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CJ헬로'강제 파혼'... 케이블TV 재편 어떻게?

    입력 : 2016.07.06 09:38

    [공정위 '인수합병 不許'… 다른 케이블 매각에도 차질 빚을 듯]


    - SKT "후속 대책 고민 중"
    "공정위 심사하는 7개월간 새 사업 구상 못한 게 뼈 아파"


    - CJ헬로비전 "우리만 만신창이"
    "경쟁력 잃어가는 케이블 산업, 자발적 구조조정 길 막다니…"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해 불허(不許) 방침을 지난 4일 두 회사에 통보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위기에 빠진 케이블TV 업계 구조 개편이 안갯속에 빠졌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앞으로 2주 내 공정위에 제출할 소명 자료를 준비하면서 공정위의 불허 방침대로 인수합병을 포기하는 방안까지 모든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SK텔레콤의 시장지배적 지위 강화 우려"


    공정위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불허 이유로 유료 방송 시장에서 합병 회사의 지배적 지위가 강화된다는 점을 들었다. CJ헬로비전이 19개 방송권역에서 가입자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상황에서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인터넷TV)와 합병시 1위 권역이 21개까지 늘어난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동통신시장 1위인 SK텔레콤의 영향력까지 가세하면 모바일과 유료 방송 시장을 동시에 장악하는 공룡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통신과 방송을 묶은 결합 상품이 나오면 합병 시너지 효과가 더욱 커져 다른 통신·케이블 업체들이 속수무책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당초 공정위는 일부 권역의 유료 방송 사업 매각 등 조건부 승인도 검토했지만, 이 같은 문제로 인해 전례 없는 기업 결합 불허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방송·통신 정책의 콘트롤 타워인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의 교체가 신호탄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인사에서 SK텔레콤 임원을 지낸 조신 전 수석이 물러나고 교수 출신으로 KT 사외이사를 했던 현대원 수석이 임명됐다. 현 수석은 임명 전 언론 인터뷰에서 합병에 나선 SK텔레콤을 "황소개구리"에 비유하며 강하게 반대했었다. 여기에 지상파 방송사들이 합병에 반대하고 야당이 시민단체과 함께 반대 토론회를 개최해온 것 등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CJ헬로비전 내에선 "우린 만신창이"


    CJ헬로비전은 공정위 불허 결정에 대해 "케이블 산업의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막아 (케이블 산업을) 고사 위기에 몰아넣는 조치"라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CJ헬로비전 직원들 사이에선 "우리만 만신창이가 됐다"라는 격한 표현까지 나왔다. 이에 김진석 CJ헬로비전 대표가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여러분들은 (공정위의 합병 불허 방침에) 동요하지 말고 맡은 바 업무에 매진해 주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할 정도였다. CJ헬로비전은 이번 매각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면서 기업 가치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케이블TV 시장의 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인수 사업자를 찾기도 힘들게 됐다.


    SK텔레콤 역시 방송·통신 융합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계획이었지만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장동현 사장은 이날 오전 6시 30분에 출근해 부문장급 이상 임원들과 연달아 회의를 하면서 대책 마련에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공정위가 심사를 7개월 동안 진행하면서 SK텔레콤 경영진들이 이 기간 동안 새로운 사업을 제대로 구상하지 못한 것이 뼈아프다"고 말했다.


    케이블TV 업계에서도 "공정위의 이번 결정으로 유료 방송 시장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이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다. 국내 케이블TV 업계에는 CJ헬로비전 외에도 딜라이브(옛 씨앤앰), 현대HCN 등 '빅4' 중 3개 업체가 매물 대상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번 합병이 무산되면서 최근 채권단의 채무조정으로 간신히 부도 위기를 넘긴 딜라이브의 매각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케이블TV 관계자는 "공정위의 논리대로 권역별 가입자 점유율을 따진다면, 전국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들의 IPTV(인터넷TV)보다 지역 중심의 케이블TV 업계를 사실상 더 규제하게 되는 모순에 빠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