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20개社 상장, 1兆대 공모... 5년만에 최다

    입력 : 2016.07.04 09:32

    [주가 평균, 공모가 대비 33.6% 올랐지만 6개 종목은 하락]


    삼성바이오로직스·두산밥캣 등 하반기 기업공개 줄줄이 대기
    호텔롯데 상장은 무산됐지만 녹십자랩셀 등 수백대1 경쟁률
    자금 분산되면서 반사이익 양상… 과열 따른 공모가 거품 낄 우려


    뜨거웠던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이 막을 내렸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1~6월 유가증권·코스닥 시장 상장 기업은 지난달 30일 코스닥에 입성한 중국 기업 로스웰인터내셔널까지 총 20개에 달한다. 2011년 상반기(35개)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IPO 공모액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49억원(34.2%) 늘어난 1조1574억원을 기록했다.


    박스권 증시에도 공모주(株) 주가만큼은 상장 직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이 공모주 청약 시장으로 몰렸다. 2월 코스닥에 상장한 바이오 업체 안트로젠은 청약 경쟁률 1443대1에 청약 증거금으로 2조4000억원 넘는 돈이 몰렸다. 알엔투테크놀로지와 유니트론텍도 각각 경쟁률 1433대1, 1113대1을 기록했고, 유가증권 시장의 제이에스코퍼레이션(478대1), 용평리조트(291대1) 등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공모가 대비 평균 주가 상승률 33.6%


    올 상반기 상장한 20개 종목의 공모가 대비 주가(1일 종가)는 평균 33.6% 올랐다.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종목은 '제약·바이오'였다. 의약품 연구·개발 업체 큐리언트와 녹십자 자회사인 녹십자랩셀이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률 178%(5만8300원), 166%(4만9150원)로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23일 상장한 녹십자랩셀은 상장 당일에 이어 이튿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악재에도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였다. 이 밖에 안트로젠과 에스티팜의 공모가 대비 주가가 각각 37%, 59% 올랐고, 반도체 기업 유니트론텍도 주가가 71% 올랐다. 유가증권 시장에서는 5월 상장 직후 3일 연속 상한가를 쳤던 해태제과식품(+94%)이 단연 돋보였다.



    그러나 상반기 공모주가 모두 웃었던 것은 아니다. 20개 종목 가운데 6개(30%)는 공모가 대비 주가가 떨어졌다. 청약 경쟁률 870대1에 달했던 AP위성통신은 현재 주가 7280원으로, 공모가 대비 25%나 떨어져 있다. 레이언스(-24%), 아이엠텍(-15%)과 유가증권 시장의 대림씨엔에스(-11%)도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상장한 73개 종목 중에도 공모가 대비 현재 주가가 마이너스(-)인 종목이 40%에 달한다. 세화아이엠씨와 픽셀플러스는 주가가 반토막 났고, 미래에셋생명, 더블유게임즈 등도 40% 이상 떨어졌다. 공모주 시장 열기가 뜨거워도 손해를 보고 있는 투자자는 여전히 많다는 뜻이다.


    ◇호텔롯데 상장 무산에도 공모주 인기 여전


    당초 거래소는 "올해 유가증권 시장 공모액이 9조원에 달하는 등 2016년 IPO 규모가 사상 최대치에 이를 것"이라고 호언했다. 보통 기업 반기보고서가 나오는 7월 이후가 'IPO 시즌'인 데다 최대어로 꼽히던 호텔롯데를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두산밥캣, 넷마블게임즈 등이 줄줄이 하반기 증시 진출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로 호텔롯데 연내 상장이 무산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예상 공모 규모가 2010년 삼성생명(4조8880억원)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기대까지 받던 호텔롯데가 빠지고 브렉시트 악재까지 터지면서 IPO 시장 자체가 침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달 '호텔롯데 사태' 이후 공모를 진행한 알엔투테크놀로지·녹십자랩셀·에스티팜 등은 수백 대 1이 넘는 청약 경쟁률로 흥행에 성공했다. 호텔롯데에 집중돼 있던 투자자들의 관심과 자금이 분산되면서 오히려 다른 기업들이 호텔롯데 상장 무산의 반사이익을 얻는 형국이다.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만큼 하반기에도 공모주 시장 열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문제는 종목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청약 경쟁 과열로 공모가에 거품이 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김원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부이사장)은 "공모가가 너무 높게 형성되면 결국 투자자 손해로 이어지는 만큼 상장 추진 기업과 주관 증권사들이 합리적인 공모가를 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모주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개인 투자자는 공모주 펀드 등에 간접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1일 기준 연초 이후 국내 공모주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0%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