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원 찍은 삼성전자... IT 장세 오나

    입력 : 2016.07.12 09:32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9분기 만에 8兆 넘어서
    LG디스플레이·SK하이닉스도 외국인 매수세 몰려 주가 껑충
    코스닥 반도체·IT 관련株도 줄줄이 52주 신고가 행진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11일 장중에 주당 150만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 주가가 장중에 150만원을 넘어선 것은 작년 3월 19일(151만원) 이후 약 1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주가가 2013년 초 달성한 역대 최고가(157만6000원)를 다시 돌파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한 것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2분기(4~6월) 잠정 실적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발표한 올해 2분기 영업이익(잠정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8조1000억원으로, 9분기 만에 8조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세를 타면서 반도체·IT(정보기술) 관련 주식들도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11일 52주(1년) 신고가를 기록했고, SK하이닉스도 5월 중순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면서 주가가 두 달 만에 25% 가까이 올랐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 반도체·IT 종목들이 시장을 이끄는 'IT 장세'가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IT株, 최근 줄줄이 52주 신고가


    중소형주가 몰려 있는 코스닥 시장에서도 이른바 '삼성전자 효과'가 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에서 지난달 1일 이후 현재까지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종목 70개 가운데 19개(27%)가 반도체·IT부품·통신장비 등의 업종이었다.


    이들 업체의 주가 상승이 모두 직접적으로 삼성전자 실적 호전에 영향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IT 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이들 기업의 실적, 투자 심리와 주가에 미치는 영향 또한 상당하다고 분석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우선주 포함)은 전체 시가총액의 16.5%를 차지하고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IT 섹터의 실적이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을 따라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를 지나 하반기에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3분기 이후 삼성전자의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 이익이 개선돼 하반기의 분기별 영업이익도 기존 추정치보다 높은 8조원 안팎으로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삼성전자 실적 이외에도 IT 업종에 호재는 더 있다. 통상 하반기는 IT 기업 생산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계절적 성수기'다. 글로벌 IT 시장의 최종 수요자인 미국 경제가 최근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것도 긍정적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에는 경기 민감주인 화학·철강과 함께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IT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에 따라 출렁일 가능성도 커


    그러나 'IT 장세'가 올 것이라는 전망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반기 애플의 신제품인 '아이폰 7'이 출시되는 만큼 정면 대결이 불가피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3분기(7~9월) 영업이익 전망치는 2분기 실적보다는 다소 낮은 7조2000억원 수준이다.


    IT 업종은 다른 업종에 비해 변동성이 큰 편이고, 특히 미국·중국 등의 거시경제 변수에 많은 영향을 받는 만큼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반기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 등 글로벌 경제에 리스크 요인이 산적해 있다. 이 밖에 올 2월 중국 증시 급락 같은 불의의 사태가 벌어지는 것도 변수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반적으로 하반기 IT 업종 전망이 괜찮은 것은 사실이지만, 개별 기업의 실적 전망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위험 요인을 따져 본 뒤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