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IPTV 공세에 가입자·매출·영업이익 감소 '三重苦'

    입력 : 2016.07.11 09:36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 不許로 위기 다시 부각]


    IPTV 맞서 결합상품 내놨지만 통신사들과 경쟁에서 밀려… 방송권역 제한도 걸림돌
    디지털 케이블망 같은 미래 투자 제때 하지 않은 것도 위기 불러
    VOD서비스는 IPTV가 선점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불허(不許) 입장을 밝히자 케이블TV 업계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종합유선방송 사업자(SO· System Operator)들이 주축인 케이블TV 업계는 지난 1995년 국내 유료방송 시대를 연 뒤 한때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최근에는 가입자와 매출, 영업이익이 모두 하락하는 삼중고(三重苦)를 겪고 있다. 업계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를 계기로 돈 많은 통신업체들이 케이블TV 업체를 인수해주는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길 내심 기대했지만, 공정위의 이번 불허 방침으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다.


    ◇성장세 꺾인 케이블TV 업계


    케이블TV 전체 가입자는 IPTV(인터넷TV)가 등장한 2009년 정점(1514만명)을 찍은 뒤 2010년(1486만명)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작년 말 가입자 수는 미래창조과학부 자료(1380만명)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자체 집계(1442만명)가 차이를 보이지만, 감소 폭만 다를 뿐 2014년(1461만명)보다 가입자는 줄었다.



    방송사업 매출도 지난 2014년부터 감소하고 있다. 2014년은 1년 전보다 330억원이 줄었지만, 2015년에는 감소 폭이 872억원으로 더 커졌다. 영업이익도 2012년 6278억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작년에 4056억원으로 내려갔다.


    ◇"결합상품 내세운 IPTV와 지역 한계 때문"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들은 "통신사들이 주축인 IPTV 업체가 유료 방송 서비스와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등을 묶어서 싸게 파는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내세워 급성장한 것이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케이블TV 업체들도 유료 방송과 인터넷, 알뜰폰(CJ헬로비전·티브로드) 등을 묶은 결합상품을 판매하지만, 초고속인터넷과 휴대전화 서비스에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통신사들과의 경쟁에서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이다. 케이블 TV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결합상품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휴대전화 서비스"라며 "알뜰폰 혜택으로 유료 방송 가입자를 붙잡으려는 것은 시장에 별 영향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체 유료 방송 시장에서 결합상품 가입자 비율은 2012년 796만명에서 2015년 6월 1199만명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이 중 IPTV 업체들이 결합상품을 통해 확보한 유료 방송 가입자는 2012년 547만명에서 2015년 6월 929만명으로 70%나 증가했다. 하지만 케이블TV 업체들이 같은 기간 결합상품을 통해 확보한 가입자는 8.6%(22만명) 늘어난 정도였다.


    케이블TV의 방송권역이 지역적으로 제한된 것도 걸림돌이란 지적이다. 가령 서울 안에서도 CJ헬로비전 서비스 권역인 양천구에 살던 케이블TV 가입자가 딜라이브 권역인 용산구로 이사하면 CJ헬로비전은 더 이상 이 가입자에게 방송 서비스를 할 수 없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IPTV의 경우, 가입자가 전국 어디로 이사 가든지 따라갈 수 있기 때문에 고객을 그대로 지킬 수 있다"며 "케이블TV는 마케팅이나 결합상품 서비스 등에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케이블 스스로 위기 자초"


    하지만 케이블TV 스스로 현재의 위기를 불렀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IPTV 등장 전까지 케이블TV 업체들이 사실상 독점 사업자로 호황을 누리면서도 디지털 케이블망(網) 같은 미래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 케이블TV는 디지털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IPTV의 등장 전부터 아날로그 케이블 방송을 디지털로 전환할 기회가 있었지만, 늦어지면서 새로운 수입원 확보에 뒤처졌다.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율은 작년 말에야 절반을 넘겼다.


    디지털 방송은 아날로그 방송보다 화질 등에서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아날로그는 채널이 50~60개 정도지만, 디지털 방송은 현재 최대 200개(999개까지 확장 가능)가 넘는다. 가입자가 원할 때 얼마든지 영화와 재방송 프로그램 등을 시청할 수 있는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도 디지털 방송에서나 가능하다.


    VOD 서비스 수요는 계속 늘고 있지만 디지털화에 늦은 케이블TV는 이 수요를 제대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IPTV 3개사는 2013년과 2014년 VOD에서 각각 2931억원과 3972억원의 매출을 올린 반면, 케이블TV 업체들은 같은 기간 매출이 1400억원과 1702억원이었다.


    ◇전문가들 대안도 제각각


    SK텔레콤의 케이블TV 인수가 좌절되면서 전문가들이 내놓는 대안도 제각각이다. 최성진 서울기술과학대 교수는 "케이블TV 업체 간 합병으로 800만~900만 가입자를 가진 대형 케이블 업체를 탄생시키는 것이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활동할 수 있는 방송 권역이 넓어지기 때문에 IPTV의 전국 서비스에 대응하기 수월해진다"고 했다. 미래부에 따르면 케이블TV 1위인 CJ헬로비전의 가입자가 작년 말 380만명 선이다.


    반면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케이블TV 1위인 CJ헬로비전까지 여력이 없어 매각 대상으로 나왔던 만큼, 케이블TV 업체 간 M&A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공정위의 불허 입장으로 인해 해외 매수자를 찾는 것 말고는 별 방안이 없는 것같다"고 했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케이블TV가 사양사업이라지만, 아직 적자 상태가 전혀 아니다"라며 "정부가 나서서 케이블TV 업체들이 수익을 서비스 업그레이드에 투자할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