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8조, 네이버 1조... 1등 기업의 질주

    입력 : 2016.07.04 09:38

    [IT 대표기업, 2분기 好실적 예상]


    삼성, 스마트폰 4조 넘는 영업익… 브렉시트로 인한 强달러 효과도
    네이버, 검색 점유율 80% 달해… 광고매출 1분기보다 1000억 늘어
    IT시장 성장 정체… 1등 쏠림 심화, '소비자 선택권 축소'지적도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3일 알려졌다. 8조원대 영업이익은 2014년 1분기 이후 9개 분기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말까지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2분기에 7조원대 중반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으나, 스마트폰 실적이 고공 행진을 하는 데다 반도체·생활가전도 선전하면서 영업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7일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다.


    한국 인터넷 산업을 대표하는 네이버 역시 올 2분기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 IT(정보기술) 산업을 대표하는 두 기업의 실적이 나란히 크게 개선되면서 하반기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 대표 기업으로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춤했던 삼성전자, 스마트폰으로 부활


    재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8조원 돌파의 주역은 스마트폰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서만 4조원 중반대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 내부에서도 "오랜만에 스마트폰 장사를 잘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스마트폰 사업의 호조는 지난 3월 예전보다 한 달 앞당겨 출시한 갤럭시 S7의 판매가 꾸준한 데다 경쟁사인 애플의 부진이 겹치면서 삼성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에 정통한 한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최신작 아이폰SE의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삼성이 마케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던 것도 호재"라고 말했다.



    가격 하락으로 고통을 받던 반도체·디스플레이 실적도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가격은 6월 초를 기점으로 반등에 성공했으며 3D(입체) 반도체 등 고성능 반도체 제품군(群)에서는 삼성이 독보적인 시장 장악력을 유지하고 있다. TV·에어컨·냉장고 같은 생활가전 제품 역시 여름철 성수기에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특수가 겹쳐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여기에 '브렉시트(Brexit)'로 인한 환율 효과도 실적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 이후 나타난 강(强)달러 현상으로 인해 삼성이 1000억원 수준의 환차익을 거뒀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한국 인터넷 산업의 대표주자인 네이버는 1조원대 매출에 영업이익이 2000억원 후반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검색 점유율이 80%에 달하면서 2분기 광고 매출이 1분기보다 1000억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모바일 메신저인 '라인'과 쇼핑·콘텐츠 사업도 호조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 고위 관계자는 "아직 2분기 실적이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국내와 해외 사업 모두 상당한 성장세를 보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전망을 반영하듯 두 기업의 주가도 최근 급상승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 주가가 장중 147만9000원까지 올라 52주(1년) 신고가를 기록했으며 네이버 역시 실적 개선과 자(子)회사인 라인의 주식 시장 상장(上場)에 힘입어 최근 주가가 70만원 선을 돌파했다. 작년 9월 45만8000원까지 내려갔던 것과 비교해보면 주가가 55% 이상 올랐다.


    ◇"1등 기업 쏠림 현상 우려" 시각도


    하지만 삼성전자와 네이버 두 기업을 제외한 한국 IT 기업의 2분기 실적은 낙관하기 힘들다는 예상이 더 많다. 실제로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부진을 이유로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 인사를 단행했고 카카오도 카카오 대리운전 등 신규 서비스에 대한 마케팅 비용 증가로 인해 실적 개선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예상됐다. 각 분야 1등 기업의 장악력이 커지면서 2등 이하 기업과의 격차도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


    서강대 정옥현 교수(전자공학)는 "1등 기업으로의 쏠림 현상은 소비자 선택권 제한이나 IT 기술 기반 약화 등 우려스러운 대목"이라며 "IT 시장 성장이 정체상태에 빠지면서 앞으로 쏠림 현상이 더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