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100"... 돌아온 팬택

    입력 : 2016.06.23 09:40

    [워크아웃 2번… 1년 7개월 만에 신제품으로 2전3기 도전]


    - 팬택 회생의 열쇠 'IM-100'
    출고가 44만9900원 중저가폰
    5.15인치 화면에 후면엔 '휠키', 볼륨 조절·음악 재생·촬영 기능
    무선 충전 기기 '스톤'도 눈길
    국내 30만대 판매 목표… 경쟁사 중저가폰 출시 잇따라 "재기 순탄치만은 않을 수도"


    팬택이 22일 공개한 스마트폰 신제품 '스카이 IM-100'과 주변기기'스톤(Stone)'. 견고한 사각형 모양의 스톤은 무선 충전기와 스피커 역할을 한다. 촛불·오로라·파도·반딧불 등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램프로도 쓸 수 있다. /팬택 제공

    추락했던 벤처 성공 신화 팬택이 1년 7개월 만에 신제품을 들고 돌아왔다.


    팬택은 22일 오전 서울 상암동 팬택R&D(연구개발)센터에서 신제품 설명회를 열고 새 스마트폰 'IM-100'〈사진〉을 언론에 공개했다. '팬택이 돌아왔다'는 의미를 담아 IM-100(I am back·'내가 돌아왔다'는 뜻)으로 제품명을 지었다. 2014년 11월 스마트폰 '베가팝업노트' 이후 19개월 만이며, 작년 10월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에 인수된 후 처음 나오는 스마트폰이다.


    한때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까지 올랐던 팬택의 자부심과 자존심은 지난 3년간 '창업주 사퇴, 구조조정, 법정관리, 공개매각' 등 시련을 겪으며 중저가의 저렴한 제품, 경쟁보다 고객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겸손 마인드로 바뀌었다. 이날 행사에서 문지욱 사장은 "상처뿐인 노병도 아니고 불사조처럼 부활한 영웅도 아니다. 그저 평범함으로 고객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신제품을 만들었다"며 "팬택은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팬택 회생 열쇠 쥔 IM-100


    이날 팬택이 공개한 IM-100은 출고가 44만9900원으로, 통신사 보조금을 받으면 3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중저가 폰이다. 5.15인치 화면에 저장 용량은 32기가바이트(GB)다. 중저가폰이지만 다른 폰과 차별화된 요소도 있었다. 우선 후면 왼쪽에 위치한 금색 '휠키'가 눈에 들어왔다. 휠키는 50원짜리 동전 크기로, 시계태엽처럼 생겼다. 스마트폰 화면이 꺼져 있을 때 이 휠키를 누르고 위아래 어느 방향으로든 돌리면 스마트폰 초기 화면이 떴다. 또 아무 때나 이 휠키를 누르면 곧바로 음악 플레이어가 실행된다. 휠키를 누르면 사진 촬영도 된다.


    문지욱 팬택 사장이 22일 서울 상암동 팬택 R&D(연구 개발)센터에서'스카이 IM-100'을 소개하고 있다. 작년 새 주인을 맞아 새롭게 출범한 팬택의 첫번째 스마트폰이다. 이달 30일 출시하며, 값은 44만9900원이다. /김연정 객원기자


    구성품으로 함께 제공되는 기기 '스톤(Stone)'도 눈길을 끌었다. 이 기기에 스마트폰을 올려놓으면 무선 충전을 할 수 있다. 또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재생한 상태에서 스톤에 올려놓으면 곧바로 스톤에 탑재된 스피커에서 음악이 들렸다. '스톤 매니저' 앱으로 알람을 맞추면 설정한 음악을 들으며 잠에서 깰 수도 있다. 문 사장은 "과거엔 고객보다 경쟁사를 의식하고 우리 자존감에 몰두했다"면서 "이제는 고객에게 제품을 자랑하기보다 고객 한 분 한 분 삶에 주목해 고객 옆에서 공존하는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겠다"라고 말했다. 팬택은 단순함을 강조하기 위해 IM-100에 브랜드·제품명도, 통신사 로고도 새기지 않았다. 팬택은 IM-100을 이달 30일 SK텔레콤과 KT를 통해 국내 시장에 출시한다.


    ◇벤처 성공 신화 부활할 수 있을까


    박병엽 창업주의 벤처 성공 신화로 유명한 팬택은 2005년 휴대폰 스카이(SKY) 제조업체 SK텔레텍을 3000억원에 인수한 뒤 자금 사정이 악화돼 2007년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갔다. 이를 딛고 2010~2011년 국내 스마트폰 시장 2위까지 올랐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 경쟁에서 밀리며 2014년 또다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청산 위기에 몰렸던 팬택은 지난해 말 통신장비 업체 쏠리드와 광학기기 업체 옵티스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극적으로 인수됐다. 지난해 9월 직원 400명을 감원했고, 최근 남은 임직원 500명 중 200여명을 추가로 감원할 정도로 자금 사정이 열악하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나온 IM-100이 팬택 부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신제품 IM-100의 브랜드를 전성기 시절 쓰던 '스카이'로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팬택은 IM-100을 국내에서만 30만대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팬택은 중가 시장(미드 티어) 개척을 승부수로 삼았다. 김태협 상품전략본부장은 "다른 제조사들과 저가 제품으로 가격 경쟁을 하기보다 미드 티어를 새로 개척한다는 의미에서 IM-100을 선보였다"며 "6개월마다 신제품을 출시하고 미국·일본·인도네시아 등 해외 진출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길은 순탄치 않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중저가폰 바람이 불면서 경쟁 업체의 중저가폰 출시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대기업과의 마케팅 싸움도 여전히 버겁다. 이에 대해 이용준 마케팅본부장은 "팬택을 그리워하는 소비자들이 분명 존재한다"며 "대규모 마케팅보다는 온라인·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젊은 세대를 집중 공략하겠다"고 말했다.