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재생에너지는 아직 미성숙 산업, 지속적 투자로 기회 잡아야

  • 한경섭 POSTECH 교수·녹색성장위원회 위원

    입력 : 2016.06.28 09:57

    한경섭 POSTECH 교수

    한국 경제의 눈부신 성장과 궤를 같이 해온 세대로서 최근 경제 침체와 청년 일자리 부족에 마음이 무겁다. 경제 성장과 더불어 좋은 시절을 경험했던 선후배들을 만나면 우리 경제의 앞날에 대한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경제 전반을 살펴서 해법을 논하는 것은 공학자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지만 한 평생 몸담아 온 신·재생에너지의 성장세를 보면서 이 기회는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블롬버그에 따르면 2015년 재생에너지 발전과 바이오 연료 분야에만 2,860억달러(약324조원)이 투자되었다. 대용량 수력에 대한 투자와 냉난방 분야에 대한 투자를 제외한 금액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무려 147GW가 증가했는데 그 중 대부분이 풍력설비와 태양광설비였다. 전 세계 신규 발전설비용량의 60%이상이 재생에너지 설비였다. 산업 성장과 더불어 고용도 크게 늘어 세계적으로 810만명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다. 이런 성취는 최악의 여건에서 나온 것이라 더 의미가 있다. 세계 경제가 침체되고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에서 재생에너지 투자는 전년대비 5% 증가하였다.


    신기후체제가 구축되면 신·재생에너지 성장세는 가속화될 것이다. 야심찬 온실가스 감축은 신·재생에너지 산업계에 엄청난 기회이다. 지금까지 신·재생에너지는 저탄소 경제를 향한 기후협상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해왔다. 드디어, 지난 해 12월 파리협정이 채택되었고 머지 않아 세계가 파리협정을 이행하는 체제로 돌입한다면 재생에너지 분야는 새롭고 강력한 추진력을 얻게 될 것이다. 태양광분야를 예를 들면, 기후협상과 연계하여 인도는 2022년까지 태양광 100GW를 설치하는 계획을 발표했고 2015년을 거치면서 누적용량 면에서 세계 최대 태양광 보급 국가로 부상한 중국은 2030년까지 태양광만 400GW를 보급하겠다고 계획을 상향 조정하였다. 2020년까지 매년 20GW, 그 뒤 2030년까지 매년 25GW를 보급해야 달성가능한 목표이다.


    사실,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한국 경제는 아직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원천기술을 확보한 미국, 독일, 일본 등을 추격하던 중에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에게 추월을 당했기 때문에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약하다. 그나마 태양광 분야에서는 한화큐셀을 필두로 OCI, LG전자, 신성솔라 등이 치열한 경쟁을 전개하고 있지만 풍력 분야는 소수의 부품 소재 기업을 제외하면 대기업들은 대부분 시장에서 철수하였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산업 육성 의지가 약화되었고 산업계도 자신감이 떨어졌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아직 성숙단계에 이른 산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술 혁신이 진행 중이고 산업은 역동적이며 시장은 날로 확대되는 중이다. 미국 정부는 2020년까지 태양광의 발전단가가 킬로와트시당 6센트 이하로 떨어져 화력발전보다 싸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새로운 시장인 해상풍력은 아직 세계적으로 걸음마 단계이다. 포화된 선진국 시장이나 폐쇄적인 중국 시장 외에도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등 새로운 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다. 아직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한국 기업의 몫은 충분히 있다. 우리가 보유한 태양광과 풍력 관련한 기반 기술은 여전히 매우 뛰어나다. 더군다나 우리는 성숙단계에 접어든 조선,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전자 등에 후발주자로 참여하여 선도국을 따라 잡은 저력도 있다.


    미래에 대한 확신과 지속적 투자는 태양광 기업 한화큐셀의 4분기 연속 흑자행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 많은 국내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성장의 기회를 잡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