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운명의 날... "외국인들 철수하나" 숨죽인 금융가

    입력 : 2016.06.24 11:02

    [英 오늘 투표… 시나리오별 전망]


    - EU 탈퇴 결론나면
    외환 대혼란→글로벌 증시 충격
    정치 불안 가속해 脫EU 도미노… 신흥국 증시 외국인 썰물 가능성
    - EU 잔류 선택하면
    글로벌 금융시장 한숨 돌리지만 증시 '안도 랠리' 가능성은 작아
    美 금리인상 여부가 초미의 관심


    탈퇴냐 잔류냐, 주사위는 던져졌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23일 영국에서 치러졌다. 한국 시각으로 오늘(24일) 오전 6시 투표가 끝나면 곧바로 개표에 들어간다. 금융시장의 초대형 악재가 될 수도 있는 투표 결과를 놓고 세계 금융시장은 물론 국내 증시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남을 것이냐 떠날 것이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결과가 24일 오전(한국 시각)에 나온다. 만일 영국의 EU 탈퇴가 결정되면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고,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확산되면서 세계 금융·주식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또 EU 연쇄 탈퇴로 이어지면 위기가 실물 경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진은 영국 남부 지역 한 주택가에 설치된 '잔류냐 탈퇴냐'투표 홍보물. /연합뉴스


    정부 관계자는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24시간 모니터링 체계에 돌입해 금융시장 움직임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24일 개표 진행 상황에 따라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소집해 국내 시장에 미칠 파장을 면밀하게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EU 탈퇴 결론 나면 무슨 일 벌어지나


    ①외환시장 대혼란=영국이 EU 탈퇴를 택하면 파운드화와 유로화 가치가 급락하고 엔화·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등 외환시장에 충격이 가장 먼저 나타날 전망이다. 신흥국 통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 역시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공포감에 사로잡힌 투자자들이 일본·독일 국채, 엔·스위스프랑·달러 같은 안전자산으로 대피하면, 신흥국 증시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이 불리해진다. 달러화 가치가 오르고 상대적으로 현지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투자금을 회수할 때 환차손을 입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이 조성될 때마다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가곤 했다.


    ②글로벌 증시 충격=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 주식에 투자됐던 자금이 일거에 회수돼 채권시장 등으로 숨어들면서 각국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상장 주식을 보유한 영국계 자금 규모는 5월 말 기준 36조5000억원가량으로 미국 다음으로 많다. 유럽의 금융 허브인 런던의 금융가 '더 시티'가 혼란에 빠지면 해외에 투자된 영국계 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것으로 전망돼 우리 증시에도 적잖은 충격이 예상된다. 코스피 1900선은 쉽게 깨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③EU 정치 불안 고조=브렉시트가 스코틀랜드 독립과 주변 유럽 국가의 탈(脫) EU 여론을 자극해 유럽 전반에 정치적 분열이 발생, 유럽 금융 위기에 맞먹는 충격이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브렉시트가 현실화한다면 EU 회원국 가운데 둘째로 많은 예산 순부담(부담금에서 수혜금을 뺀 것)을 지던 영국의 분담금을 나머지 국가가 나눠 져야 한다. 이미 한 차례 EU 정책을 국민투표로 거부한 적 있는 네덜란드, EU 탈퇴 안을 논의 중인 핀란드 등 주변 국가로 EU 탈퇴 움직임이 불붙을 수 있다. EU 체제가 분열하면 난민 유입이 많은 벨기에,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정치 불안이 가중돼 유럽 전체 위기로 번질 가능성도 대두된다. 박형중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가장 두려운 것은 금융 불안이 실물경기로 확산하는 것"이라며 "영국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로 크지 않지만, 브렉시트로 파생되는 금융시장 불안이 시차를 두고 세계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U 잔류 선택하면


    영국이 EU 잔류를 결정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안도감이 퍼져 신흥국 증시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원자재 같은 위험자산이 일시적으로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안도 랠리'까지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다. 이달 들어 주요국 증시가 그간의 하락 폭을 상당 부분 만회했기 때문에 주가가 추가로 오를 여력이 별로 없다.


    시장의 관심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언제 두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할지, 일본은행(BOJ)이 다가오는 7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양적 완화 조치를 내놓을지에 다시 쏠릴 전망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이달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유로 브렉시트 여부를 꼽은 만큼, 이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미국 경기 지표가 호조를 보인다면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영국이 EU에 잔류하더라도 EU 체제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 만큼, 유럽 지역에서 앞으로 크고 작은 파열음은 계속 터져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영국 국론이 분열된 상황이어서 누군가 다시 브렉시트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투표 이후에도 영국 신용 등급이 바뀌거나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이 높아지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