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숨은 욕구 찾아라... 家電 아이디어 경쟁

    입력 : 2016.06.27 10:41

    애벌 빨래판 달린 삼성 세탁기, 내용물 보여주는 LG 냉장고
    中시장 겨냥한 안남미 취사 밥솥, 이슬람 교도 위한 '히잡 세탁기'


    '숨은 소비자 욕구를 찾아라.'


    생활 가전 업체들이 작은 변화로 소비자의 만족을 이끌어내기 위한 아이디어 경쟁에 나섰다. 단지 튼튼하고 잘 돌아가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숨은 요구까지 파악해 해결해주는 세부 기능이 승부처로 떠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제품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나라마다 다른 소비자들의 요구를 공략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정 국가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개발한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내놔 '대박'을 낸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생활 가전 시장에서 제품 차별화를 위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디테일이 승부 가른다" 가전 업계 아이디어 경쟁


    국내 가전 업계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LG전자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세워 고급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액티브워시' 세탁기가 대표적이다. 세탁통 입구에 대야처럼 움푹한 빨래판을 달아 쉽게 애벌빨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제품은 삼성의 기존 통돌이 세탁기보다 최대 30% 비싸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16'에서 관람객들이 삼성전자의 액티브워시 세탁기를 살펴보고 있다. 세탁통 입구에 빨래판이 달려 있어 애벌빨래를 쉽게 할 수 있다. /삼성전자


    액티브워시는 인도 주부들이 세탁기를 돌리기 전 손으로 애벌빨래 하는 데서 착안한 제품이다. 쪼그려 앉아 손빨래를 하는 불편을 없애준 것이다. 삼성전자는 2014년 인도에서 먼저 내놓은 제품이 인기를 끌자 용량을 확대해 글로벌 시장에 내놨다. 지난해 2월 출시된 액티브워시는 올 4월까지 전 세계 33개 국가에서 200만대가 팔렸다. 20초에 한 대씩, 하루 평균 4700대씩 팔린 것으로 삼성전자 세탁기 중 가장 빠른 속도다.


    LG전자가 지난 3월 국내에 출시한 최고급 'LG시그니처' 냉장고에도 소비자를 꼼꼼하게 배려한 기능이 들어갔다. 냉장실 문의 유리 부분을 노크하듯 두드리면 안에서 불이 켜진다. 문을 열지 않고도 냉장고에 뭐가 들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손에 식재료·그릇을 들고 있을 땐 발을 문 아래쪽에 대면 센서가 감지해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문 상단에도 센서가 있기 때문에 애완동물이 문 앞을 지나가는 것으로는 문이 열리지 않는다.


    지난 4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LG전자 신제품 발표회에서 유통업체 관계자들이 냉장고의 '노크' 기능을 시험해보고 있다. 냉장실 문의 유리 부분을 똑똑 두드리면 불이 켜져 냉장고 안이 보인다. /LG전자


    이 냉장고도 LG의 기존 동급 제품보다 100만원 정도 비싸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내부 예상치보다 2배 이상 팔렸다. LG전자는 상반기 LG시그니처 매장을 당초 계획보다 25% 이상 많은 전국 200여곳으로 확대하고, 올해 안에 글로벌 시장에도 출시를 완료할 계획이다.


    ◇현지 특화 아이디어로 해외시장 공략


    중견 가전사들은 각국 문화에 맞춘 특화 아이디어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대유위니아는 '딤채쿡' 전기밥솥을 중국 최대 가전사 하이얼을 통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판매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이다. 중국 시장용 밥솥에는 중국인이 먹는 쌀인 안남미(安南米) 취사 기능과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묽은 죽 조리 기능을 넣었다.


    대유위니아는 모태(母胎) 기업인 만도기계가 1999년 부도 처리된 뒤 사모펀드가 소유하다가 2014년 11월 대유그룹에 편입됐다. 대유위니아 관계자는 "사모펀드 시절에는 해외 진출처럼 장기 투자가 필요한 사업보다는 단기 실적 위주로 회사가 운영됐다"며 "이제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부터 다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대우전자는 중동 지역에서 '히잡 세탁기'를 판매한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는 히잡 빨래를 마친 뒤 맑은 물에 가볍게 흔드는 '세례(洗禮) 의식'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 세탁기에서도 탈수 전에 물을 3분의 1 정도 채우고 세탁통을 좌우로 두 번씩 회전시켜 이 의식을 표현한 것이다. 동부대우전자 중동아프리카 담당 이경철 상무는 "지난달 이란 최대 가전 유통사 '엔텍합'과 제품 공급 계약을 맺어 올해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0%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