈을 버는 형태지만 합법이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자가용의 유상 운송을 금지하고 있지만, '출퇴근 때 승용 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는 예외로 허용하고 있다. 우버가 한국에선 규제의 벽 때문에 서비스를 접었지만, 편리한 교통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需要)가 여전한 만큼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시장·규제 장벽 허무는 IT 서비스


    IT 기업들이 내놓는 스마트폰 기반의 020(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결) 서비스도 시장·규제의 장벽을 허물고 있다. 카카오의 대리운전 서비스 '카카오 드라이버'는 면허증만 있으면 전 국민이 대리운전 기사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기존엔 대리기사가 보험료, 대리운전 프로그램 사용료 등을 대리운전 중개 업체에 고정적으로 내야해 진입 장벽이 높았다. 카카오는 고정비를 완전히 없애고 간단한 면접만 거치면 기사로 일할 수 있게 했다. 덕분에 전체 대리운전 시장(14만여명)의 절반에 육박하는 5만명 이상을 단기간에 기사로 확보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무인차까지 상용화될 경우 기존의 규제가 감당하지 못하는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가 속속 등장할 것"이라며 "기술 혁신을 낡은 규제가 따라가기엔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